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심사평] 암담한 현실 끊임 없이 나아가는 서사 감동

입력 2024.01.01. 16:19 김혜진 기자
은미희 소설가

심사평 - 은미희 소설가

독서인구는 줄어들었지만 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시들지 않았다. 이번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투고된 소설의 응모편수 또한 적지 않다. 이 어려운 시기에, AI가 쓴 소설들이 독자를 유혹하고 있는 시대에 아직 소설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부족해보였다. 소설에서 문장은 기본인데, 밀도가 있거나 안정된 문장을 가진 작품이 적었고, 서사와 짜임새 역시 아쉬웠다.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다가도 얼마가지 못해 처음의 긴장과 의도를 잃고 엉뚱한 서사로 흐르거나 결말역시 실망스러운 작품도 많았다.

많은 작품가운데 우선 '러닝'과 '어느 고요한 날의 일''화석은 알고 있다' '아가미 없는 물고기'를 골랐다. '아가미 없는 물고기'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주인공이 자신이 처해있는 위태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불안하면서도 불안정한 삶을 더 세밀하게 드러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화석은 알고 있다'는 상징과 알레고리를 가져와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돋보였다. 수련을 많이 했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어딘지 도식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끝까지 남은 것은 '러닝'과 '어느 고요한 날의 일' 두 작품이었다. 두 작품 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고, 아버지와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러닝'은 집을 나간 아버지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모셔오는 이야기인데, 그 아버지는 병이 깊어 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고요한 날의 일'은 치매 걸린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로, 등장인물들의 불안한 심리를 잘 묘파해 냈다. 끝까지 긴장을 잃지 않고 안정된 문장으로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두 작품이 같다. 고심 끝에 '러닝'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암담한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려고 하는 주인공의 몸짓이 희망을 품게 했다. 그 암중모색의 희망이 소설을 당선작으로 추켜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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