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이전 필요성 강조…“균형발전 기여가 기준돼야”
AI 시대에는 전기가 전부, 산업용 100원 시대 열겠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국회의원(광주 광산구을)이 광주·전남 행정통합에 따른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정부 재정 지원금 활용 방안을 최초 공개했다. ‘8대 1대 1’ 원칙에 따라 16조원을 ‘초첨단 산업’ 기업 유치를 위한 투자에 쓰되, 이에 따른 인력 양성에 2조원, 필수 사회 안전망 확대에 2조원을 각각 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인프라가 갖춰진 광주·전남에 200조원대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 지역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고,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민 의원은 10일 6·3지방선거를 석달여 앞두고 무등일보와 사랑방미디어 공동으로 진행한 ‘파워 인터뷰’에서 “20조원을 보조금이나 지원금으로 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광주·전남 통합 이후에도 성장할 수 있는 종잣돈(시드머니)이 되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조를 종잣돈 삼아 320조 투자효과를 보는 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면서 8대 1 대 1(8:1:1) 원칙을 설명했다. 16조원은 초첨단 산업 기업 유치, 2조원은 첨단 산업 인력 양성, 2조원은 사회 필수 안전망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초첨단 산업 기업 유치와 관련한 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다. 각 사업 별로 조성한 1조원대의 펀드를 매칭해 기업이 20조 투자를 유치하게 될 경우 모두 320조원 규모의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게 그의 전략이다. 인력 양성 방안으로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결합한 미국의 ‘미드 칼리지(Mid-College)’ 개념을 제시했다. 지역 산업에 맞는 인재를 현장에서 맞춤형으로 육성하겠다는 거다.
민 의원은 단순히 기업에 혜택을 주고 끝내는 방식이 아닌 통합특별시가 직접 투자자로 참여해 수익을 확대 재생산하는 ‘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투자자로 참여해야 기업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가지고 성장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광주도시철도 건설이나 광주군공항 이전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인프라 사업은 국비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20조원의 인센티브를 온전히 광주·전남 발전을 위한 종잣돈으로 지킬 수 있다는 거다.

특히 AI(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원료인 신재생에너지의 충분한 생산을 위해 ‘전남광주전력공사’를 설립해 산업용 전기를 1kWh당 ‘100원’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전국 각 지역이 최첨단 산업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 민 의원은 통합특별시의 경쟁력은 저렴하고 풍부한 ‘산업용 전기’에 있다고 내다봤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의 이점을 살려 저렴한 양질의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AI, 모빌리티, 반도체 등 최첨단 기업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를 1kWh당 100원대로 공급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전력투자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거다. 그는 “이른바 AI 시대에는 전기가 모든 경제의 시작이다. 전기가 확보되지 않으면 최첨단 기업이 오지 못한다”며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재생에너지가 60∼70년 동안 호남이 당해온 차별과 소외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 출범 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주청사 소재지를 두고는 특별법대로 ‘분산’, ‘분권’ 청사 개념을 쓸 생각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행정부시장 역할을 할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의 부시장을 ‘지역 책임제’로 운영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동부권은 산업경제부시장, 서부권은 AI·에너지부시장, 광주권은 문화부시장을 둠으로써 관련된 시정을 해당 청사에서 운영하는 거다. 그는 “부시장이 각 지역 특화 산업을 현장에서 책임지고 시장은 각 청사를 순회 근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6개월 정도 운영해 본 뒤 가장 효율적인 곳을 주청사로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청사는 시민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통합특별시의회 청사 소재지는 “성격상 한 곳에 통합청사를 둘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도 “시장이 아닌 의회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이 행정통합 과정에서 ‘주민 투표’ 등 절차적 정당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그 생각이) 바람직한 것은 맞지만, 상황의 긴박성 때문에 이 시점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주민들에게도 양해를 구했다”며 “형식을 갖추는 데는 정치인들이 앞장섰지만 진짜 통합은 7월 1일 이후부터인 만큼 내용을 채울 때는 시민들의 의견과 지혜를 얻겠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지역에 맞는 정부 부처를 통합특별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든 국가기관이 한 곳에 만 모여있는 경우는 드물고, 최근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것만 보더라도 다른 지역에도 충분히 이전할 수 있다”며 “부처가 어디에 있느냐보다, 어디에 있을 때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영상=박현기자 pls214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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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담보 없는 20조원은 신기루"··· 인허가 권한 없이는 ‘무늬만 특별시’
윤호중(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3월 2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일가정양립지원본부에서 열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준비 합동 워크숍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는 7월 공식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재정 주권과 자치 분권 확보 등을 위해 여전히 미흡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꼽히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재정 지원은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의 기조에 따라 흔들릴 위험이 큰데다 지역의 자생력을 키울 핵심 인허가권은 중앙부처의 문턱을 넘지 못해 ‘무늬만 특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17일 광주시와 전남도,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둔 현재 가장 큰 난제는 정부가 약속한 ‘4년간 20조 원’의 재정 인센티브가 법적으로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는 6월 중순께 국무총리실 산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 재정지원 TF’는 지원 방식을 확정한다. 앞서 김 총리가 밝힌 대로 재정지원 TF가 지방교부세법을 개정해 ‘통합특별교부세’를 만들거나 균형발전특별회계 내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계정’을 신설할 경우 법적 근거는 해소될 수 있다. 문제는 국비 지원 예산 처럼 정부가 재정 지원금에 일명 ‘꼬리표(사용처)’를 달고 지원하는 경우다. 정부의 예산 편성 지침에 따라 재정 지원 규모는 고무줄처럼 변할 수 있다. 정부가 기존 국비 사업이나 추후 편성할 사업을 재정 지원금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점은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실제 지원되는 통합 인센티브의 규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최근 정부가 추경 예산에서 광주·전남통합지원금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불을 지폈다. 당초 광주시와 전남도는 시·도 행정통합에 필수적인 행정 시스템 통합과 공공시설물 정비 등 예산 573억원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애초 추경안에 편성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결국 동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가 약속한 20조원 재정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정부가 예산을 최대한 아끼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 아니겠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대전역 앞에 게시된 행정통합 준비 예산 삭감 비판 현수막. 광주 시민사회단체 자치분권 행정통합 및 시민주권 정치개혁 촉구 광주전남시민사회 대응팀 제공.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자치분권 행정통합 및 시민주권 정치개혁 촉구 광주전남시민사회 대응팀은 “정치권이 위로부터 밀어붙인 행정통합에 광주전남 시도민이 힘을 모았던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행정통합에 따른 정부의 인센티브 약속을 신뢰했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기차게 강조했던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말을 믿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 믿음은 출발점에서부터 배신당했다”며 “정부는 마중물 예산 573억원을 즉각 지원하고, 20조원의 꼬리표 없는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통합 재정 지원금에 더해 국세의 지방세 이양도 반드시 풀어야 할 난제로 꼽힌다. 통합특별시 출범 후 재정자립도는 27.3% 수준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해서는 급증하는 행정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통합특별시가 실질적인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 약 7대 3에 불과한 국세와 지방세의 비대칭적 비율을 파격적으로 조정하는 재정 권한 이양이 필수적이다.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등 핵심 국세 세목을 지방세로 과감히 전환해야만 지자체가 스스로 가용할 수 있는 재원 규모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거다. 무엇보다 통합특별시가 중앙의 재량권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 특화 산업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재정 주권’을 확립할 수 있다.그러나 지난 2월 특별법 입법 당시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재정 분권에 대한 특례가 모두 빠졌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추후 특별시 출범 후 재정 분권을 위한 개정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전국적인 조세 체계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가시밭길’이 될 것임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알맹이가 빠진 ‘행정 특례’도 논란이다. 전기사업 인허가권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집적단지 전력 차등 요금제, 국가산업단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규모 관광단지 지정권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권한들은 정부 입법 과정에서 중앙부처의 힘에 밀려 대거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현재 상태로 출범할 경우 통합특별시장은 거대 조직을 이끌면서도 정작 지역의 미래를 바꿀 대형 프로젝트 하나를 추진할 때마다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중앙부처의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전문가들은 재정 주권과 권한 이양을 주문한다. 백승주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재정을 어떻게 받을지에 대한 문제에도 집중해야 하지만, 그에 못잖게 중요한 것은 재원을 가져다가 통합특별시에서 원하는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각종 인허가나 규제 완화를 할 수 있는 권한까지도 내려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해석된 현재의 구조로는 통합특별시의 위상에 걸맞은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명실상부한 지방 정부로서 충분한 행정 권한, 규제 완화 권한 등을 넘겨 받아야 하고, 특히 지방세 확충 등을 통해서 자체 재원 확보와 재정 운용의 자율성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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