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쓸쓸한 삶의 깊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

입력 2024.01.01. 15:59 김혜진 기자
곽재구 시인

새로 시를 시작하는 이들의 시를 읽는 것은 하얀 눈이 쏟아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창밖에 숲으로 들어가는 작은 오솔길이 있고 발자국 두 개가 나란히 찍혀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게 됩니다. 숲 안에 내가 꿈꾸는 신비한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1천79편의 시를 읽어 가는 동안 어지러운 세상살이 속에서도 우리들의 시는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유혜진씨의 '속옷을 사러 갑시다' 따뜻히 읽었습니다. '내일 속옷을 사러 갑시다 / 모레도 살아 있을 우릴 위하여' 라는 진술이 핍진한 우리들의 삶에 희망을 줍니다. 스케치처럼 다가오는 희망의 풍경들이 좀 더 웅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임준표씨의 서정시편들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불면' 속에 스민 눈 속을 울며 찾아오는 이의 이미지는 오늘 우리 시에서 보기 힘든 정서입니다. 이 이미지 속에 보다 맑고 신비한 새로운 시대의 샘물을 빗기 바랍니다. 고등학생인 양유민님, 그림과 함께 쓰여진 시가 따뜻하고 섬세했습니다. 양유민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한국 시단에서 곧 볼 날이 있을 것입니다

제 손에 최종적으로 남은 시 두 편이 있었습니다. 전규씨의 '마카롱'과 홍다미씨의 '젠가'를 읽어가는 내내 가슴의 설레임과 함께 찾아오는 선택의 압박이 있었습니다. 두 시 모두 쉽고, 사랑스럽고, 세계에 대한 자기 선언이 있었습니다. '슬픈 시는 싫어 근데 쓰다보면 슬픈 시가 돼' 로 시작되는 시는 '자금성에는 나무가 없고 일본 마루는 밟을 때마다 새가 울어서 시시해'라고 얘기합니다. 모든 시시한 풍경 속에 세계의 미학을 찾고자 하는 전규씨의 유니크한 시를 곧 볼 날이 올 것입니다. '젠가'를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는 우리 시대가 간직한 쓸쓸한 삶의 깊이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해 놓았다는 점과 함께 새해 아침 신문에 발표된다는 신춘문예의 특성도 고려되었습니다. 홍다미씨의 시 세계가 보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인간의 시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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