굵직한 영화제에 반가운 얼굴도···시네필 '축제'

입력 2024.12.29. 16:16 최소원 기자
[2024 문화계 결산 ⑤·끝 영화]
장르 뛰어넘은 영화제 잇따라 개최
광주독립영화제 섹션 매진 이어져
광주극장은 풍성한 콘서트도 마련
광주영화학교 단편영화 제작 성료
독립영화계 거장 조재형 8년만 복귀
개관 89주년 광주극장 영화제 시민간판학교 손간판 상판식

올해 광주 영화계는 척박한 지역 영화신의 한계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장르와 경계를 뛰어넘은 실험적 영화가 가득했던 각종 영화제부터 영화인을 꿈꾸는 청춘들이 활동한 영화학교, 광주 영화계 거장 감독의 복귀까지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일 년 내내 축제와도 같은 한 해였다.

여름부터 가을의 끝자락까지 광주에서는 영화제가 잇따라 개최됐다.

개관 89주년 광주극장 영화제 개막식 행사

지난 6월27일부터 30일까지 광주독립영화협회가 13회 광주독립영화제를 열어 시네필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영화로운 불빛으로 썬텐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한 이번 영화제는 국내외 우수한 장·단편 영화 28편을 상영했다. 개막작부터 폐막작까지 대부분의 상영작이 광주 영화인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제15회 광주여성영화제 개막작 '양양' 상영 후 김채희 위원장과 양주연 감독이 GV를 진행하고 있다.

13회 광주독립영화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은 각각 송원재 감독의 '내 이름'과 김경자 감독의 '진달래꽃을 좋아합니다'가 선정됐다. 이 외에도 광주 출신 감독들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는 '메이드 인 광주' 섹션, 광주의 신예 감독들의 첫 작품을 소개하는 '광주 신진 감독전' 등을 통해 지역 영화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유료화로 전환됐음에도 '메이드 인 광주2' 섹션이 매진을 기록하는 등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제15회 광주여성영화제 개막식

이어 날이 선선해진 10월18일부터 11월3일까지 광주극장과 광주시네마테크가 '개관 89주년 광주극장 영화제'를 진행했다.

영화제는 광주 시민들이 직접 광주극장의 상징과도 같은 손간판을 제작한 9기 시민간판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공개하는 상판식으로 막을 열었다.

13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식

올해 광주극장 영화제의 개막작으로는 F.W.무르나우 감독의 '선라이즈'가 상영됐다. 이 외 영화제 기간 동안 표현주의, 뉴저먼시네마, 동유럽 아트 영화 등 해외 거장 감독들의 고전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와 공연을 함께 즐기는 무대도 펼쳐졌다. 개봉 1주년을 맞이한 '버텨내고 존재하기' 상영 후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키라라, 최고은 등이 시네 콘서트를 마련했다. 영화제 마지막 날 진행된 '2024 음악으로 통한다' 콘서트에서는 재즈 피아니스트 니콜라 세르지오와 빅마마 리더 신연아가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했다.

광주를 넘어 아시아로 뻗어나가는 광주여성영화제는 올해로 15회를 맞이했다.

13회 광주독립영화제 개막작 '내 이름' GV

15회 광주여성영화제는 광주극장, CGV 광주 금남로에서 지난 11월6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이번 광주여성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카운트 업'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여성들이 냉소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돼도 지금까지의 변화를 짚어보며 앞으로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희망과 염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6회 광주영화학교 수강생들이 제작한 단편영화 'Good to see you' 촬영 현장

개막식 사회자로는 지정남 배우와 인기 캐릭터 '펭수'의 메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염문경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으며 개막 초청 공연으로 가수 신승은이 무대에 올랐다. 개막작으로는 양주연 감독의 '양양'이, 폐막작으로는 민아영 감독의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가 선정됐다.

올해 광주여성영화제는 '날선낯선', '플래시아시아' 등 10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개막작을 포함해 총 50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40여 명의 게스트와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도 이어졌다. 영화제 현장에는 기획 전시 '여성감독의 책상, 전고운'편이 마련됐다. 전고운 감독은 '소공녀', '페르소나-키스가 죄', 'LTNS'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 15주년을 맞아 그동안 광주여성영화제의 관객들과 함께 꾸미는 '플래시백 사진전'도 준비됐다.

광주·전남에 거주하는 영화인 지망생들이 직접 시나리오부터 편집까지 영화를 제작하는 광주영화학교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는 영화인을 꿈꾸는 청년 10인을 모집해 6회 광주영화학교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번 과정은 '기획에서 작품으로'를 큰 주제로 전제작, 제작, 후반제작에 이르는 제작 과정과 상영, 출품, 펀드 조성까지 기획하는 전단계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6회 광주영화학교 수강생들이 제작한 단편영화 'Good to see you' 촬영 현장

이번 광주영화학교 수강생들은 단편영화 'Good to see you'를 제작했다. 타인에게 친절해 보이지만 내재적으로는 계급주의에 편향된 주인공 경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두 중심인물의 갈등을 통해 남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수강생들이 제작한 영화는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되는 기획 상영회 '메이드 인 광주'에서 공개됐다.

올해는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도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 '똥 싸는 소리' 국회 시사회

광주 독립영화계의 거장 조재형 감독이 지난 7월 영화 '똥 싸는 소리'로 8년 만에 복귀했다. 2018년 갑작스러운 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된 조 감독이 영화를 찍으려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실존 인물 김미숙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 '똥 싸는 소리' GV에서 조재형 감독이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똥 싸는 소리'는 '엄마'가 되는 게 소원인 하반신마비 장애인 미숙이 3년간 만난 전 남자친구에게 실연당한 후 직장 동료 태식과 가정폭력의 피해자 수영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 속 미숙과 태식은 광주장애인복지시설 '실로암사람들'에서 각각 상담사와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실로암센터는 영화 속 주요 장소로 자주 등장하며 실제로 이곳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조재형 감독

특히 이번 영화는 기획, 제작, 배급까지 모두 지역의 힘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와 실로암사람들이 공동제작, 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처음으로 배급을 맡았으며 조재형 감독의 복귀를 응원코자 프로듀서 최지원, 각본 이경호, 조감독·각색·CG 유명상, 조감독 김신혜, 촬영 오태승 등의 스태프들이 제작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조재형 감독의 '똥 싸는 소리'는 7월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시사회를 갖기도 했다. 이날 시사회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응원 관람과 함께 장애인 문제, 지역 영화·문화향유권 문제 앞에서는 당과 지역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화합의 장으로 마련됐다. 또한 구독자 2.77만 명의 유튜브 채널 '리즌정'의 이유정 크리에이터가 영화가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제안하기도 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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