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무등예술제 미술·글쓰기 수상자·당선작
■미술 수상자 명단
◇최고상 ▲백서우(초등부 1·2·3) ▲오은서(초등부 4·5·6) ▲변승희(중)
◇금상 ▲안예슬(유치부) ▲이가민(초등부 1·2·3) ▲황민서(중) ▲김희서(고) ▲김수민(고) ▲임형진(고)
◇은상 ▲이소은(초등부 1·2·3) ▲장도규(초등부 1·2·3) ▲황희상(초등부 1·2·3) ▲진서윤(초등부 1·2·3) ▲전다빈(초등부 1·2·3) ▲장다영(초등부 4·5·6) ▲박예은(초등부 4·5·6) ▲이채원(중) ▲정지운(고)
◇동상 ▲김효경(초등부 4·5·6) ▲문자연(초등부 4·5·6) ▲정한별(중)
◇장려상 ▲강라희(초등부 1·2·3) ▲구나윤(초등부 1·2·3) ▲김주하(초등부 1·2·3) ▲방도윤(초등부 1·2·3) ▲안재윤(초등부 1·2·3) ▲이주아(초등부 1·2·3) ▲정규원(초등부 1·2·3) ▲김가은(중) ▲박가온(초등부 4·5·6) ▲박민서(초등부 4·5·6) ▲박채연(초등부 4·5·6) ▲김지수5(초등부 4·5·6) ▲김지수6(초등부 4·5·6) ▲신재은(중) ▲조민지(중)
■?글쓰기 수상자 명단
◇최고상?▲권희준(초등부 1·2·3) ▲백다현(초등부 4·5·6) ▲최아원(중) ▲장인서(고)
◇금상 ▲진서윤(초등부 1·2·3) ▲구교준(초등부 4·5·6) ▲김가은(중) ▲유서연(고)
◇은상 ▲백은설(유치부) ▲정규원(초등부 1·2·3) ▲김세권(고) ▲송해찬(고) ▲이재희(고) ▲정수연(고) ◇동상 ▲백건호(초등부 1·2·3) ▲김유하(초등부 4·5·6) ▲김채은(초등부 4·5·6) ▲송단오(초등부 4·5·6) ▲김정우(고)
◇장려상 ▲김주하(초등부 1·2·3) ▲권가람(초등부 4·5·6) ▲김민지(고) ▲오서진(고) ▲전은경(고)
■미술 최고상 수상작
■글쓰기 최고상 수상작
글쓰기 부문 중등부 최고상
글을 사랑하는 나에게/최아원(매성중 3학년)
마르지 않은 앞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신경질적으로 우산을 접었다. 동생은 연신 천진하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황금같은 휴일이었다. 모처럼 학원도 가지 않는 토요일, 하지만 동생의 대회 탓에 팔자에도 없던 박물관에 끌려오고 만 것이다. 귓가에 엄마의 부탁이 메아리쳤다.
"어차피 너도 입시 준비하는 김에 나가보는거지, 머리 좀 식히고 와."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접수처에 가 하얀 종이를 받았다. 동생은 시제에 대해 연신 쫑알거렸다. 마냥 즐거워보였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글쓰기 좋은 곳을 찾아갔다. 종이가 빗물에 젖어 눅눅해졌다. 차라리 종이가 찢어져버렸으면 좋겠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글쓰기라면 지긋지긋했다. 나는 콧잔등을 찡그렸다.
동생을 구석에 앉혀두었다. 글을 구상할 겸사겸사 전시실을 돌고 올 생각이었다. 유물이 전시된 회실은 고즈넉했다. 서늘한 냉기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고개를 대충 돌리며 유물들을 훑었다. 광주에 살 시절, 몇십번은 왔던 곳이었다. 주말이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놀이공원 대신 박물관에 가자 조르는 아이가 나였으니까. 그 무렵 내 얼굴은 반짝이는 미소로 빛났다. 유리창에 반사된 내 얼굴을 보고 우뚝 멈춰섰다. 둥글게 말려들어간 어깨, 불만이 가득한 검은 눈, 축 내려간 입꼬리의 단발머리가 보였다.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볼품없이 구겨져버린 열여섯의 나를 마주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언젠가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할 때마다 목이 메였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다짐할 무렵이었다. 글을 쓰는게 마냥 즐거웠다. 어릴적 박물관을 다녀오면, 유물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적은 소설 덕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논픽션이었다.
그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지! 사건들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니까?"
화면 너머로 들려오는 호통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까지 수정해와, 필사하는 것도 잊지 말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깜빡거리는 검은 막대기와, 흰 바탕을 번갈아 바라봤다.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혼나지 않으려면 후다닥 고쳐야했다. 설령 그것이 내가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도 말이다. 무언가를 상상해서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방정식을 풀 듯 참에 근접해지게 인물과 사건을 움직일 뿐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적고 싶은 글은 삐뚤한 졸작이었으니까.
전시실을 계속 걸었다. 어느새 막다른 길에 와닿았다. 마지막 유물이 보였다. 나는 밑에 적혀진 해설을 힐긋 보았다. 어릴 때처럼 무릎을 굽혀 읽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릴 땐 이것만 읽어도 온갖 이야기들이 줄줄이 떠올랐는데, 입술을 끌여당겨 쓴 웃음을 지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지루한 사람이 되었지…."
작게 속삭였다. 해설이 적힌 판을 손으로 연거푸 쓸었다. 그러자 옛날의 소설들이 서서히 튀어올랐다. 하나같이 유치하고 터무니 없는 망상거리였다. 하지만 펜을 쥐던 그때의 눈은, 원고지를 꺼내오던 작은 손은 늘 즐거움에 한껏 젖어있었다. 소설을 다 쓰고 친구들이랑 돌려보기도 했다. 몇몇 편은 반응이 좋아고 몇십편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그런대로 즐거웠다.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글을 쓰는 자체가 행복했으니까. 글쓰기는 나에게 상상 이상의 행복을 선물해주곤 했으니까.
몸을 일으켜 다시 유리창을 바라봤다. 여전히 볼품없는 열여섯이 보였다. 가방을 뒤적여 원고지를 꺼냈다. 평소라면 구상부터 썼겠지만, 배운대로 정답에 근접한 글을 쓰기 위해 발버둥 쳤겠지만, 나는 가벼운 손놀림으로 펜을 꺼내들었다. 어쩐지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박물관을 눈에 담으며 첫 문장을 시작했다. 정답이 아니어도 좋았다. 괴상한 오답이여도 괜찮았다.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에 숨을 한껏 내뱉었다.
"원래 글은 이렇게 쓰는거였는데."
웃으며 중얼였다. 속삭임이 전시실을 부드럽게 울렸다. 마치 박물관이 속삭이는 듯 했다.
글쓰기 고등부 최고상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장인서(부산경원고 3학년)
S는 귀를 때리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월요일 아침을 알려주는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S는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맞은 편 거울 속 S의 진한 갈색 곱슬머리가 붕 떠 있었다. S는 TV 전원을 켰다. 기상 캐스터의 날씨 안내가 이어졌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는데요, 우산과 우비를 챙기셔서 미리 방사능에 대비하셔야 겠습니다. 기상 캐스터의 말이 끝나고 S는 아내에게 우산과 우비를 부탁한 뒤 넥타이를 만지기 시작했다. 승진한 뒤 첫 출근이죠? 아내의 들뜬 목소리가 S의 귓가에 기분 좋게 울렸다.
S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사무실 문을 열었다. 사무실 특유의 낯설고 찬 공기가 S의 폐 안으로 깊이 들어왔다. 상사가 살가운 미소로 S를 안내했다. 모니터 앞에 앉은 S의 눈에 벽에 걸린 커다란 문구가 보였다. 방사능 없는 안전한 농산물, 저희에게 믿고 맡겨주세요. S가 다니는 식품 회사의 대표 문구였다.
30년 전부터 시작된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사람들의 생활을 조금씩 비틀어갔다.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며 TV에 나서 해산물을 먹던 사람들은 몇 년 후 암 투병 중이라는 기사로 근황을 알렸다. 빗물에는 방사능이 섞였고, 방사능을 마신 동식물들을 다시 먹으며 자란 인간들은 어느 날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기형아의 수치를 보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사람들은 위기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온몸을 꽁꽁 싸매고, 방사능이 정화된 물을 만들어 비싼 값에 판매했다. 해산물은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바다는 금기의 공간이 되어 한여름에도 텅 빈 채 조용히 파도만 철썩이고 있었다.
손가락 골무를 끼고 서류를 바삐 넘기던 S는 한 자료를 발견하고 손을 멈추었다. 회사에서 유통하는 농작물의 수급처가 적힌 자료였다. 자료를 유심히 살피던 S는 바싹 마른 입술을 여러 번 침으로 뒤덮었다. S의 회사는 방사능이 닿지 않은 안전한 농사물 유통처로 유명했다. 이 사실은 S에게 은근한 자부심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자료 속 정보는 조금 이상했다.
안경을 고쳐 쓰고 다시 보아도 S의 눈에 들어온 자료의 글자는 변하는 일이 없었다. 자료 속 정보에는 방사능을 정화하지 않은 빗물을 맞고 자란 농작물을 싼 값에 파는 곳으로 유명한 수급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S는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배신감이 S의 심장 부근을 꽉 옥죄었다.
S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오늘 하루 종일 비어 있던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S의 시선에 의문이 들어있음을 알아차린 동료가 조용히 말했다. 잘렸어요, J씨. 버벅거리며 이유를 물은 S의 말에 동료가 다시 한 번 대꾸했다. 왜겠어요? 알면서. 동료의 말이 끝나자 사무실은 힘빠진 웃음으로 가득 찼다. 사무실에 울리는 웃음에는 모두 하나같이 공허한 숨이 담겨 있었다. S는 똑같은 얼굴로 똑같이 웃는 동료들을 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동료들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했을 뿐이었다. S는 책상 위 액자 속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S의 아버지는 갑상선암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아버지의 암 소식으로 S의 집안은 점점 기울어졌다. S가 식품 회사에 취직한 이유도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아버지와 집안을 무너지게 만든 방사능을 남은 가족에게 먹이고 싶지 않았다. S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사실을 밝히면 S의 자리는 다른 자리로 채워질 것이었다. 눈을 감은 S의 속눈섭이 파르르 떨렸다. S는 안정적인 가정의 모습을 가진 지금 회사를 버릴 수 없었다.
S는 바다 앞에 서 있었다. 차가운 바닷물이 S의 발치에서 기웃거렸다. S는 천천히 신발을 벗고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바닷물은 S의 발을 자게 감쌌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S는 중얼거렸다. 봐, 멀쩡하잖아. 괜찮을거야, 괜찮을거야 …….
정리=김혜진기자 hj@mdilbo.com
- 광주여성가족재단 딥페이크 사태 긴급토론회 개최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지난 5일 광주지역 3개 여성연합단체(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여성단체협의회, 광주YWCA)와 함께 최근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 사태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은 광주지역 3개 여성연합단체(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여성단체협의회, 광주YWCA)와 함께 최근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 사태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지난 5일 시민마루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회의 발제는 N번방 사태를 추적해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공론화하고 가해자 검거에 공헌한 '추척단 불꽃'의 활동가가 맡았다. 이와 함께 광주시 교육청 성인식개선팀 김수연 장학사, 광주경찰청 성평등 정책 담당 나현정 행정관, 디지털성폭력상담지원을 운영하는 광주YWCA 통합상담지원센터 박혜진 전문상담원이 토론을 진행했다.발제를 맡은 추척단 불꽃의 활동가는 "2019년 N번방 사건 이후, 텔레그램 속 성 착취 생태계는 더 확대됐다는데 기시감이 든다"며 "가해자들은 딥페이크 성착취만 하지 않고 전반적인 여성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행위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나현정 광주경찰청 행정관은 "딥페이크 사건은 광주경찰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경찰에서 이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으나 외국 서버에 기반한 텔레그램의 특성상 그 수사 과정이 쉽진 않은 것으로 안다"며 "현재 경찰로 접수되는 사건들이 다수 있으며 피해자들이 피의자를 적시해서 적극적으로 신고하기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 행정관은 "경찰의 성 평등 감수성은 젠더 폭력 사건과 결부될 때 더욱 그 중요성이 도드라진다"며 "특히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경찰의 수사 전문성을 제고시킴과 동시에 성 평등 감수성을 높이에 대한 교육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광주시교육청 김수연 장학사는 "교육청은 딥페이크 대응 TF 팀을 운영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대응 방안, 피해 학생 및 교원 보호 조치 방안 등을 상시 논의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광주여성가족재단은 지난 5일 광주지역 3개 여성연합단체(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여성단체협의회, 광주YWCA)와 함께 최근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 사태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딥페이크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말해주듯 9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토론회는 플로어에서도 다양한 건의와 토론이 이뤄졌다. 한 참가자가 '청소년이 피해자일 경우 부모님께 알려야 수사가 진행되는 문제 때문에 신고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며 '이에 대한 경찰청 대책은 없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하자, 이에 대해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는 "수사지침에 신고 후 7일 이내에만 부모에게 알리면 되고, 수사관들이 부모들에게 수사에 대한 설명을 할 수도 있는데 이를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한 여성 단체 활동가는 "근본적인 문제는 딥페이크와 같은 성범죄를 장난처럼 인식하고 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이나 유희감, 혐오나 보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며 가해자 처벌 강화와 포괄적 성교육 강화만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좌장을 맡은 임수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토론회 준비를 위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다 보니 우리나라 딥페이크 가해자 및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 기준이 너무 낮다"며 "갈수록 심각해지는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 강화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 광주아이키움 플랫폼 만족도조사
- · 유쾌한 문화난장 '광주프린지페스티벌' 개막
- · 충장프렌즈 탄생 1주년··· "소덕이 집들이에 초대합니다"
- · 거문고산조와 춘향가 판소리의 멋들어진 소리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