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 해변의 아인슈타인

입력 2015.10.26. 00:00

충격적이거나 혹은 낯설거나

틀 벗어난 작품·무대·구성 파격

'이미지'들의 지나친 반복 지루

공연예술계의 거장 로버트 윌슨의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굳이 장르를 구분 짓기 위해 실험 오페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도 맞지 않는 것 같다. 대게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제목 역시 작품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해변의 아인슈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는 없고 '이미지'의 나열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추상적인 공연은 어떨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는 연출가의 의도가 무대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4막과 5개의 막간극으로 구성된 장면들은 4시 30분에 걸쳐 촘촘하게 진행된다.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4막은 각각 '기차'와 '법정', '우주선'을 주제로 서로 다른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각각의 막들 사이에는 막간극 형식을 통해 또 다른 별개의 이미지가 전개된다.

언뜻 보기에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장시간의 공연이 반복되면서 이들 장면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음을 깨닫게 된다.

기차로 주제로 한 1막에서는 망루에 올라선 어린 아인슈타인이 종이비행기를 접어 무대로 날리고, 여자 무용수는 무대 중앙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며 왔다갔다를 반복하고 빨간색 셔츠를 입은 남자 역시 수학공식을 푸는 듯한 마임을 되풀이한다.

이들 사이로 실제 사이즈에 버금가는 기차가 무대에 나타나더니 이내 빛의 기둥이 수직으로 들어와 무대를 반으로 가른다.

법정을 주제로 한 장면에는 실제 법정을 옮겨놓은 듯 한 세트에 피고와 판사, 배심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일련의 형식에 맞춰 판결이 진행된다.

또 우주선을 주제로 한 장면에는 10명의 무용수가 빙글빙글 돌거나 뛰어오르는 듯 경쾌한 동작을 반복한다.

각각의 무대가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듯 하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대표적 이미지들이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혀를 내밀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나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아인슈타인 등의 이미지는 배우들의 대사나 언어로 직접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인슈타인을 조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이미지들이 시간이나 공간의 구분 없이 반복되면서 서로 관련이 있음을 관객들이 서서히 깨닫게 해준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음악 역시 기존의 우리에게 익숙한 멜로디의 개념이 아닌 단조롭고 반복적인 기계적인 음에 가깝다.

각각의 테마에 따라 덧입혀지는 음악 또한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장면의 독립성이 더욱 부각되지만 반복될수록 익숙해지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들의 반복들은 마치 관객들에게 강요하듯 되풀이 되면서 지루함과 더불어 불쾌함을 주기도 했다.

또한 예술극장 측에서는 공연시간이 5시간에 다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의 이동을 자유롭게 허용했지만 관객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되레 공연의 몰입도를 저해하기도 했다.

1976년 초연 당시 공연계의 관습과 규칙을 뛰어넘은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5-2016 시즌 프로그램 개막작으로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공연됐다.

이 작품은 1976년 미국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 필립 글래스(78)와 안무가 루신다 차일즈(75)가 협업한 작품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김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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