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권과 사회적 책무는 광주 정신과 상통"

입력 2024.10.28. 08:55 유지호 기자
타이거즈와 5·18
정치 경제적 소외 해태 통해 폭발
과거 회귀아닌 미래로 확장해야
●2024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KIA 타이거즈 1차전이 열린 지난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개막 축포가 터지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광주 등 도시 공동체와 함께 해온 스포츠(해태·KIA 타이거즈 등)에는 그 도시의 상흔 등 격렬한 감정의 역사가 녹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가 지역사회 네트워킹과 커뮤니티 형성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 등 스포츠와 지역 공동체의 결합이 중요한 이유다. 스포츠칼럼니스트인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스포츠의 추억, 도시의 기억 : 광주와 타이거즈' 주제 강연에서 스포츠 선진국 사례 등을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집단적 기억은 5·18 민주화 운동과 연관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타이거즈 비공식 응원가 중에 '목포의 눈물'은 슬프다. 이겼을 때 부르면 '오늘 졌나?'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며 "이 노래의 아름다움과 역사성, 그리고 80년 광주, 고 김대중 대통령 등과 관련해 이 노래가 역사적 의미가 있으며, 남행열차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주에서 스포츠가 일상이 되고 위대한 선수들도 많이 태어났는데, 이를 '5·18 민주화운동 덕분'이라고 한다면 광주와 팬들의 열정이 협소해질 우려가 있다"면서 "광주와 타이거즈는 기억이 44년 전 과거로 가는 게 아니라 무엇을 개선해야 할 지 현재와 미래로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5·18 정신은 인권이며, 프로야구 등 국내 스포츠계에 꼭 필요한 것 또한 인권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학원 스포츠의 열악한 운동 환경과 강압적 위계 문화 등의 개선을 요구하면서다. 그는 "인권과 사회적 책무, 지속가능성 등을 중시하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많은 이야기들은, 광주 정신과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한이 야구에 투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무등산 레전드, 해태 타이거즈' 연구 논문에 따르면 현실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였던 서민들에게 타이거즈 선수들은 자신들의 한을 대신하는 투사로 투영됐다는 거다. 논문은 "프로 야구 6개 팀 중 광주를 연고로 창단했던 해태 타이거즈가 최강의 구단으로 군림하던 시절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받는 전라도의 한이 서리고 응집되어 그 에너지가 '해태 타이거즈'라는 팀을 통해 폭발했다"면서 "무등야구장 곳곳에서 시작된 '목포의 눈물'이 웅장한 합창으로 천지를 울릴 때, 타이거즈는 승리했다"고 분석했다.

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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