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거장 이상호 작가 원화
그래피티 아티스트 이종배 협업
7일 남도주차장서 벽화 개막식


윤상원 열사(1950~1980)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최후까지 도청에 남아 계엄군과 싸우다 서른 살의 젊은 나이로 산화했다.
윤 열사는 들불야학을 열어 가난한 청년들과 노동자들에게 배움을 나누던 스승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인연을 쌓았던 노동운동가 박기순과 영혼결혼식을 올렸는데 이 때 5·18을 상징하는 노래가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헌정됐다.
1980년 5월 27일 사망한 윤 열사가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벽화로 되살아나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인근, 문화예술공간 메이홀의 창문을 통해 보이던 명물 ‘존 레논 벽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윤 열사의 얼굴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어깨에 총을 멘 채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다른 한 손은 굳게 주먹을 쥔 모습은 항쟁의 진실을 알렸던 대변인의 역할과 광주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저항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벽화는 민중미술의 거장 이상호 작가가 원화를 그리고 그래피티 아티스트 이종배 작가가 벽면에 옮기는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봉준호 감독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찾아 인증 사진을 남겼던 ‘존 레논 벽화’를 뒤로하고 이제는 광주가 가장 사랑하고 기억해야 할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윤 열사의 벽화가 그려진 배경에는 이 작가의 의지가 한 몫을 차지했다.
평소 옛 도청 인근을 지날 때마다 ‘왜 5·18민주화운동의 심장부에 존 레논 벽화가 크게 자리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작가는 존 레논 벽화를 관리하던 임의진 목사에게 “존 레논 대신 윤상원 열사를 그리자”고 제안했고 임 목사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광주 오월 정신을 계승하는 데 있어 가장 본받아야 할 인물이 윤상원 열사라고 생각했다”는 게 이 작가의 설명이다.

이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인물 중심의 표현이 갖는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동학’을 말하면 전봉준, ‘노동’을 말하면 전태일이 떠오르듯 ‘민주주의’를 떠올릴 때 윤상원이 자연스럽게 연상됐고 그를 매개로 1980년 5월의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당시 도청에는 윤 열사뿐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와 도시빈민, 이름 없이 싸운 시민군들이 함께 있었음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다.
표현 기법에서도 변화를 주었다. 기존 민중미술의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밝고 산뜻한 색채를 사용했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거부감 없이 작품을 마주하고 누구나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번 작업은 공공미술로서의 역할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이 1년 365일 한 자리에 머문다는 벽화의 특성을 반영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언제든 오월정신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뜻을 뒀다.
이 작가는 “벽화 옆에 ‘윤상원’이라는 이름 석 자를 선명하게 새겼다”며 “외지에서 온 이들이 그 이름만이라도 기억하고 돌아간다면 오월의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벽화는 다큐멘터리의 소재로도 활용될 예정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이 제작에 나서 윤 열사의 불꽃같은 삶을 새롭게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윤상원 벽화 개막식은 7일 오전 11시 광주 동구 남도주차장 마당에서 열린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영상=박현기자 pls214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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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 광주 희경루 풍류, 창무극으로 되살아나
광주시립창극단원들이 공연 ‘희경루방회도’ 중 2장 ‘선비들의 호연지기’를 선보이고 있다.
광주시립창극단원들이 공연 ‘희경루방회도’ 중 8장 ‘희경루가 불에 타는 대목’을 선보이고 있다.
500여 년 전 광주 희경루에서 펼쳐진 선비들의 풍류와 우정이 창무극으로 되살아난다. 한 점의 그림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공연예술로 확장되며 광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예술적으로 조명해 눈길을 끈다.광주시립창극단은 오는 26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국악의 날 기념 특별기획공연 ‘희경루방회도’를 선보인다.이번 작품은 1567년 광주 희경루에서 열린 방회 장면을 담은 보물 ‘희경루방회도’를 모티브로 삼아 창작한 창무극이다. 원작 그림이 과거시험 동기생 다섯 명의 재회를 기록한 계회도(契會圖·문인들의 계회 광경을 그린 그림)라면, 무대 위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물과 서사를 더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로 재구성했다.광주시립창극단원들이 공연 ‘희경루방회도’ 중 8장 ‘희경루가 불에 타는 대목’을 선보이고 있다.작품은 광주 목사 오장환이 중건된 희경루에서 옛 친구들을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 희경루에 올라 꿈을 나누던 청년들은 세월이 흐른 뒤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사랑과 이별, 우정과 희생을 겪은 끝에 다시 희경루에서 만나게 된다. 장원급제 후 고향으로 돌아온 서룡과 설향의 비극적인 사랑, 친구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는 인물들의 선택은 감동을 전한다.원작 그림에는 다섯 명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공연에서는 네 명의 선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역사적 기록을 그대로 복원하는 데 머물기보다 광주의 문화적 정체성과 미학을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다. 각 인물은 무관의 기개와 선비 정신, 청춘의 사랑과 갈등, 우정과 의리 등을 상징하며 서로 다른 개성으로 극을 이끌어간다.작품은 과거시험에 급제한 인물들이 한양이 아닌 광주목 희경루에서 다시 모임을 가졌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그 안에 담긴 애향심과 지역 공동체 의식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특히 광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유산인 희경루와 호남의 가·무·악 전통을 무대 언어로 풀어내며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광주시립창극단원 공연 ‘희경루방회도’ 출연진.특히 이번 공연은 일반적인 창극 형식을 넘어선 창무극으로 제작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소리와 연기 중심의 전통 창극에 춤을 적극 결합해 음악과 움직임이 함께 서사를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네 명의 주인공이 한량무를 추며 소리를 이어가는 장면은 선비들의 풍류와 호연지기를 역동적으로 표현하며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음악 역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지향한다. 판소리와 전통 국악 선율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인 화성과 편곡을 더해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여기에 채향순 안무가의 춤과 배우들의 움직임이 더해지며 광주목의 풍류와 정취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광주시립창극단원들이 공연 ‘희경루방회도’ 중 2장 ‘선비들의 호연지기’를 선보이고 있다.‘희경루방회도’는 광주 초연 이후에도 다양한 무대를 통해 전국의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오는 9월 17일과 18일에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세계음악극 축제(WTIF)에 참가하며, 9월 25일에는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는 교류공연을 선보인다.김용호 광주시립창극단 예술감독은 “희경루방회도는 과거의 기록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린 창작 작품”이라며 “광주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무대 위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시민들이 지역 문화유산을 보다 친숙하게 만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연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레퍼토리 작품으로 발전시켜 전국 무대에 선보이며 광주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공연 예매는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며, S석 2만원 A석 1만원이다. 공연에 대한 문의는 광주시립창극단으로 하면 된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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