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청소년 '노인과 바다' 감동에 빠지다

입력 2024.07.10. 16:34 김종찬 기자
전국 청소년 '노인과 바다' 감동에 빠지다

[극단 푸른연극마을, 내달까지 전국 순회 공연]
15개 중·고교 돌며 무대 선보여
단장 등 모든 스태프 '일인다역'
무대 설치·철거 꼬박 5~6시간
엄지 척·감사 인사에 피로감 '싹'
"학생들, 자신을 성찰할 수 있길"
연극 '노인과 바다' 공연 모습. 푸른연극마을 제공

"초라하고 늙은 어부 산티아고(Santiago)가 바다에 나간 지 85일째 되던 날 마침내 큰 청새치를 잡게 되는데 그는 청새치를 배로 끌어올리긴커녕 오히려 그 청새치가 배를 끌어당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줄이 그의 손을 베고, 몸은 아프고,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채 버티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청새치에 대한 연민과 감사를 표현하며, 종종 그를 친구라고 부른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청새치를 작살로 찔러 잡고 마침내 항구로 돌아오는데…."

지역 대표 극단 푸른연극마을이 지난 6월부터 세계적인 명작인 소설 '노인과 바다'를 연극으로 각색한 무대를 올리기 위해 전국 중·고등학교를 직접 찾아 청소년 관객들을 만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담양고등학교에서의 첫 공연부터 지난 8일 강원도 대관령고등학교까지 3차례의 공연에서 글로만 접했던 노인의 끊임없는 도전에 대한 실감나는 무대를 관람한 학생들은 배우들을 직접 찾아와 손을 잡아준다든가, 엄지 척을 해준다든가,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한 학생은 "소설로만 봤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해당 장면을 연극을 통해서 보니 더 이해가 됐다"며 "연극은 처음 봤는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노인과 바다' 공연 모습. 푸른연극마을 제공

푸른연극마을은 오는 8월 말까지 강원도 마차고등학교에 이어 서울 신수중학교, 보성중학교, 부산 다대고등학교 등 전국 12개 중·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연극 '노인과 바다'를 선보인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52년 발표한 소설 노인과 바다는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명작 중의 명작이다.

연극 '노인과 바다'는 하나의 거대한 물고기(청새치)와 어부인 노인의 긴 싸움의 여정을 담고 있는데 청새치를 낚기까지의 과정과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물고기의 팽팽한 줄다리기, 귀환의 과정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푸른연극마을은 상어와 파도, 어둠과 고독을 인간들에게 닥치는 시련과 고난, 난관, 운명 등의 상징으로 설정하고 산티아고 노인을 통해 어떠한 고난과 역경, 그리고 시련이 올지라도 굴복하지 않고 나아간다는 주제를 미래세대인 청소년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하지만 전국을 돌다니며 공연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색과 연출, 노인역을 맡은 오성완 단장을 비롯해 이당금(드라마투르그), 소년 역의 이수정, 김현경·김도현·윤다정(코러스), 무대 정봉환, 조명 송한울, 음향 위자예 등 9명이나 되는 배우와 스태프가 먹고 잠을 잘 공간도 마련해야 하고, 무대 장치 이동을 위한 차량도 마련해야 하고,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직접 무대를 설치하고 공연 후에는 철거까지 손수 하고 있다.

연극 '노인과 바다' 공연 모습. 푸른연극마을 제공

연극 무대를 처음 맞는 청소년 관람객들을 위해 무대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장치, 설치물을 준비해서 돌아다니는 푸른연극마을은 공연시간 1시간 30분을 제외하더라도 무대 설치와 철거에만 5~6시간 정도를 소요하고 있다. 특히 폭염과 습한 장마철에 경상도에서 강원도, 전남에서 수도권, 대전과 충청도에 이르는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애로사항에도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푸른연극마을.

오 단장은 "처음 가보는 학교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은 우리에게도 설레고 낯선 흥분감을 준다"며 "관객과 배우가 서로 처음 만나 설레고 낯선 흥분감이 공연 수에도 더 가슴 뛰고 느낌표로 가득한 감동으로 함께하길 기대한다. 또 우리 친구들도 연극이 가져다주는 분위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 '노인과 바다' 공연 모습. 푸른연극마을 제공

한편 푸른연극마을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의 대한민국 대표 문화복지 사업인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연도별로는 지난 2021년 '사돈언니', 2022년 '옥주'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노인과 바다'가 선정됐다. 신나는 예술여행은 아동양육시설과 교육기관, 노인, 장애인 복지관 및 특수학교와 교정시설, 병원, 군부대 등 '문화예술'이 필요한 다양한 시설에 문화예술단체가 직접 찾아가 문화예술향유기회를 넓혀나가고자 하는 사업이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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