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5·18 발원지 전남대서 열린 尹 탄핵 반대 집회...학생들 분노

입력 2025.02.27. 19:00 박승환 기자
전남대 후문서 '부정선거 조사 촉구'
학생·교수 등 50m 거리서 '규탄 집회'
극우 유튜버 몰려 대치…긴장감 고조
교내 외부인 출입…안전 우려 목소리


전남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등 10여명이 모인 '전남대 긴급행동'이 27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 스포츠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44년전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에 앞장서 저항했던 5·18민주화운동 발원지인 전남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면서 재학생들이 분노를 쏟아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극우 유튜버들 등 외부인들이 집회에 합류했으나 인간벽을 세운 경찰의 통제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남대 재학생과 졸업생, 대학원생 10여명으로 구성된 '부정선거 조사를 촉구하는 전남대인'은 27일 오후 5시께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 후문 앞 도로에서 '전남대 부정선거 조사촉구 시국선언'을 열었다.

시국선언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극우 유튜버 안정권(43)씨를 비롯한 유튜버 등 외부인들이 재학생 등에 비해 훨씬 많이 참석했다.

전남대학교 공무원노조 등 전남대 구성원 일동이 27일 오후 내란옹호 세력들은 더 이상 광주와 민족 전남대를 훼손하지 말라는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참석자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부정선거 진상규명 강력히 요구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 뿌리이자 국민의 권리이다', '선관위는 서버 감식으로 의혹을 해소하라' 등의 피켓, 태극기, 성조기를 들고 윤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전남대 재학생과 졸업생 등 20여명이 모인 '전남대 긴급행동'은 같은날 오후 2시께와 4시께 두 차례 전남대 스포츠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발원지 전남대에서 내란 옹호 세력이 있을 곳은 없다"고 밝혔다.

첫 발언자로 나선 졸업생 기승은(20대·여)씨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부정선거 조사촉구 시국선언을 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말도 안 된다"며 "전남대는 항상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다. 극우 유튜버들도 집회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된 '부정선거 조사를 촉구하는 전남대인'이 27일 오후 전남대 후문 앞에서 '전남대 부정선거 조사촉구 시국선언'을 열었다.

이어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게 왜 잘못이냐고 말한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척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계엄을 정당화하는 행위"라며 "윤석열은 불법 비상계엄으로 민주주의를 망쳤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학생 이기성(21학번)씨도 "윤석열은 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하기 위험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다"며 "부정선거 주장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는 행태다. 윤석열 탄핵은 상식과 공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대학교 공무원노조와 민주동우회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전남대 구성원 일동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옹호 세력들은 더 이상 광주와 민족 전남대를 훼손하지 말라"고 규탄했다.

단체는 "다른 대학교들의 탄핵반대 시국선언과 달리 부정선거 조사촉구라고 말하고 있지만 부정선거 논리는 반민주주의적 궤변에 불과하다. 계엄을 정당화하고 싶은 궁색한 말"이라며 "내란 옹호 세력의 민주주의 파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전남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전남대 그 어느 곳에도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는 전남대 후문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열린 탓에 양측 참가자 사이 언쟁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은 "부정선거는 궤변이다"는 말에 대해 "부정선거가 맞다", "학생들의 시국선언을 막는 맞불 집회가 어디 있느냐" 등으로 되받아치기도 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대학가까지 번지자 학생들은 개강을 앞두고 걱정을 토로했다.

27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 앞에서 경찰이 인간벽을 세워 '부정선거 조사를 촉구하는 전남대인'과 '전남대 긴급행동'의 물리적 충돌을 차단하고 있다.

전남대 재학생 차모(22)씨는 "극우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말로 시비를 건다.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성격의 집회다 보니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까 걱정도 된다. 개강이 코앞인데 탄핵 심판 결과가 늦어지면 추가 집회가 이어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새내기 박서윤(20·여)씨도 "탄핵 반대 집회가 캠퍼스까지 들어오는 건 부담스럽다. 유튜버를 비롯해 집회 참가를 이유로 학교에 온 외부인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고 얼굴이 촬영돼 인터넷에 노출될까 걱정된다"며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도 큰 피해가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강주비기자

영상=손민아기자 minah868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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