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가·젊은 작가 등
동학 정신 예술로 계승
직접적 표현의 작품부터
현대적 재해석한 작업도
이달 학술세미나·아트토크
어등산은 한말 의병 최대 격전지였다. 1908년 봄, 의병부대가 일본군과 오랜 시간 혈투를 벌인 무대였으며 이 밖에도 크고 작은 전투를 치른 곳이다. 보문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동곡뮤지엄은 이같은 '의병 전투 성지'에 자리잡았다. 보문복지재단은 이같은 장소성과 역사성에 주목해 지난 2022년부터 보문고등학교에서 한말의병사업기념회와 함께 의병 추모식을 갖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를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올해는 의병의 정신이자 그 시초인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고 당시 이들이 꿈꿨던 평등한 세상을 펼치는 대규모 전시를 마련했다.
전국의 33명 작가가 참여한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하여'다. 오는 9일 오픈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7월2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주체성과 민주를 강조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이 의병, 4·19, 5·18, 촛불로 이어지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 정신을 예술로 재해석하는 자리다.
참여하는 작가는 구본주, 구중서, 김정헌, 김준권, 신학철, 주재환 등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노은영, 이인성, 임용현 등 지역의 젊은 작가들까지 총 33명이다.
이들은 동학농민혁명과 그 정신에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들로 그동안 이를 주제로 작업해왔거나 이를 연구해 온 이들이다. 특히 젊은 작가들 경우 이번 전시를 위해 동학농민혁명을 다시 한번 깊게 들여다보며 시대를 이어가는 교두보가 된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임용현 작가의 미디어 작업 '죽산 백산'이 자리한다. 현대적 감각으로 바라본 동학 작품은 신비로움을 선사하며 관람객을 동학 세계로 초대하는 듯하다.
첫 섹션에서 마주하는 구본주의 조각 작품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 '갑오농민전쟁3'는 당시의 결연함을 죽창 든 모습과 낫을 든 손을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동학사상을 담아낸 정기현의 설치 작품 '나무로부터-동경대전 베껴쓰기', 사발통문을 재해석한 주재환의 '1894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며', 동학농민혁명 예술 작업을 대표하는 김정헌의 7m 크기의 '동학농민전쟁', 백산에서의 전투가 현대의 민주화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민들레 홀씨로 은유한 문서현의 '백산에서 이어지는 대동 세상의 꿈' 등은 현대에 동학농민혁명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같은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현대적 해석과 계승 시도는 학술세미나와 릴레이 아트토크, 관람객 체험으로 이어진다. 10일 오픈식과 함께 진행되는 수운 최제우 탄신 200주년 콜로키움 '새 문명을 여는 외침 : 다시 개벽과 하늘모심'을 주제로 한다.
안무비평가 김남수를 좌장으로 김종일 다석철학자·유기쁨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양진호 인문학교육연구소 소장·고영직 문학평론가가 발제자로, 신용철 부산민주공원 학예실장·김월식 무늬만뮤지엄 디렉터·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김화순 민중미술가가 토론자로 참여해 동학사상을 인문학적으로 들여다본다.
오는 14일과 22일, 29일 세 차례 펼쳐지는 아트토크는 평화와 평등을 주제로 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문희영 예술공간집 대표가 사회를 맡아 지역 기획자와 작가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또 관람객 모두가 참여해 즐길 수 있는 '깃발만들기 체험'도 운영된다. 전시를 감상하고 느낀 평등과 정의에 대한 생각을 깃발에 옮겨 적어 미술관 야외에 이성웅 작가의 대형 에어작품 '공감'과 함께 설치된 2천여개의 깃발대에 이를 꽂는 체험이다.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장관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보문복지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박홍규 판화가의 판화작품 18점과 의병 운동 관련 유물이 이번 전시와 함께 1층 전시실에 전시될 예정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더욱 확장한다.
정영헌 보문복지재단 동곡뮤지엄 이사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동학농민혁명의 열기와 정신을 예술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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