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극단은 ‘인물’ 화두
‘민주화’ 문익환·김대중 등
연극·뮤지컬 무대 위 소환
여자근로정신대·빨치산도
조성진 공연에 예당 '매진'
다양한 장르 무대 광주 찾아

올 한 해 광주 공연계는 한 인물의 삶과 굵직한 근현대사를 바탕으로 서사 중심의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또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 예술인들도 광주를 방문, 무대에 올라 더욱 풍성함을 더했다.
올해 광주 극단에서의 화두는 민주화에 헌신한 '인물'이다.
가장 먼저 푸른연극마을이 지난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된 '사형수 김대중'을 연극 무대로 올렸다. 전두환 신군부의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사형수'로 지냈던 김대중 전 대통령. 그 고난의 시기를 겪었던 1980년 5월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졌다. 이번 무대에서는 억울한 누명을 쓴 김대중이 옥중에서 겪은 자신과의 싸움을 비롯해 신군부의 회유와 압력, 본인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고뇌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번 연극은 지난해 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았던 '청년 김대중'의 연작 개념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8월 무대에 오른 '청년 김대중'은 차용애 여사와 첫눈에 반해 해운회사를 창업하고, 젊은 나이에 성공가도를 걸었지만 부산정치파동과 6·25전쟁이라는 역사의 질곡은 청년 김대중에게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푸른연극마을은 엄혹한 시기 김대중을 회고하는 연극의 무게감을 더하고자 전국 공모를 진행, 김규리·박상규·오일룡·이봉하 배우 등 10년차 이상의 베테랑 배우들을 섭외하는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또 송민서·송태곤·임형택 등 3명의 시민배우들도 함께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오월극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토박이'도 지난 11월 '오월휴먼시리즈' 첫번째로 박용준 열사를 모티브로 한 무대를 선보였다. 오월휴먼시리즈는 1980년 광주에 있었던 인물들의 내면을 깊게 파고드는 연극 시리즈다. 이틀간 민들레소극장을 만석으로 물들게 한 '광천동 청년 용준씨'는 1980년 5월 당시 투사회보를 필경(글이나 글씨를 씀)한 박용준 열사를 무대 위로 불러내 집중 조명한 연극이다.
1980년 오월 광주, 모든 언론이 불순분자들의 소요사태라고 거짓 보도를 할 때, 박용준은 뾰족한 쇠철필로 투사회보에 당시의 참혹한 역사를 또렷이 새겼다. 수천 장의 투사회보를 썼던 그의 손은 살갗이 벗겨지고 퉁퉁 부어 있었지만 5월 27일 총을 들고 자신을 진심으로 보듬어 안아준 광천동 형들과 죽음으로 항쟁했다.
이번 연극에서는 주인공의 내면을 드러내는 분신과 투사회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당시의 상황을 그려냈다. 또 다른 '나'인 분신을 통해 주인공 내면에 잠재된 상처와 불신, 갈등, 바람, 희망 등 감춰진 주인공의 심리와 스물다섯의 청년이 마지막까지 총을 들고 항쟁할 수 있었던 그날의 원동력을 찾았다.
임해정 대표는 "박 열사가 느꼈던 당시의 상황과 심리적인 면을 조금 더 부각하고자 했다"며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오월휴먼시리즈에서 들불7열사(박기순·윤상원·박용준·박관현·신영일·김영철·박효선)의 이야기를 기록하듯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놀이패 신명도 근로정신대 강제노동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를 집중 조명했다. 마당극 '소녀의 꿈'은 제 3자 변제안 뉴스를 접하고 쓰러진 양 할머니를 찾아온 수의사 안현지와 다큐 감독 용수철이 10년 전 할머니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시작되는 극으로, 일제강제동원이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는지, 3자 변제안이 왜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신명은 앞서 마당극 50주년을 기념해 정지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선보였다. 빨치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3일간의 장례식장에서의 모습을 딸의 시선으로 그려낸 극으로, 빨치산의 자식으로 세상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 살아온 딸이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아버지와 그 주변 인물들의 기억들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고 새로운 인간 지평을 넓혀가는 내용이다.
공연계도 광주·전남의 근현대사를 짚어볼 수 있는 역사적 공연을 기획했다. 현시대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공연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광주문화재단은 지난 11월 고 문익환 목사의 서거 30주기를 맞아 민주화와 통일을 염원했던 문 목사를 기리는 뮤지컬 '늦봄의 길'을 무대에 올렸다. 늦은 나이에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며 '늦봄'이라는 호로 불리던 문 목사는 197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본연의 업무인 목사 겸 신학 교수로 활동했으나,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투옥된 이후 60대의 노구를 이끌고 민주화와 통일 운동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그의 생애 중 1970~1980년대를 집중적으로 그려냈다. 1970년대의 어느 봄 날, 젊은 청춘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찬 풍경으로 시작되는 이번 공연의 1막은 배우들의 힘찬 함성과 함께 봄날의 청춘들의 이야기를, 문 목사의 민주구국선언문 작성으로 투옥되는 2막은 민주화와 통일을 꿈꾼 문익환의 처절한 절규를 그려냈다. 당시 관객석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재단은 앞서 광주시와 함께 지난 8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공연도 선보였다.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선보인 드라마콘서트 '평화의별 , 통일의 강-인동초 사랑'은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드라마콘서트 형식의 작품으로, 변사의 해설과 함께 배우들이 음악을 곁들인 열연으로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표현했다. 사전 예매로 진행됐으나 많은 시민들의 관심 속에 일찌감치 전 좌석이 매진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광주예술의전당은 대중적인 예술인들과 함게 다양한 기획공연을 선보였다.
광주예당의 기획공연 '11시음악산책'은 콘서트 가이드와 함께 감미로운 클래식 무대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으로, 김영하 작가와 이상협 아나운서, 김종진 건축가, 안웅철 사진작가 등 다양한 직군의 전문가들이 관객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초대했다.

국내·외 최고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공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포시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글로벌 K-뮤지컬 마리퀴리'를 시작으로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등 현시대 음악계에서 가장 '핫'한 음악인들을 초청했다. 조성진과 임윤찬 리사이틀의 경우 광주예당 대극장 1천500여 석이 전석 매진되는 등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관객들이 다양한 예술장르를 접하고 향유하도록 기획된 기획공연 'Focus(포커스)'는 너드커넥션, 터치드, SURL 등 인기 록밴드와 브랜든 콰르텟, 탑현, 대니 구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함께 선보였다.

이 밖에도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정기연주회와 송년음악회 등에서 소리꾼 김산옥과 이희문 등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국악인들과 협연해 눈길을 끌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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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 휩쓴 화제작 광주극장에 영화 '달팽이의 회고록' 스틸컷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 일본, 스페인 출신 신예 감독들의 신작이 잇따라 개봉해 시네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광주극장의 이달 개봉작은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해피엔드', '달팽이의 회고록' 등이다.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스틸컷23일 개봉하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 출신의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이 작품으로 파얄 카파디아 감독은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인도 여성 감독이 됐다.인도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빛과 어둠, 상처와 치유, 연대와 독립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주인공 프라바와 그의 룸메이트 아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저명한 영화지 '사이트 앤 사운드'와 '필름 코멘트'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1위에 올랐다.영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스틸컷같은 날 개봉하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고 유로파 시네마 라벨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의 스페인 코미디 영화다.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은 '어거스트 버진', '와서 직접 봐봐' 등의 작품을 통해 유럽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다.14년을 사귄 연인이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이별 파티를 계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별 파티라는 이벤트를 통해 관계의 진실에 접근해 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유쾌면서도 진지하게 그리는 가운데 헤겔, 니체 같은 근현대 철학부터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와 베리만 같은 영화 거장까지 '관계'를 논하는 두터운 레퍼런스들이 지적, 정서적 호기심을 자극한다.영화 '해피엔드' 스틸컷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해피엔드'는 고(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 네오 소라 감독의 첫 장편극 영화다. 지난해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프리미어 개봉했으며, 국내에서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났다.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억압적인 학교와 반항하는 고등학생들의 대립을 그린다. 친구 사이인 유타와 고우가 교장의 접대 장면을 목격하고 교장의 차에 장난을 치며 벌어지는 사건이 담겼다. 전체 일본 사회의 축소판을 학교를 통해 보여주며, 독재와 억압을 정당화하는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재일교포 출신인 고우가 교장으로부터 차별적인 발언을 듣는 등의 장면을 통해 일본인이 아니면 불이익을 주고 반항하는 이들을 공권력으로 억누르는 사회를 비판한다.같은 날 관객들을 맞이하는 '달팽이의 회고록'은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대가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신작이다.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삼부작의 삼부작(Trilogy of Trilogies)' 기획 중 7번째 작품으로, 앞서 감독은 전작 '하비 크럼펫', '메리와 맥스' 등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신작 '달팽이의 회고록'은 거듭 덮쳐오는 불운한 운명 속에서도 인생의 희망을 찾아가는 그레이스의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 그레이스는 잔잔하고 외로운 일상 속 괴짜 할머니 핑키를 만나 우정을 쌓으며 다시금 인생의 희망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8년의 기간이 소요되고 7천여 개의 오브제, 13만5천 장의 캡처로 담아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또한 AI와 CG가 일절 사용되지 않은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연출과 제작에 열정을 쏟은 작품이다.관람료와 상영 시간표 등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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