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걸맞은 브랜드 만들고 경험과 감동 선사해야"

입력 2023.07.19. 18:19 김혜진 기자
순천만정원박람회 흥행몰이 등
전남 선전 중…광주 미흡한 상황
공간 자원·이벤트 효율적 연결
예술+5·18로 무게 덜어내고
대중성·접근성 높은 상품으로
예산 확보·제도적 뒷받침 필수
장기적 관점·단기적 목표 접근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원장은 무등일보와의 대담에서 "지역 관광산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과감한 투자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관광, 지역 경쟁력 씨앗으로 上-전문가 특별 대담]

무등일보 문화관광전문지 아트플러스 창간 10주년을 맞아 광주와 전남의 관광 산업 현주소를 파악해 보고 지역의 자산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조덕진 무등일보 주필은 최근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원장과 대담을 진행, 지역의 관광 콘텐츠의 방향성과 정책적 지원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도시 자산은 강력한 소구 포인트

▲조덕진 무등일보 주필(이하 조)=엔데믹 국면에 전남은 올 상반기 봄 축제를 통해 관광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반면 광주는 여전히 관광 활성화에 애를 먹고 있다. 광주와 전남 관광 상황은 어떤가.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원장(이하 강)= 광주와 전남 관광은 전체적으로 선전 중이다. 국내 여행지 중 전남만큼 많은 여행객을 불러들인 곳이 없다.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비롯해 다양한 축제가 활성화되면서 전남 관광은 활성화됐다.

광주는 관광 활성화가 더딘 것은 사실이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를 계기로 관광 산업을 준비하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올해는 이전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관광 정책들이 시도됐다. 예를 들면 광주비엔날레 티켓과 숙박 패키지 출시나, 광주비엔날레가 다양한 파빌리온 운영을 통해 공간적 확대를 한 것 등이다. 이로 인해 여행객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본다.

▲조= 중소도시로서 문화적 자산을 가졌다는 것은 강력한 힘인데 그럼에도 관광과 연결되지 않아 아쉽다.

▲강= 문화도시에 걸맞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예술을 통해 여행자를 끌어들이고 경험과 감동을 주는 새로운 측면을 보여줘야 한다. 공간 자원이나 이벤트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

▲조= 또 하나 주목할 수 있는 것은 5·18민주화운동과 연계한 다크투어리즘이다. 독일 베를린 경우 역사적 상처가 강력한 문화 관광 상품이 됐다. 상품화를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반성을 예술로 승화하며 상품이 됐다는 측면에서 예술관광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같은 방향에서 광주의 다크투어리즘은 어떻게 가야 할까.

▲강= 광주의 모든 자산은 5·18과 연결된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기에 충분히 여행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그대로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베를린처럼 문화예술이란 창을 통해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때 더 쉽게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다. 예술관광 콘텐츠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저 아름다운 것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국립5·18민주묘지만이 다크투어리즘이 아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크투어리즘이나 5·18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직·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

▲조= 도시가 가진 자산을 엮어내는 것으로 도시를 강력하게 바꾼, 광주가 살펴볼 만한 사례를 하나 들어달라.

▲강= 영국 리버풀 사례가 적합하다. 리버풀은 날만 새면 시위하는 도시였다. 그런 역사를 뒤로하고 1998년 리버풀은 10년 후 유럽 문화수도에 도전할 것을 천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지만 리버풀 비엔날레를 시작했다. 이 비엔날레는 미술관이 아닌 낙후된 지역에서 선보이며 사람들이 발걸음하게 했다. 이 지역엔 점차 상가와 카페 등이 생겨났고 활기가 생겼다.

또 리버풀은 비틀즈의 고향으로 이를 자산으로 잘 활용했다. 비틀즈 뮤지엄 등 비틀즈 이야기를 도시에 풀어내면서 지역별 재생을 활발히 했다. 실제 리버풀은 2008년 유럽 문화수도로 지정되며 과거와는 사뭇 다른 도시가 됐다.


-통합적 관점·지역 간 협력 필요

▲조= 관광 정책을 고민할 때 행정이 어떤 점을 중시하면 좋을까.

▲강= 관광용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은 생명력이 없다. 일본 가나자와는 인구 60만의 작은 도시다. 전통공예도시이기도 한데 문화도시로 아주 명성 있는 도시다. 가나자와 주민들은 '우리의 생활,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현되면 관광객들은 올 것'이라 생각한다. 관광 정책은 최종단계에서 홍보하고 여행객을 불러들이고 이들이 와서 편안하고 쾌적하게 여행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핵심 관광 콘텐츠는 도시계획, 건축, 문화예술 등 다양한 도시 정책들이 꽃 피울 때 가능하다. 통합적인 관광개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관광과나 관광국만 관광 사업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계획, 경관, 자치행정을 기반으로 전체를 아울러야 한다.

▲조= 자치단체장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강= 사업에 걸맞은 예산을 확보하고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 전문성 가진 공무원 채용이나 일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 관광사업은 혼자하는 것보다 연계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협력 사업은 자치단체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 여행객들은 그런 경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안에, 전남 안에서 지역 간 협력 프로젝트가 만들어져야 시너지가 생긴다. 강진과 해남, 영암을 묶은 공통 관광 프로젝트 '강해영'이 그 예시다.

무등일보 문화관광전문지 아트플러스 창간 10주년을 맞아 광주와 전남의 관광 산업 현주소를 파악해 보고 지역의 자산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조덕진 무등일보 주필(왼쪽)과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원장.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편견 넘는 발견 뒤엔 확실한 투자 있어야

▲조= 10년을 바라보고 관광정책에 대한 조언을 더한다면.

▲강= 결국은 관심이다. 자치장이 얼마나 의지를 갖느냐, 우리 지역 자산과 사람들의 잠재력, 가능성을 얼마나 잘 캐치하느냐이다. 광주에서 동구의 움직임은 시사점을 준다. 원도심을 잇는 자원 발굴하고 동네 라이프라는 생활 관광, 도시 내 여러 숙박이나 관광 자원을 연계해서 즐기게 하도록 프로그램화했다. 무등산 일대 인문축제를 통해 무등산 자원을 새롭게 주목하게 했다. 도시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조= 광역단체는 어떤 고민이 필요한가.

▲강= 제대로 된 투자를 해야 한다. 단체장들의 의지는 예산에서 나타난다. 단체장들이 고려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장기적 관점으로 관광도시로서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큰 안목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단기적 목표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 하나는 관광 인프라를 어떻게 갖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우리 지역 숙소나 식당 등 관광정보 디지털화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시대 흐름에 뒤쳐지지 않게, 혹은 앞서서 투자해야한다.

▲조= 콘텐츠적으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강= 우리의 관점, 생각, 편견을 넘어서서 발견해야 한다. 사람들은 지역적이지만 생경한 것을 체험하고 싶어한다. 신안을 보면 퍼플섬 등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공뿐만 아니라 과도 있지만 단순히 관광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지역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혁신이다.

▲조= 마지막으로 정책자 뿐만 아니라 시민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강= 광주와 전남, 특별히 광주 시민 모두가 우리 도시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 10명에게만 '광주 괜찮아 한 번 와봐'라고 이야기하면 1억명 넘는 사람들이 찾게 된다.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 자신감을 더 갖는다면 충분히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정책자들은 경관, 도시 전체 경영과 관광을 통합적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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