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붕괴참사 잊었나"···폭우 속 콘크리트 타설 논란

입력 2023.07.18. 18:25 박승환 기자
화정아이파크 맞은편 신축 공사현장서 ‘우중타설’
전문가 “우중타설은 콘크리트 강도에 밀접한 영향”
시공사 “공사 중지할 만한 기준치 미치지 못했다”
지난 17일 오전 9시께 붕괴참사가 일어났던 화정아이파크 2단지 맞은편 B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장맛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독자제공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의 이유로 붕괴 참사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바로 앞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장맛비가 내리는 와중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비가 오는 상태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할 경우 빗물이 섞여 콘크리트 강도가 저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써는 우중(雨中) 콘크리트 타설을 금지할 규제가 없는데다, 해당 건설 현장 시방 기준에도 규정이나 지침이 없는 등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를 바로 앞에서 지켜본 주민들은 콘크리트 양생(콘크리트 타설 뒤 굳을 때까지 관리하는 작업) 부실을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강도 테스트 등 강우량에 따른 명확한 작업 지침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인근 상인 A씨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께 붕괴참사가 일어났던 화정아이파크 2단지 맞은편 B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장맛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진행했다.

문제는 비가 내릴 때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면 빗물이 섞여 강도가 떨어지고 균열이 발생해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우중 타설은 건설 현장에서 관행으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에 인근 일부 주민들은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콘크리트 양생 부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앞 공사 현장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상인 A씨는 "비가 내리는 날 실외에서 타설을 진행하면 콘크리트에 물이 섞여 강도가 약해질 것이다"며 "명백하게 공사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시공사의 술수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를 잊어선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시공사 측은 이번 우중타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B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일반적으로 따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콘크리트 시방 기준에도 5㎜ 이상의 비가 내릴 때 공사를 중지한다는 기준이 있다"며 "전날 타설 과정에서는 비가 1~3㎜밖에 내리지 않았다. 공사를 중지할 만한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으며 양생기간인 2~3주가량 뒤 강도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공사 현장 콘크리트 시방 기준에도 '우천 시 중지할 수 있으나 감리사 승인이 있다면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비가 내리는 날 콘크리트 타설은 강도에 밀접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건축법을 비롯해 비 내리는 날 공사 진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비의 양에 따라 콘크리트 강도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다르지만 콘크리트의 장기적인 품질을 생각하면 적절하지 않다"며 "비 내리는 날씨에 콘크리트를 타설했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문제다. 갈수록 기후변화가 문제가 되는 만큼 우중타설에 대한 법적인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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