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뛰어넘은 영화제 잇따라 개최
광주독립영화제 섹션 매진 이어져
광주극장은 풍성한 콘서트도 마련
광주영화학교 단편영화 제작 성료
독립영화계 거장 조재형 8년만 복귀

올해 광주 영화계는 척박한 지역 영화신의 한계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장르와 경계를 뛰어넘은 실험적 영화가 가득했던 각종 영화제부터 영화인을 꿈꾸는 청춘들이 활동한 영화학교, 광주 영화계 거장 감독의 복귀까지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일 년 내내 축제와도 같은 한 해였다.
여름부터 가을의 끝자락까지 광주에서는 영화제가 잇따라 개최됐다.

지난 6월27일부터 30일까지 광주독립영화협회가 13회 광주독립영화제를 열어 시네필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영화로운 불빛으로 썬텐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한 이번 영화제는 국내외 우수한 장·단편 영화 28편을 상영했다. 개막작부터 폐막작까지 대부분의 상영작이 광주 영화인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13회 광주독립영화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은 각각 송원재 감독의 '내 이름'과 김경자 감독의 '진달래꽃을 좋아합니다'가 선정됐다. 이 외에도 광주 출신 감독들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는 '메이드 인 광주' 섹션, 광주의 신예 감독들의 첫 작품을 소개하는 '광주 신진 감독전' 등을 통해 지역 영화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유료화로 전환됐음에도 '메이드 인 광주2' 섹션이 매진을 기록하는 등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날이 선선해진 10월18일부터 11월3일까지 광주극장과 광주시네마테크가 '개관 89주년 광주극장 영화제'를 진행했다.
영화제는 광주 시민들이 직접 광주극장의 상징과도 같은 손간판을 제작한 9기 시민간판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공개하는 상판식으로 막을 열었다.

올해 광주극장 영화제의 개막작으로는 F.W.무르나우 감독의 '선라이즈'가 상영됐다. 이 외 영화제 기간 동안 표현주의, 뉴저먼시네마, 동유럽 아트 영화 등 해외 거장 감독들의 고전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와 공연을 함께 즐기는 무대도 펼쳐졌다. 개봉 1주년을 맞이한 '버텨내고 존재하기' 상영 후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키라라, 최고은 등이 시네 콘서트를 마련했다. 영화제 마지막 날 진행된 '2024 음악으로 통한다' 콘서트에서는 재즈 피아니스트 니콜라 세르지오와 빅마마 리더 신연아가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했다.
광주를 넘어 아시아로 뻗어나가는 광주여성영화제는 올해로 15회를 맞이했다.

15회 광주여성영화제는 광주극장, CGV 광주 금남로에서 지난 11월6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이번 광주여성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카운트 업'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여성들이 냉소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돼도 지금까지의 변화를 짚어보며 앞으로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희망과 염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개막식 사회자로는 지정남 배우와 인기 캐릭터 '펭수'의 메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염문경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으며 개막 초청 공연으로 가수 신승은이 무대에 올랐다. 개막작으로는 양주연 감독의 '양양'이, 폐막작으로는 민아영 감독의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가 선정됐다.
올해 광주여성영화제는 '날선낯선', '플래시아시아' 등 10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개막작을 포함해 총 50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40여 명의 게스트와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도 이어졌다. 영화제 현장에는 기획 전시 '여성감독의 책상, 전고운'편이 마련됐다. 전고운 감독은 '소공녀', '페르소나-키스가 죄', 'LTNS'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 15주년을 맞아 그동안 광주여성영화제의 관객들과 함께 꾸미는 '플래시백 사진전'도 준비됐다.
광주·전남에 거주하는 영화인 지망생들이 직접 시나리오부터 편집까지 영화를 제작하는 광주영화학교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는 영화인을 꿈꾸는 청년 10인을 모집해 6회 광주영화학교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번 과정은 '기획에서 작품으로'를 큰 주제로 전제작, 제작, 후반제작에 이르는 제작 과정과 상영, 출품, 펀드 조성까지 기획하는 전단계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광주영화학교 수강생들은 단편영화 'Good to see you'를 제작했다. 타인에게 친절해 보이지만 내재적으로는 계급주의에 편향된 주인공 경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두 중심인물의 갈등을 통해 남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수강생들이 제작한 영화는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되는 기획 상영회 '메이드 인 광주'에서 공개됐다.
올해는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도 만나볼 수 있었다.

광주 독립영화계의 거장 조재형 감독이 지난 7월 영화 '똥 싸는 소리'로 8년 만에 복귀했다. 2018년 갑작스러운 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된 조 감독이 영화를 찍으려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실존 인물 김미숙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 '똥 싸는 소리'는 '엄마'가 되는 게 소원인 하반신마비 장애인 미숙이 3년간 만난 전 남자친구에게 실연당한 후 직장 동료 태식과 가정폭력의 피해자 수영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 속 미숙과 태식은 광주장애인복지시설 '실로암사람들'에서 각각 상담사와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실로암센터는 영화 속 주요 장소로 자주 등장하며 실제로 이곳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기획, 제작, 배급까지 모두 지역의 힘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와 실로암사람들이 공동제작, 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처음으로 배급을 맡았으며 조재형 감독의 복귀를 응원코자 프로듀서 최지원, 각본 이경호, 조감독·각색·CG 유명상, 조감독 김신혜, 촬영 오태승 등의 스태프들이 제작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조재형 감독의 '똥 싸는 소리'는 7월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시사회를 갖기도 했다. 이날 시사회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응원 관람과 함께 장애인 문제, 지역 영화·문화향유권 문제 앞에서는 당과 지역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화합의 장으로 마련됐다. 또한 구독자 2.77만 명의 유튜브 채널 '리즌정'의 이유정 크리에이터가 영화가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제안하기도 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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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 휩쓴 화제작 광주극장에 영화 '달팽이의 회고록' 스틸컷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 일본, 스페인 출신 신예 감독들의 신작이 잇따라 개봉해 시네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광주극장의 이달 개봉작은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해피엔드', '달팽이의 회고록' 등이다.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스틸컷23일 개봉하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 출신의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이 작품으로 파얄 카파디아 감독은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인도 여성 감독이 됐다.인도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빛과 어둠, 상처와 치유, 연대와 독립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주인공 프라바와 그의 룸메이트 아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저명한 영화지 '사이트 앤 사운드'와 '필름 코멘트'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1위에 올랐다.영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스틸컷같은 날 개봉하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고 유로파 시네마 라벨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의 스페인 코미디 영화다.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은 '어거스트 버진', '와서 직접 봐봐' 등의 작품을 통해 유럽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다.14년을 사귄 연인이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이별 파티를 계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별 파티라는 이벤트를 통해 관계의 진실에 접근해 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유쾌면서도 진지하게 그리는 가운데 헤겔, 니체 같은 근현대 철학부터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와 베리만 같은 영화 거장까지 '관계'를 논하는 두터운 레퍼런스들이 지적, 정서적 호기심을 자극한다.영화 '해피엔드' 스틸컷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해피엔드'는 고(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 네오 소라 감독의 첫 장편극 영화다. 지난해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프리미어 개봉했으며, 국내에서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났다.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억압적인 학교와 반항하는 고등학생들의 대립을 그린다. 친구 사이인 유타와 고우가 교장의 접대 장면을 목격하고 교장의 차에 장난을 치며 벌어지는 사건이 담겼다. 전체 일본 사회의 축소판을 학교를 통해 보여주며, 독재와 억압을 정당화하는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재일교포 출신인 고우가 교장으로부터 차별적인 발언을 듣는 등의 장면을 통해 일본인이 아니면 불이익을 주고 반항하는 이들을 공권력으로 억누르는 사회를 비판한다.같은 날 관객들을 맞이하는 '달팽이의 회고록'은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대가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신작이다.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삼부작의 삼부작(Trilogy of Trilogies)' 기획 중 7번째 작품으로, 앞서 감독은 전작 '하비 크럼펫', '메리와 맥스' 등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신작 '달팽이의 회고록'은 거듭 덮쳐오는 불운한 운명 속에서도 인생의 희망을 찾아가는 그레이스의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 그레이스는 잔잔하고 외로운 일상 속 괴짜 할머니 핑키를 만나 우정을 쌓으며 다시금 인생의 희망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8년의 기간이 소요되고 7천여 개의 오브제, 13만5천 장의 캡처로 담아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또한 AI와 CG가 일절 사용되지 않은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연출과 제작에 열정을 쏟은 작품이다.관람료와 상영 시간표 등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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