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자연발화 ‘검은여름’
인·물적 피해에 생태계도 큰 상처
미리 덤불 태우는 전통 다시 주목
식물 활력서 토양유지·먹이제공까지
원주민 지혜 첨단기술로 되살려
위험지역 정밀하게 태워서 관리
카메라-위성-드론 다층 감시로
연기 감지 등 10분 내 진압 가능


호주는 농업강국이다. 농업 생산량의 70%를 수출하고 있으며, 식량자급률도 150%에서 최대 320%에 이른다. 오랜 세월 핵심산업으로 지탱해 온 광산업이 2000년대 후반 하향세에 들어서자, 호주 정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한 것이 농업 분야다. 극심한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도 첨단기술을 접목한 '애그리테크(Agri-Tech)'를 바탕으로 농업혁신의 선두에서 '넷제로(Net-Zero, 탄소중립)'를 향한 대전환에 한창이다. 세계적인 R&D 시스템으로 농업을 넘어 수산업, 임업, 식품가공까지 신기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호주의 사례들을 살펴본다.
호주의 여름(12~2월)은 잔혹하다. 해마다 고온에 강풍이 겹치며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9월 시작돼 이듬해 2월까지 6개월간 호주 전역을 불바다로 만든 '검은 여름'(Black Summer)도 반복되는 비극이었다.
당시 1천860만㏊를 집어삼킨 화마로 33명이 사망하고 10만명이 피난길에 올랐으며 건물 5천900여채가 불에 탔다. 2천㎞나 떨어진 바다 건너 뉴질랜드까지 미세먼지로 뒤덮일 정도였다.
2009년 '검은 토요일 화재'에서는 거대한 '화염 토네이도'가 등장해 차보다 빠른 속도로 번지며 대피하던 사람들이 차 안에서 숨지는 비극도 벌어졌다.
호주의 대형 산불은 자연 생태계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검은 여름' 당시 3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피해를 입었으며, 뉴사우스웨일스(NSW) 북부 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전체 코알라 개체군의 71%가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에는 빅토리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코알라 700마리를 '안락사'시키며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하는 호주 산불은 극심한 가뭄과 자연발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여름이면 40℃를 웃도는 극한의 더위에 호주 전역이 건조해지는 데다 인화성 물질을 함유한 유칼립투스 나무가 고루 분포한 것으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 100년 사이 호주의 평균 온도는 1.4℃ 상승했으며, 엘니뇨(동태평양 해수온 상승)와 인도양 쌍극자(IOD, 인도양 동·서부의 온도가 변하는 현상)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화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작은 불로, 큰불 막는 원주민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인 호주를 터전으로 살아온 원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전통이 있다. 일명 '문화적 소각'(Cultural Burning) 또는 '통제된 소각'(Controlled Burning)이라 불리는 독특한 토지 관리 방식으로 작은 불을 미리 피워, 큰불을 막는 그들만의 지혜가 담겨 있다. 무려 6만여년 이상 역사를 지닌 이 관리방식은 산불의 강도와 빈도를 줄이고, 생태계를 지키는 토대가 됐다.
산불 발생이 빈번해지는 건기(가을)가 시작되면 호주 원주민들은 숲속 곳곳의 바싹 마른 덤불들을 찾아 불을 지핀다. 작은 규모의 불을 주기적으로 지펴서 가연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건조한 호주에서 살아가며 체득한 생존방식이다.
봄이면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불을 피워 병해충을 방지했던 우리네 농경문화와도 닮아 있다.
하지만 18세기 유럽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원주민들의 전통과 지혜는 더 이상 활용되지 못했다. 불을 두려워한 유럽인들이 원주민들의 방식을 금지시켰고, 장기간 관리되지 못한 숲에서는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오랫동안 외면받던 원주민들의 전통에 호주 정부가 눈을 돌린 것은 최근 극심해진 이상기후로 산불 발생 빈도는 물론 피해 규모까지 막대해지면서다. 그들의 불태우기 전통을 배우고 활용하는 것이 산불관리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뒤늦게 실감한 셈이다.
'문화적 소각'은 건조한 덤불이 주 대상으로,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종류와 상태를 고려해 이뤄진다. 이슬이 축축하고 바람이 온화해 불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되는 밤이나 새벽에 주로 이뤄져 '쿨 번닝(Cool Burning)'이라 불리기도 한다.
성냥이나 막대기를 사용해 불을 피운 후 연소될 때까지 지켜본다. 주변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기 때문에 나무들이 상처 하나 입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야생동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리 이동을 돕는다. 과거 원주민들은 숲속을 이동하며 1년이면 수백번 불을 피웠다고 한다.
덤불을 태우는 것은 단순히 산불만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서식하는 식물에 활력을 불어넣고 토착 동물 서식지를 보호하는 생태적 가치도 뛰어나다. 땅속에 있던 씨앗들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유도해 토양을 유지하고 동물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타고 남은 잿더미는 그곳을 뒹구는 호주 토종 동물 왈라비나 새에게는 천연 의약품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문화적 소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뉴사우스웨일즈와 태즈메이니아 주정부를 비롯해 부시 헤리티지 오스트레일리아(Bush Heritage Australia) 같은 동식물 보호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산불 복구 워크숍을 운영하며 원주민의 지혜를 확산시키는데 애를 쓰고 있다.

◆드론 공중 소각으로 산불예방 'TDS'
되살아난 호주 원주민들의 지혜를 첨단기술로 구현해 재해를 막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 토종 기업 '태즈드론솔루션'(TasDroneSolution·TDS)이다.
젊은 공학자들이 의기투합해 2017년 설립한 TDS는 드론과 로봇공학을 결합한 '드로보틱스' 서비스를 통해 화재관리를 하는 기업이다. 주 고객은 정부 임업 부서나 광산·산림 사유지 관리자 등으로 호주는 물론 세계 어디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화재 관리와 관련한 대표적인 제품은 세계 최초로 드립토치 화재 관리 기술을 적용한 드론 '바가르'(Vhagar)다.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취약한 지역을 타깃으로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사전에 지형과 식물을 파악한 후 핫스폿(HotSpot·열점)을 만들어 방화선을 따라 소각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연료를 채운 용기를 탑재한 후 원격으로 산불 관리가 필요한 곳에 드론을 띄운다. 그곳에서 핫스폿을 만들어 연료를 떨어뜨린 후 토치 방식으로 태워 인화물질을 연소시키는 방식이다.
소각을 위해 사용하는 점화 연료는 네이팜이며, 최대 20ℓ(25㎏) 주입한 상태에서 30분 비행이 가능하다. 산불 통제에 드론을 활용하면 헬리콥터에 비해 5~10배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고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스캐닝으로 멸종위기 동물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TDS의 설명이다. 특히 소방관이나 헬기 등이 모두 접근할 수 없는 고위험 지역의 산불 예방이나 방제에 효과적인 제품이다.
호주는 지난 2020년 수도 캔버라 인근 산불 진압에 투입된 헬리콥터가 추락해 소방관 3명이 비극적으로 사망한 후 산불 진압을 위한 유인 항공기 의존도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니얼 시뇨릴 TDS 비즈니스 개발 관리자는 "'바가르'는 언덕이나 산맥 등 접근이 까다로운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에서 유용할 것"이라며 "최대 탑재량 25㎏, 최대 이륙 중량은 60㎏으로 원격운용으로 산불발생지역에도 안전성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TDS는 기존 산불 통제에 이어 방제기능을 갖춘 드론 개발에 나섰다. 최대 300ℓ까지 탑재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4시간 화재를 탐지해 즉각 진압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목표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 기술협력 및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드론의 경우 중국의 부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100% '호주산' 드론을 제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연기 감지 AI카메라로 화재 감시
호주 태즈메이니아 스타트업 '인디시엄 다이내믹스'(Indycium Dynamics)도 흥미로운 화재방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위성 정보·카메라·드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산불 위험을 모니터링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산림을 감시하는 AI기반의 카메라가 연기를 탐지하는 즉시 드론을 출동시키면, 현장으로 날아간 드론은 산불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확인 즉시 소방 당국에 경보를 보낸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 여름에만 500여건의 산불 등 화재 우려 상황을 조기 감지해 대형 재난을 막는데 기여했다.
당초 댐 같은 수자원 관리를 목적으로 출발한 이 곳은 스마트기기를 통한 정밀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센서와 카메라를 설치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분석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신기술을 재난 분야로 확대해 산불 관리에 뛰어든 것이다.
24시간 360도로 회전하며 영상을 수집하는 '연기 감지 카메라'(Smoke Detection Camera)는 AI기반 영상 분석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조기 탐지 카메라다. 연기나 냄새를 감지하면 과거 산불 사례에서 수집된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기 특유의 색상, 움직임, 흐림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전송한다. 주변 온도나 탄소 입자 탐지는 물론 기기의 소모량과 사용 패턴도 알려준다. 태양광으로 가동되는 친환경 제품으로 에너지 사용량도 원격통제 할 수 있어 불필요한 소모를 줄인다. 어떠한 지형에도 설치할 수 있으며 내구성이 뛰어나 혹독한 악천후에도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 카메라 1대당 반경 최대 20㎞까지 관리가 가능하다.
'자동수분감지센서'(Automated Fuel Moisture Sensors)도 화재방지를 위한 설비로 활용되고 있다. 땅에 센서가 달린 막대를 꽂아 설치한 후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토양은 물론 땅을 덮고 있는 나뭇잎이나 풀의 온도·습도를 감지해 분석한 뒤 산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식별한다. 이 회사는 미국 LA 등 11개국에 산불 감지 시스템을 수출했으며 한화그룹과도 접촉 중이다.
롭 버논 최고경영책임자(CEO)는 "TDS 등 AI를 기반으로 한 4개의 스타트업이 협업해 산불 관리를 위한 '파이어 포사이트'(Fire Foresight)를 만들었다"며 "위성과 카메라, 드론을 연결하는 다층 감시체계로 10분 이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시스템을 가동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거대한 산불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사회적 책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25년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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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뉴스] AI·빅데이터로 정밀 양식··· 해양 식량자원 '쑥쑥' 호주 최초 해조류 기반 바이오 업체인 '파이코헬스'(PhycoHealth)에서 연구개발해 판매중인 제품들.바다는 미래식량기지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40만종 이상의 해양생물이 살아가는 자원의 보고다. 이곳에는 육지의 고갈된 자원과 식량부족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대전환이 이뤄진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전 세계 양식 수산물 규모는 이미 자연산 어획량을 넘어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2024 세계 어업과 양식 보고서'에 따르면 해조류를 포함한 2022년 세계 수산물 총 생산량은 2억2천320만t으로 이중 양식 생산량이 58.6%인 1억3천90만t으로 나타났다. 호주도 수산양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양식으로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또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해조류 양식에 뛰어들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업체들도 주목받고 있다. 자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원도, 훼손도 최소화하며 바다가 품고 있는 식량자원과 기후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는 호주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다.◆AI로 연어 사료 먹는 양 측정 효율성↑호주 태즈메이니아 연어 양식 기업 'Huon'(휴온) 양식장 전경. Huon제공호주 남단에 자리한 섬 태즈메이니아는 수산양식의 중심지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양식 연어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자연산 어획량을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배경에는 첨단기술이 있다.각종 센서와 자동장치, 모니터링 시스템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스마트 양식으로 자연재해의 취약성을 극복하며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이 눈에 띈다.대표적인 곳이 태즈메이니아 주도 호바트에 위치한 연어 양식 기업 'HUON'(휴온)이다. 1986년 설립된 이곳은 대규모 양식 및 식품 가공기업으로 연어 양식에 주력하고 있다. 태즈메이니아 북서쪽 맥쿼리항을 거점으로 900만 마리의 연어를 양식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기술은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한 '사료 감지 시스템'이다.둘레 240m의 가두리 내부에 수중 카메라를 설치해 연어들이 사료를 먹는 양상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시스템의 핵심은 연어가 남기는 먹이들을 탐지하는 것이다. 남기는 양에 따라 모니터에 먹이를 감지하는 색이 달라진다. 1~2개만 남았을 경우는 '초록', 3~4개는 '주황', 4개가 넘어서면 '빨강'으로 변한다. 이를 토대로 AI시스템이 가장 적절한 양의 사료를 공급한다. 남기는 먹이를 탐지하는 정확도는 80% 이상이며 최고 100%에 이를 정도로 정밀함을 갖췄다. 양식장에 직접 가지 않고 호바트 본사 통제실에서 직원들이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 덕분이다.호주 태즈메이니아 연어 양식 기업 'Huon'(휴온) 양식장. Huon제공먼바다 양식장에는 바지선과 수중카메라, 자동급이 장치가 설치돼 있으며 직원 1인당 36개의 양식장 통제가 가능하다. 먹이를 공급해야 하는 적절한 시점과 양을 조절할 수 있어 비용을 줄이고 건강한 연어를 키울 수 있다. 자체 개발한 AI급이시스템 도입 후 연간 900만 달러의 사료비를 절감하고 있다.휴온이 첨단 기술 도입에 나선 것은 10여년전부터다. 사료 공급을 위해 먼 바다 양식장까지 사람들이 직접 오가는 비효율적인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프로그램 개발에 돌입했으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미화로 3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중앙 통제 집중화 시스템을 구축했다.휴온의 연어가 차별성을 갖는 것은 지속가능한 양식 환경도 한 몫하고 있다.롭 만 수출 매니저는 "연어 1마리가 양식장에 들어갈때까지 413개의 규정을 통과해야 할 정도로 호주의 양식기준은 엄격하다"며 "양식 밀도도 1%에 불과해 세계최저 수준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음파 탐지 기술 새우 양식 '독보적'음파 탐지 기술을 AI에 접목해 새우 양식장에 활용하는 'AQ1 시스템즈'의 기술도 독보적이다. AQ1시스템스의 대표 제품은 '새우 자동급이 시스템'과 '어류 계측 솔루션'이다. 새우 양식장에 먹이를 자동으로 공급하는 새우 자동 급이 시스템의 핵심은 음파 탐지 기술이다.최첨단 고감도 마이크가 장착된 수중청음기를 활용해 새우가 먹이를 먹을 때 내는 소리를 AI로 분석해 가장 적절한 수준으로 먹이를 주는 방식이다. 물 속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를 분석한 후 새우가 사료를 먹는 방식을 알고리즘을 통해 파악한다. 수중 마이크로 새우가 아래턱으로 사료를 먹을 때 내는 소리(클릭킹)를 모니터링해 배가 얼마나 고픈지와 언제, 얼마만큼의 먹이를 줄지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 자동으로 먹이를 준다. 10년 이상 데이터를 축적해 개발된 시스템이다.필립 화이트 AQ1 시스템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새우의 식욕은 수온, 날씨, 보름달 등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새우 자동 급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사료 낭비를 줄이면서 새우를 빨리 키우기 때문에 양식 효율성이 20∼50%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 무엇보다 먹지 않고 물 속에 가라앉는 사료도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호주 태즈메이니아 기업 AQ1시스템즈가 개발한 시스템으로 운영중인 새우양식장. AQ1시스템즈 제공AQ1 시스템즈의 기술은 동남아 국가와 에콰도르, 멕시코 등 20여개국 새우 양식장에 수출됐으며 누적 판매 대수는 3만7천여대에 달한다. 전 세계 새우 양식 생산량의 1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어류 계측 솔루션도 회사를 대표하는 첨단장비다. 연어와 참치 양식장에서 활용되는 이 시스템은 카메라와 AI를 활용해 어류의 크기와 숫자를 정확하게 계측한다. 30여년 전 연어 양식 시스템 개발로 출발한 역사가 담겨 있다.◆해조류 양식으로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호주 태즈메이니아 '씨 포레스트'(SeaForest) 아스파라고시스 실내배양장에서 연구개발책임자인 마사 다쓰미 박사가 배양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윤주기자호주 태즈메이니아 해조류 바이오 기업 '씨 포레스트'(SeaForest) 연구개발책임자 마사 다쓰미 박사가 실험실에서 아스파라고시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주기자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해조류에서 솔루션을 찾은 기업들도 눈길을 끈다.호바트 외곽에 위치한 '씨 포레스트'(Sea Forest)는 호주 토종 홍조류 바다고리풀(Asparagopsis·아스파라고시스)로 만든 사료 '씨피드'(SeaFeed)를 통해 기후온난화의 주범인 메탄가스 저감에 앞장서고 있다.소와 양 등 반추동물 사료에 섞여 먹이는 '씨피드'는 광합성 동안 대기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아스파라고시스에서 생리활성물질을 추출해 개발한 사료 첨가제다. 반추동물용으로 가축이 섭취하면 메탄가스 형성을 담당하는 효소를 억제해 생성량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이를 통해 가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일본 출신 마사 다쓰미 박사는 "유럽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10% 정도가 가축에서 나오고,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 24배 정도 강한 만큼 가축의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지구 환경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가축 사료에 씨피드를 섞어 먹이면 쇠고기 생산량은 6% 이상 증가되고 사료 비용은 절감되며 축산 농가는 탄소배출권도 받는다"고 전했다.'씨피드'는 사료에 섞어 먹이는 펠릿, 소들이 빨아먹는 커다란 블록 그리고 오일 형식의 당밀 기반 보충제 등 총 3가지 형태로 생산된다.'씨포레스트'는 해양양식과 육상양식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남반구에서 가장 큰 규모인 1천800㏊ 해양을 임대해 아스파라고시스를 양식하고 있다. 또 호바트에서 북쪽으로 45분 이동하면 나오는 스완지에 30㏊ 규모의 육상기반 양식장을 조성해 660개의 수조를 가동하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 기금 등 2천만 달러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으며 연간 7천t의 아스파라고시스를 생산할 수 있다.스티븐 제이 터너 씨포레스트 공동 창업자는 "씨피드를 사용해 가축의 메탄 배출 감소 농업과 식량 생산을 더 깨끗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이다"며 "농부에게도, 소비자에게도 그리고 지구에게도 좋다"고 말했다.호주 태즈메이니아 '씨포레스트'(SeaForest) 육상양식장. 이윤주기자호주 태즈메이니아 스타트업 '씨포레스트'(SeaForest) 해양양식장에서 자라고 있는 아스파라고시스. SeaForest제공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주 남쪽 허스키슨에 있는 스타트업 '파이코헬스'(Phyco health)는 해조류를 통한 '식탁의 혁명'을 이끌고 있다.이 업체는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출신의 해양생물과학자인 피아 윈버그 박사가 호주 토종 해초를 원료로 한 식품·바이오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윈버그 박사는 지구를 지키는 탄소네거티브 식품인 해조류에 주목해 파이코헬스를 창립했다.탄소네거티브 음식은 탄소 배출이 적은 '저탄소'를 넘어,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하는 식재료를 활용한 먹거리다. 대표적인 것인 해조류다. 다시마, 미역, 김 같은 해조류는 바다숲을 이루며 자라는 내내 산소를 내뿜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특히 다시마숲은 질소와 인 등을 흡수해 바다를 청정하게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파이코헬스는 질소를 포집해 단백질이 풍부한 해조류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피아 윈버그 박사는 "육지에서 질소를 해독하려면 1천㏊ 토지가 필요한데 해초류는 20㏊면 된다"며 "해초는 30~40%의 고단백질 함량으로 스킨케어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호주 뉴사우스웨일즈(NewSouthWales) 해조류 기반 바이오 업체인 '파이코헬스'(PhycoHealth) 창립자인 피아 윈버그 박사가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 참가 기자단에게 회사소개를 하고 있다.파이코헬스의 친환경적인 제조공정도 의미가 크다. 세계적인 밀가루 제조기업 마닐드라 그룹 생산공장 인근에 육상양식시설을 구축하고 밀 제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흡수해 재배한 해초로 스킨케어와 장 건강제품 등을 만들고 있다.피아 윈버그 박사는 "호주에서 생산되는 파스타에 해조류를 10%만 넣으면 온실 가스와 질소 배출량을 12% 줄일 수 있다"며 "해조류를 식단에 포함시킴으로써, 건강과 환경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길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호주 시드니·태즈메이니아=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25년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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