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시를 시작하는 이들의 시를 읽는 것은 하얀 눈이 쏟아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창밖에 숲으로 들어가는 작은 오솔길이 있고 발자국 두 개가 나란히 찍혀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게 됩니다. 숲 안에 내가 꿈꾸는 신비한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1천79편의 시를 읽어 가는 동안 어지러운 세상살이 속에서도 우리들의 시는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유혜진씨의 '속옷을 사러 갑시다' 따뜻히 읽었습니다. '내일 속옷을 사러 갑시다 / 모레도 살아 있을 우릴 위하여' 라는 진술이 핍진한 우리들의 삶에 희망을 줍니다. 스케치처럼 다가오는 희망의 풍경들이 좀 더 웅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임준표씨의 서정시편들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불면' 속에 스민 눈 속을 울며 찾아오는 이의 이미지는 오늘 우리 시에서 보기 힘든 정서입니다. 이 이미지 속에 보다 맑고 신비한 새로운 시대의 샘물을 빗기 바랍니다. 고등학생인 양유민님, 그림과 함께 쓰여진 시가 따뜻하고 섬세했습니다. 양유민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한국 시단에서 곧 볼 날이 있을 것입니다
제 손에 최종적으로 남은 시 두 편이 있었습니다. 전규씨의 '마카롱'과 홍다미씨의 '젠가'를 읽어가는 내내 가슴의 설레임과 함께 찾아오는 선택의 압박이 있었습니다. 두 시 모두 쉽고, 사랑스럽고, 세계에 대한 자기 선언이 있었습니다. '슬픈 시는 싫어 근데 쓰다보면 슬픈 시가 돼' 로 시작되는 시는 '자금성에는 나무가 없고 일본 마루는 밟을 때마다 새가 울어서 시시해'라고 얘기합니다. 모든 시시한 풍경 속에 세계의 미학을 찾고자 하는 전규씨의 유니크한 시를 곧 볼 날이 올 것입니다. '젠가'를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는 우리 시대가 간직한 쓸쓸한 삶의 깊이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해 놓았다는 점과 함께 새해 아침 신문에 발표된다는 신춘문예의 특성도 고려되었습니다. 홍다미씨의 시 세계가 보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인간의 시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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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류현경·배우 염혜란 광주극장에
영화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 스틸컷
광주극장이 새해를 맞아 다채로운 행사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화제작의 관객과의 대화(GV)부터 역사의 이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시사회까지 스크린 안팎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됐다.오는 17일 오후 2시에는 영화 '고백하지마'의 GV가 열린다. 이 작품은 배우 류현경의 장편 영화 감독 데뷔작으로, 연출뿐만 아니라 출연, 편집, 배급,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제작의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프로젝트 매니저'형 영화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영화 '고백하지마' 스틸컷영화는 장편영화 '하나, 둘, 셋, 러브' 촬영 현장에서 배우 충길이 현경에게 고백하며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상황을 담고 있다. 현실과 연기의 경계가 무너지는 찰나와 류현경 감독 특유의 재치가 돋보이는 순간들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특히 이날 행사에는 류현경 감독과 더불어 영화 '어쩔수가없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등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엄혜란 배우가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해 두 배우의 깊은 인연과 영화 제작 뒷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전망이다.이어 22일 오후 5시에는 하이브리드 역사 다큐멘터리 극영화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의 광주 특별 시사회가 개최된다.영화는 1979년 10.26 사건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1946년부터 1980년까지 김재규, 박정희, 장준하 세 인물의 첫 인연부터 마지막 운명까지를 역사적 사실과 함께 추적하며 사건의 전후 맥락을 종합적으로 통찰한다.독립영화사 리얼곤시네마가 제작하고 '1026: 새로운 세상을 위한' 함께보기 시민연대가 주최하는 이번 시사회는 무료 관람으로 진행된다. 영화 상영 후에는 감독과 주요 출연진이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관람료와 상영 시간표 등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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