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또 피해 볼까 걱정"…도심 곳곳 침수에 시민들 밤새 발동동

입력 2023.06.28. 16:54 박승환 기자
도심 곳곳 침수에 뜬눈으로 밤새
재난 대응 매뉴얼 필요 한목소리
28일 오전 하룻밤 사이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광주 광산구 광주공항 입구 고가차도가 침수됐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빗물이 강물처럼 넘치는 것을 보고 밤새 잠을 못 이뤘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비가 내리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폭우로 침수 피해를 겪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광주 전역에 하룻밤 사이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 곳곳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해 시민들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저지대 침수 피해는 물론 나무가 쓰러지거나 석축이 무너져 내리는 등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

28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석곡천 일대. 하룻밤 사이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약 50여m에 달하는 제방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28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석곡천 일대.

밤 사이 내린 비로 제방 50m가 유실되면서 원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물이 급격하게 불어났다.

비가 그치면서 긴급 복구 작업에 돌입한 굴삭기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곳 제방과 인접한 월산마을 주민들은 이날 오전 7시께 '동초등학교 강당으로 대피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받고 서둘러 대피 준비를 했으나 비가 잦아들면서 실제 대피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요란하게 쏟아진 폭우로 잠을 이루지 못한 주민들은 무너진 제방 근처에 모여 한숨을 내쉬었다.

월산마을 통장 김효숙(63)씨는 "밤새 요란하게 비가 내려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비가 많이 내린다고 예고된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벌써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이번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기록적인 폭우가 주기적으로 쏟아지는 만큼 하천 주변 시설물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도 폭우로 인한 생채기가 고스란히 남았다.

해당 아파트는 전날 오후 10시15분께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올라 입주민들이 지상으로 차를 옮기는 소동이 벌어졌던 곳으로 지하주차장 바닥 곳곳에는 여전히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난생처음으로 침수 피해를 경험한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체계적인 재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오전 광주 광산구 모 아파트. 하룻밤 사이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올라 입주민들이 지상으로 차를 옮기는 소동이 벌어졌던 이곳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닥 곳곳에 여전히 물웅덩이가 고여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이곳에서 만난 유모(48·여)씨는 "배수로가 막혀서 지하주차장으로 물이 차올랐다. 배수로 관리가 안 될 경우 비가 많이 내릴 때마다 침수는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반드시 관리가 필요하다"며 "시민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재난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매뉴얼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예고된 재난 상황에 대한 안전불감증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조모(44·여)씨는 "비가 내리기 전부터 호우 예비특보가 발령돼 있었지만 시교육청에서는 어떠한 권고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폭우로 학교 주변 신호등도 고장나고 시내버스도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는 등 위험한 순간이 한둘이 아녔다"며 "교육도 교육이지만 이번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단축수업이나 조기하교와 같은 부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광주 도심 상습침수 구역인 서구 화정동 서석고 주변도 이번 폭우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곳은 지난해 주민들이 힘을 모아 하수관로 정비를 위한 예산이 확보된 곳이었으나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또다시 피해를 안게 됐다.

박형민 농성·화정동침수피해주민대책위원장은 "지난해 8월 사업비 10억원이 책정돼 올해 6월까지 공사를 마무리 짓기로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진행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미 장마철에 접어들어 올해 공사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산도 주민들이 직접 요구해서 만들어진 데다가 수없이 침수로부터 지켜달라고 재촉했음에도 외면한 지자체의 늑장 행정이 이해되지 않는다. 올여름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하던데 벌써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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