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신학대 교정 '가을의 기도'
탄생 100주년 기념 '절대고독'
다형 시상·커피사랑 구석구석에
사직공원에도 지역 시인 기려
12개 설립했으나 관심은 '저조'

[마을 문화원형의 재발견 ③] 양림동 김현승 시비(詩碑)
양림동에는 '절대 고독' 시비뿐만 아니라 김현승 시비가 하나 더 있다. '절대고독' 시비와 멀지 않은 호남신학대 음악관 앞에 지난 2007년 세워진 '가을의 기도' 시비다. 이 시비는 양림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후배 문인 모임인 김현승시비건립추진위가 세운 것으로 '김현승 시비'하면 가장 상징적으로 떠올리는 시비이다.

양림동은 김현승에게 '고향'이다. 그의 탯자리는 평양이나, 7살 무렵인 1919년부터 광주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평양 유학 시절 그는 '나의 고향은 따스운 전라도의 남쪽 광주이다. 이 광주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양림동이다'며 광주를 그리워하곤 했는데 그의 광주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읽힌다.
1930년대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김현승은 선배 문인들의 찬사로 일찍이 시단에 이름을 알리게 됐고 이후로 많은 시상의 변화를 보여왔다.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던 그는 허무, 고독과 같은 근원적 문제에 접근했으며 이후 현실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다 고독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조선대 교수로 1951년부터 8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 1960년부터 1975년까지 그의 모교인 숭실대에서 그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교편을 잡았다. 그가 배출한 문인들만 해도 한국 문학사를 대표하는 이들로 문병란, 손광은, 윤삼하, 문순태, 박성룡, 박봉우, 이성부, 조태일 등 서른 명이 넘는다.
특히 그는 커피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목회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선교사들과 교류를 가지며 자연스럽게 커피를 접하게 되면서다. 그의 커피 사랑은 시대를 관통해 젊은 친구들도 '다형'을 한 번쯤 들어보게 했다.
그를 기리는 다형다방이 양림동에서 한참 동안 운영됐었다. 현재 그 자리에는 육각커피가 들어섰으나 이곳 또한 다형의 이름을 붙인 커피와 원두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그이지만 그의 커피 사랑은 커피로, 그의 시상은 시비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광주에는 지역 출신 시인들의 시어를 새겨낸 시비가 30~40개 정도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외공원, 선교동 너릿재공원 등에 시비가 세워져 있으며 그중 많은 시비가 사직동과 양림동에 걸쳐있는 사직공원에 설치돼 있다.
가장 먼저 세워진 시비는 광주공원의 김영랑, 박용철 시비다. 1970년 11월 설치된 두 시인의 시비는 나란히 세워져 있는데 각각 '모란이 피기까지는' '떠나가는 배'가 새겨져 있다.

사직공원에 세워진 시비는 총 12개다. 1974년 4월 김덕령 시비를 시작으로 같은해 10월 송순·윤선도·정충신·김인후·이순신의 시비가 세워졌다. 20년 후인 1994년 2월에는 임제·이동주·박봉우·이수복·박상의 시비가 사직공원 곳곳에 설치됐으며 김현승 시인의 시 '눈물'이 새겨진 책 모양 조형물도 팔각정 인근에 만들어져있다. 이들은 가사문학의 발상지인 광주·전남을 있게 한 이들부터 한국 근현대 문학계에서 내로라하는 지역 출신 시인들까지로, 이들의 작품 또한 국민 누구나 알법한 것들로 지역 출신 시인들의 면면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비 그치면/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로 시작하는 이수복의 '봄비'는 첫 구절만 봐도 낯익은 이들이 많은 작품으로 교과서에 한동안 실린 바 있다. 이수복은 1924년 함평 출생으로 위의 작품인 '봄비' 등을 서정주가 추천해 등단했다. 전통적 서정시를 보여온 이수복은 광주와 전남에서 교직 생활을 하기도 했다.

'조선의 창호지에/눈물을 그릴 수 있다면/하늘만큼 한 사연을…(후략)'은 80년대 독재에 항거한 박봉우의 시 '조선의 창호지'다. 김현승의 첫 제자이자 광주 동구 출신인 그는 '민족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같은 훌륭한 작품이 담긴 시비가 곳곳에 자리함에도 불구하고 순수 문학에 대한 관심 저조, 활용 방안 부재 등으로 인해 시비에 대한 시민 관심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지난 2004년 당시 광주문인협회가 주도해 '시비 닦기 운동'을 한 달에 두 차례씩 1년 동안 펼친 바 있다. 당시에도 시비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고 시비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같은 상황서 시비 닦기 운동은 당시 지역 문인뿐만 아니라 시민, 언론 등의 관심을 환기하는데 성공했으나 1년여의 사업이 종료된 이후 관심은 빠르게 식어갔고 이후로도 여전히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시비는 자칫 작은 조형물쯤으로 여겨질 수 있다. 허나 한 시인의 삶과 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서려있다는 점에서, 예향 광주 명성을 잇는 소중한 문화자원이라는 점에서 시비 또한 문화원형으로 보고 이에 대한 다각도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사진=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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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풀어낸 한국화의 다채로운 시선
‘5인의 시선전’이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에서 9~15일 열린다.
한국화의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전시가 예술의 거리에서 열리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작가마다 다른 재료와 표현 방식으로 자연을 풀어내며 한국화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준다.한국화전 ‘5인의 시선’이 9~15일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무등갤러리에서 열린다.이번 전시는 그동안 한국화를 매개로 뜻을 함께 해 온 다섯 명의 한국화 작가들이 뭉쳐 마련했다. 현암 홍정호와 준초 김용국, 송덕 박진수, 유정 임정임, 소현 홍정남이 그 주인공으로 약 2년 전부터 함께 전시를 기획했다.홍정호 작가는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작가들로 ‘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재밌는 전시를 함께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며 “급하게 준비하기 보다는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차근히 2년 동안 준비해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들의 대표작 80여 점을 선보인다. 이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만큼 각자, 또 함께 전시를 구성하며 한국화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100호 크기의 대작부터 소품까지 작품 크기도 다양하다.전시장에 들어서면 홍정남, 박진수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홍정남 작가는 채색을 중심으로 우리 자연의 찰나를 포착해 계절마다의 기억과 감각을 환기시키며 서정적인 여운을 남긴다. 박진수 작가는 우리 산하의 장엄함을 수묵담채로 구현해 먹의 농담과 여백이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풍경 속에 자연의 웅대한 기운을 녹여낸다.안쪽 가장 깊은 곳에는 홍정호 작가의 작품이 시선을 빼앗는다. 강렬한 색감을 사용해 자연의 이미지를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작가 내면의 이미지로 치환해 단순화한 작업으로 기운생동함이 느껴진다. 먹만을 사용한 김용국 작가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먹으로 우리 강산과 소나무, 동물 뿐만 아니라 광활한 우주 속 유성까지를 담아낸 많은 수의 작품이 에너지를 뿜는다. 임정임 작가는 먹을 기반으로 분채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한국화의 확장성을 실험한 작업을 선보인다. 일상적이지 않은 색감을 사용해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보이는 작업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5인의 작가들은 “자연을 공통 소재로 하면서도 각자의 다채로운 작업을 통해 한국화의 다양함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했다”며 “많은 분들의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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