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다란 대단지 아파트와 즐비한 상가시설, 대형 아울렛이 북적이는 수완지구 한복판에는 사뭇 이질적인 건축물이 있다. 대형 아울렛 인근에 자리한, 장덕동 근대한옥으로 불리는 건축물이 그것이다.
지금은 택지 개발로 사라진 지번인 광산구 장덕동 527번지에 자리했던 가옥이다. 지난 2004년 수완지구가 만들어지며 헐릴 위기에 처했지만 이 가옥의 후손들이 필사적으로 지켜낸 결과물이다.
이 가옥은 효령대군의 손자인 율원군 후손들이 1920년대 지어 거주한 주택이다. 근대기에 지어진 한옥이지만 전통 구조와 기본 양식을 유지하며 근대 기술과 재료를 사용했다.
한 일(一)자의 본채와 대문채로 구성돼 있고 하마비(下馬碑)와 율원군 유허비(遺墟碑)가 남아있다.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게 된 장덕동 근대한옥은 2004년 12월, 근대적으로 변용한 전통 가옥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이곳은 시민 문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근대 한옥이라는 공간성을 바탕 삼아 전통 공연과 한옥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지며, 주체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이끌어가기 위한 인문학당인 시민자유대학 등이 이곳을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광산구에 또 있다. 하남동에 자리한 김봉호 가옥이다.
2000년, 하남지역을 개발할 당시 이 집의 주인인 김봉호씨가 광주시장을 찾아가 문화재 지정을 의뢰하며 지켜낸 집이다. 1940년대에 건립된 가옥으로 여타 근대 한옥에 비해 최근의 건축물이지만 당시 건립된 전형적 농촌가옥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일(一)자의 안채와 문간채, 헛간, 우물, 돈사(豚舍)와 계사(鷄舍), 잠실(蠶室)을 두고 있으며 특히 안채 경우는 큰 방과 대청, 건넌방 위에 대청 다락(공루)이 설치돼 있는데 당시 대개 1칸 정도로 설치됐던 것에 비해 규모가 크고 높이가 높다. 이 공루는 이 집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나다.
특히 이 가옥은 농촌가옥이지만 상류층 가옥에 비해 손색 없는 공간 배치와 건축 재료 등이 주목된다. 또 농사에 쓰였던 각종 농기구와 생활용품 등이 잘 보존돼 있어 민속학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지켜진 김봉호 가옥에서는 현재 광산구가 '농가의 사계' 등 농촌가옥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 가옥을 시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해당 가옥 뿐만 아니라 근대 한옥의 아름다움, 우리 지역 한옥의 특징과 가치 등을 직접 체험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한다.
같은 시기 지어진 농촌 가옥들이 인구소멸로 사람이 떠난 후 점차 폐허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봉호 가옥이 갖는 의미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한옥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축물은 양림동의 이장우 가옥이다. 이 가옥 또한 근대화 시기의 가옥으로 정병호가 1899년 안채를 짓고 1935년 문간채를 만든 집이다. 이후 1965년 이장우 박사가 매입해 사랑채와 행랑채, 곳간채를 완성한 가옥으로 원형 보존이 잘 되어 있고 아름다운 정원을 갖추고 있다.

이곳의 안채는 기역(ㄱ)자 형태이며 부속채가 많고 대지가 넓은 상류층 가옥이다. 1989년 광주시 민속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바 있으며 곳간채는 화재로 소실됐다가 2009년 복원되기도 했다.
현재 가옥 소유주는 해인학원이다. 해인학원은 지난해부터 가옥을 상시 개방하며 시민은 물론이고 광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우리 지역 근대 한옥의 특징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양림동과 그 인근에는 웅장함을 자랑하는 몇몇 고택이 있으나 거주 중이거나 여타의 이유 등으로 개방되지 않고 있어 양림동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이장우 가옥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근대기 지어진 한옥들은 지역 한옥의 전통은 유지하면서도 근대기의 기술과 재료를 충분히 활용해 우리 삶에 알맞게 변용했다는 점에서 지역과 시대 특성을 담아낸 우리 주변의 소중한 자산이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아시아·유럽 휩쓴 화제작 광주극장에 영화 '달팽이의 회고록' 스틸컷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 일본, 스페인 출신 신예 감독들의 신작이 잇따라 개봉해 시네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광주극장의 이달 개봉작은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해피엔드', '달팽이의 회고록' 등이다.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스틸컷23일 개봉하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 출신의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이 작품으로 파얄 카파디아 감독은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인도 여성 감독이 됐다.인도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빛과 어둠, 상처와 치유, 연대와 독립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주인공 프라바와 그의 룸메이트 아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저명한 영화지 '사이트 앤 사운드'와 '필름 코멘트'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1위에 올랐다.영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스틸컷같은 날 개봉하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는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고 유로파 시네마 라벨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의 스페인 코미디 영화다. 호나스 트루에바 감독은 '어거스트 버진', '와서 직접 봐봐' 등의 작품을 통해 유럽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다.14년을 사귄 연인이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이별 파티를 계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별 파티라는 이벤트를 통해 관계의 진실에 접근해 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유쾌면서도 진지하게 그리는 가운데 헤겔, 니체 같은 근현대 철학부터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와 베리만 같은 영화 거장까지 '관계'를 논하는 두터운 레퍼런스들이 지적, 정서적 호기심을 자극한다.영화 '해피엔드' 스틸컷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해피엔드'는 고(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 네오 소라 감독의 첫 장편극 영화다. 지난해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프리미어 개봉했으며, 국내에서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났다.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억압적인 학교와 반항하는 고등학생들의 대립을 그린다. 친구 사이인 유타와 고우가 교장의 접대 장면을 목격하고 교장의 차에 장난을 치며 벌어지는 사건이 담겼다. 전체 일본 사회의 축소판을 학교를 통해 보여주며, 독재와 억압을 정당화하는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재일교포 출신인 고우가 교장으로부터 차별적인 발언을 듣는 등의 장면을 통해 일본인이 아니면 불이익을 주고 반항하는 이들을 공권력으로 억누르는 사회를 비판한다.같은 날 관객들을 맞이하는 '달팽이의 회고록'은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대가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신작이다.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삼부작의 삼부작(Trilogy of Trilogies)' 기획 중 7번째 작품으로, 앞서 감독은 전작 '하비 크럼펫', '메리와 맥스' 등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신작 '달팽이의 회고록'은 거듭 덮쳐오는 불운한 운명 속에서도 인생의 희망을 찾아가는 그레이스의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 그레이스는 잔잔하고 외로운 일상 속 괴짜 할머니 핑키를 만나 우정을 쌓으며 다시금 인생의 희망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8년의 기간이 소요되고 7천여 개의 오브제, 13만5천 장의 캡처로 담아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또한 AI와 CG가 일절 사용되지 않은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연출과 제작에 열정을 쏟은 작품이다.관람료와 상영 시간표 등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 벽진서원, 화정남초등 대상 선비 체험 인성교육 호응
- · 다큐 '어른 김장하' 입소문 타고 인기몰이
- · '더 나은' 영화로 만들어가는 '더 나은' 삶
- · 적벽의 비경에 '탄성', 방랑시인의 매력에 '풍덩'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