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시의 몸을 만드는 일은 즐겁고도 고단한 것"

입력 2024.01.01. 16:06 김혜진 기자
홍다미 시 부문 당선자

올려다봅니다. 한 번도 건너본 적 없던, 매달리면 흩어지던,

운동장 한쪽에는 구름사다리가 있어요. 건너간 친구들은 모두 귀가했고, 나는 높이를 가늠해봅니다. 봉을 밟고 올라서서 매달려봅니다. 뻗어 있는 곳은 귀가의 방향, 내 두 다리는 바닥을 벗어납니다. 왼팔로 견디며 흔들거리며 오른팔을 뻗는 동안 사다리는 머리 위 구름의 자세로 손을 내밉니다. 잡는 순간 놓아버릴 것만 같은, 미끄럽고 차가운,

모래놀이, 오징어, 시소, 타이어는 바닥에 놓여 있고 나는 공중에 매달려 있어요. 매달린 손바닥이 뜨거워집니다. 저 건너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고, 한 칸씩 나아갈수록 사다리는 길어집니다.

두 팔을 두고 돌아왔어요.

종일 카페에 앉아 동작을 연습해봅니다. 한 팔로 매달려 버둥거리며 왼팔 오른팔을 옮겨가는 연습, 긴팔원숭이가 되어 정글을 날아다니는 연습, 나뭇가지를 타고 둥글게 휘어집니다. 매달리는 동작이 흘러가는 감각으로 변할 때까지, 쓰고 지우고 손을 바꿔가며 고쳐 쓰다가 나는 구름과 사다리를 분리해봅니다.

구름과 사다리는 구름, 사다리, 비, 사다리, 자꾸 나를 건너갑니다. 뻗어야지, 놓아야지, 붙잡아야지, 젖고 미끄러지면서 운동장의 몸이 길어집니다.

시의 몸을 만드는 일은 즐겁고도 고단한 것 같습니다. 최종심에 이름이 오르길 몇 해, "난 할 수 있어"와 "내가 할 수 있을까" 사이에서 기우뚱거리다가 쏟아지고 홀가분해졌을 때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는 꿈만 같았습니다. 알고 있어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요.

詩 옷의 첫 단추를 지어주신 마경덕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중앙대 문예 창작 전문가 과정을 통해 많은 깨우침이 있었어요. 김근, 황인찬, 이병일, 임정민, 이지아, 류근 교수님 감사합니다. 예리한 시선으로 서로의 보풀을 떼어내 주고 형태를 고민하면서 주경야독해 온, 각자의 확고한 시 세계를 꿈꾸는 시동인<자몽>? 문우들과 오래오래 함께할 겁니다. 빈틈을 메워주고 응원해 준 남편과 딸, 아들 그리고 시어머니 황순예 여사님 고맙습니다. 친정엄마 우옥이 여사님 존경합니다.

무등일보사 관계자님들과 견고한 구름사다리의 손 내밀어 주신 심사위원님께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홍다미?강원도 삼척 출생.

▲ 춘천교대 미술교육과, 강원대 교육대학원 심리학 전공.

▲ 중앙대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2년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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