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미디어리터러시
최근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수상작 '윤석열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보리스 존슨 열차'(이하 보리스열차)를 그린 스티브 브라이트 작가는 "표절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문체부는 표절 시 수상을 취소하겠다고 했고, 무분별한 표절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절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이다. 현재 논문 표절은 '유사도 검사'라는 분석 시스템을 통해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차와 같은 시각적 창작물의 경우 검증할 기준안이 없다. 그러나 어떤 학문이든 있는 그대로를 '분석'하면 검증할 수 있다. 분석이란 '나눌 분(分)' 자에 '쪼갤 석(析)' 자처럼 나누고 쪼개서 비교하는 것이다. 이미지를 분석하는 방법은 이미지의 형식을 비교분석하는 '형식분석법(Form Analysis)'과 이미지의 내용을 비교분석하는 '내용분석법(Content Analysis)'이 있다.
참고로 2019년 영국 보리스 총리와 최근 한국 대통령의 내용은 관련이 없기에 본 검증에서는 '형식분석법' 위주로 검증한다. 이미지의 형식분석법은 '캐릭터'와 '배경', 그리고 '구도와 기법' 등으로 나누어지고, 캐릭터는 다시 '메인'과 '서브', '엑스트라' 등으로 구분된다.
보리스열차의 메인 캐릭터는 '토마스와 친구들'의 주인공 '토마스 기관차'의 둥근 얼굴을 보리스 존슨의 얼굴로 대입했고, 윤석열차는 윤석열 대통령 얼굴로 대입했다. 이와 같은 대입을 '패러디(Parody)'라고 한다. 또한 보리스열차는 석탄을 실은 화물용이고, 윤석열차는 사람을 태운 여객용으로 기차의 용도가 다르다. 기차의 앞부분과 바퀴 형태, 연통의 위치도 각각 다르다.
서브 캐릭터를 살펴보자. 보리스열차에는 트럼프와 그의 책사 로저스톤이 화물칸 위에서 석탄을 넣고 있다. 윤석열차는 조정석에 영부인이 있고, 객실의 창문 밖에 검사들이 칼을 들고 있다.
엑스트라 캐릭터에서 보리스열차는 보리스와 경쟁한 정치인들(리시 수낙, 사지드 자비드, 마이클 고브)이 기차의 좌우와 앞쪽으로 튕겨 나가는 구도이지만, 윤석열차는 4인 가족이 기차 앞쪽으로 도망가는 모습이다.
보리스열차가 철길을 탈선하는 모습 역시 윤석열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두 작품의 배경을 비교해 보자. 보리스열차의 배경은 초록색 초원만 보인다. 반면 윤석열차의 배경은 왼쪽에 나무가 있고, 맨 뒤쪽에 용산청사 등이 파괴되는 모습이 보인다. 우측 하단에 작품명이 있고 윤석열차 끝에 느낌표 형태로 구두 자국을 넣었다. 고3 작가의 섬세함과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이와 같은 비교분석 결과, 윤석열차는 토마스 기관차의 패러디 기법, 2점 투시도와 전체 비율이 비슷한 점 이외에 표절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재창작' 작품이 확실하다. 이는 스티브 브라이트 작가의 의견과 일치한다. "증기기관차가 유사할 뿐, 절대 표절이 아니다. 오히려 뛰어난 기술을 칭찬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저작권법 제5조 "원저작물을 변형·각색·영상제작 등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이다. 원저작물을 활용하더라도 창의적 개성이 추가되면 '2차적 저작물'로 인정된다. 예컨대 기차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 '꼬마기차 띠띠뽀', '기차로봇 트레인', '델타 트레인' 등이 이에 해당된다.
윤설열차가 '표절'이라면 위의 사례와 구글 검색을 통한 수많은 카툰들도 표절일 것이다. 혹여 또 다른 논란거리가 있다면 '이미지 비교분석법'으로 검증하기를 제안한다.
'초록색 신호등'을 '파랑색 신호등'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초록색도 종류가 다양하다. 12색 물감도 있지만, 전문가용 96색 물감도 있다. RGB 칼라의 수는 1천677만7천216 가지이다. 창작이란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다채로운 빛과 같은 것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 [칼럼] AI 역사에서 흑역사가 중요한 이유-(36) AI의 개념 및 역사. ■김경수의 미디어리터러시-(36)AI 70년 역사에서 최초의 AI 연구는 1950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계산기계와 지능'이란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앨런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파격적인 질문과 함께 기계의 지능 보유 여부를 판별하는 '튜링테스트(Turing-Test)'를 최초로 제안했다.AI의 개념은 AI 안에 '머신러닝(ML)'이 있고, 그 안에 '딥러닝(DL)'이 있다. AI는 포괄적 개념이고,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기계 학습'이며, 딥러닝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 학습'이다.1960년대와 1970년대의 AI는 컴퓨터 비전과 기본 인식 패턴에 대한 기초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프로그래밍 언어와 로봇, SF영화 등을 중심으로 기대감을 올렸지만, 열약한 컴퓨터 성능의 한계에 부딪히며 '1차 AI 겨울'을 맞이했다. AI 겨울이란 기존의 지원이 끊긴 AI 연구의 암흑기를 뜻한다.암흑기 중에도 머신러닝 연구는 지속됐고, 1980년대에 '전문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두 번째 AI 붐이 조성됐다. 그러나 복잡한 네트워크를 처리하지 못하고 이미지 인식을 못하는 등의 결함으로 인해 전문가시스템이 폐기됐다. 이때 투자자들은 AI를 사이비과학으로 취급할 정도로 불신했다. 이것이 1990년대의 '2차 AI 겨울'이다.이를 반전시킨 대표적 학자는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다. 그는 '2012년 대규모 시각적 인식 챌린지' 경연 대회에서 탁월한 이미지 인식률로 우승하면서 딥러닝의 우수성을 세상에 알렸다. 그 후로 다양한 딥러닝 기술과 반도체 성능 등이 동반성장하면서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최근 AI 뉴스를 보면 AGI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AI 로봇이 일상에 곧 들어올 것만 같다. 과연 하나의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삶은 달걀의 껍질을 벗겨서 요리하고, 부엌의 다양한 도구들을 설거지할 수 있을까."내년에 AI가 사람보다 똑똑해진다"라는 일론 머스크의 주장과 "내년에 자율주행 기술을 갖출 수 있겠네?"라는 얀 르쿤의 비판 중 어느 주장이 더 합리적인가.지난달 AI 컨설턴트 회사인 가트너에 따르면 'AI의 기술촉발'이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을 지나 '환멸의 골짜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것은 '3차 AI 겨울'의 암시이며, 1차, 2차 AI 겨울의 역사에 기초한 합리적 의심이다.힌튼 교수는 "10년 안에 AI 킬러로봇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것은 2017년 아마존 AI 면접의 성차별, 2020년 영국 비자승인에서 AI의 인종차별 등의 역사적 사건에 근거한 주장이다.우리나라 과학계에서는 2000년대 노벨상까지 거론되던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져 사회적 충격과 실망을 준 흑역사가 있다.아픈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은 '과장이 커질수록 환멸의 골짜기가 깊어진다'라는 것이다. 인간사에서도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다.역사는 미래의 논거가 된다. AI의 빛나는 역사와 함께 '흑역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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