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이 내렸다는 건 소중한 사람들과 작은 행사가 가득한 연말이 왔다는 알림이기도 하다. 단순한 모임 공간을 넘어 지역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에서라면 더 뜻깊은 행사로 기억될 테다. 연말을 맞아 광주의 문화, 역사, 자연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소규모 연말 모임 장소 5곳을 소개한다. 장소는 광주관광공사가 올해 선정한 '유니크베뉴'(도시의 고유한 컨셉이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회의 장소)를 참고했다. 독자 여러분도 소개한 공간에서 따뜻한 연말의 추억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편집자 주.
◆10년 후 그라운드
광주 양림동은 근대 100년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중심에 자리한 10년후그라운드는 독창적인 연말 행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보석 같은 공간이다.
'10년후그라운드'는 지난 1975년 개원한 은성유치원을 새롭게 꾸민 복합문화공간이다. 옛 은성유치원은 1975년 개원 이후 약 50여년간 운영되며 수많은 꿈나무을 길러낸 배움터다. 지역의 문화기획사가 전시와 공연, 회의, 세미나와 같은 각종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조성했다.
근대문화유산이 살아 숨 쉬는 양림동의 정취 속에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한 이곳은 세련된 실내외 공간과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또 광주의 색깔이 녹아 있는 여러 기념품이나 굿즈,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색다른 소비 경험도 할 수 있다. 특히 행사 후 근대역사문화마을을 산책하며 광주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이다.

◆휴심정
광주시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된 광산구 휴심정은 '마음이 쉬는 곳'이라는 이름처럼 자연과 함께 쉼과 힐링을 선사한다. 자연과 현대적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으로 연말 소규모 행사를 계획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특히 정원 곳곳에 펼쳐진 계절의 풍경과 붉은 색감의 현대적 건물이 어우러진 분위기는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휴심정은 수목 28종 300여그루와 초화류 약 22만본이 식재돼 사계절 내내 꽃이 지지 않는 정원이다. 시크릿가든, 보타닉가든과 잔디밭이 어우러진 도심 속 정원은 방문객들에게 쉼을 통한 치유를 제공한다.
=연면적 900여평에 이르는 넓은 부지에는 아름다운 정원은 물론 베이커리 카페, 퓨전 다이닝, 팝업스토어와 갤러리까지 갖췄다. 2021년 아름다운 문화도시 공간상을 수상할 정도로 공간적 매력이 가득하다.

◆해담헌
광주 동구의 한옥 복합문화공간 해담헌은 품격 있는 연말 행사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특별한 장소다. '함께 즐길 수 있어 행복한 공간'이란 뜻의 해담헌은 넓은 잔디와 함께 야외 정원,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 등이 다양한 경험을 준다.
전통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현대적인 편리함을 갖춘 이곳은 정갈한 마당과 아늑한 실내 공간으로 소규모 모임이나 워크숍, 다도 체험 등 다양한 행사를 열기에 적합하다.
특히 해담헌은 광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사직공원(사직전망타워)이나 희경루 등 주변 관광자원과도 연계할 수 있어 방문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시간을 준다. 한옥의 따뜻한 품 안에서 여유로운 연말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우르(Owlr)
광주 동구의 복합문화공간 아우르(Owlr)는 독창적이고 세련된 연말 행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딱 맞는 특별한 장소다. 90년된 한옥을 리모델링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광주의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개방적인 구조가 돋보이는 이곳은 전시, 공연, 소규모 파티 등 다양한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이름처럼 사람과 예술, 문화가 '아우르는' 이곳은 모임에 창의적인 색채를 더하며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영감을 준다. 특히 동명동과 가까운 위치 덕분에 행사를 마친 뒤 지역 카페와 골목길 투어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특히 아우르는 함평, 고흥, 나주, 화순 등 전남도의 특산품을 현대적 해석한 가장 '로컬다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또 전국의 다양하고 특색있는 전통주 등을 전시, 판매하고 있어 술을 고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인문학당
광주 동구 동명동 푸른길 옆에 자리한 인문학당은 독특한 건축미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특별한 연말 행사를 열기에 제격이다. 1954년에 지어진 이곳은 한식, 일본식, 서양식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근대가옥이다. 과거 개인의 거주 공간에서 시민을 위한 인문·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철거 위기를 시민과 전문가의 보존 노력으로 극복한 곳으로 '일상의 인문'을 실현하는 문화 거점으로 재탄생했다. 인문학당은 예술인 38명이 아이디어를 내 저마다의 의미를 담은 매력 넘치는 공간들로 구성됐다.
두 개의 지붕과 한 개의 집이라는 독창적 구조와 함께 과도기적 건축양식은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한다. 인문학당에서는 소규모 모임이나 강연, 창작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심 속에서 역사와 문화를 느끼며 사색과 교류를 즐기기에 완벽한 인문학당에서 잊지 못할 연말을 보내는 걸 추천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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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화 성지에서···" 광주 출신 장성호 감독의 고백 '킹 오브 킹스' 장성호 감독. 뉴시스북미를 강타한 '킹 오브 킹스'를 연출한 장성호 감독이 4년 장학금을 받고 들어간 전남대학교를 한 달 만에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을 고백했다. 5·18민주화운동 주역인 곳에서조차, 더군다나 가장 폭력을 비판해야 할 미대에서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된 데 충격받았다는 내용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민주화의 성지'를 자부하면서도 민주적이지 않은 관행들이 여전히 광주사회 곳곳에서 자행되는 현실에 더해 성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장 감독은 16일 보도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경험을 밝혔다. 장 감독은 인터뷰에서 1989년 전남대학교 미술대학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지만 끔찍한 경험 후 한 달 만에 학교를 떠나야 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서강고등학교에 재학한 장 감독은 전교 두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가정형편상 전남대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장 감독은 "어느 날 선배들이 단과대 옥상에 후배들을 집합시켜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곧 팰 분위기였다"면서 "민주화의 성지 전남대에서, 그것도 예술혼을 불태워야 할 미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납득되지 않아 반항하고 그 길로 자퇴했다"고 고백했다.장 감독이 겪은 1989년은 1980년 5월 항쟁(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을 거치며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의 시작점이자 중심지였던 전남대학교는 당시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또 군부 정권에 맞서 수많은 전남대 학생이 희생됐다. 그러면서 전남대는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며, 매년 5월이면 전국에서 이를 기리는 사람들이 찾는다.이런 곳에서 그것도 자유로운 영혼이 존중받아야 할 미대에서 비이성적인 '군기 잡기'와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됐다는 사실은 장 감독이 충격을 받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은 구금한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옷을 벗겨 얼차려(군기 훈련)를 준 뒤 물리적 폭력을 저지르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특히 이 같은 폭력적 악습은 오랜 기간 전남대에서 사라지지 않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가장 최근인 2015년에는 전남대 예술대학에서 선배가 후배들을 대상으로 얼차려를 주는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 문제로 정기 연주회가 취소되는 일로 이어졌다. 지난 2013년에는 전남대 신문방송사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104개 학과 중 77개 학과가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포함한 기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자랑스러운 역사 이면에는 부끄러운 민낯이 공존해 왔던 셈이다.다만, 201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얼차려와 같은 폭력은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선배가 후배를 집합하는 문화가 이른바 '똥군기'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자정이 이뤄진 탓이다.#D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내 한 장면. 모팩 스튜디오장 감독 고백을 접한 지역사회에서는 성찰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와 인권, 평화를 자부하면서도 여전히 비민주주의적인 행태가 이뤄지고 있다는 자조적 고백이다. 실제 해당 기사가 공유된 SNS에서는 "전남대 전체가 이 하나만으로 부끄러워 쥐구멍을 찾을 만큼 통절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전남대뿐만 아니라 민주 성지 광주에서도, 이 사회에서도 전체주의적이고 폭력적인 문화가 드글드글할 것이다"는 반응을 보였다.한편, 킹 오브 킹스는 장 감독이 연출과 각본, 제작 등을 맡아 예수의 일생을 다룬 장편 3D 애니메이션 영화다. 북미 박스오피스 6천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단독 제작 영화로는 북미 흥행 역대 1위 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이날 국내 전국 500개관·1천200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한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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