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기 앞두고 곳곳 추모행렬 눈길
"벌써 9년이 흘렀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 가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가 다가오면서 그날의 참사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찾는 추모행렬이 줄을 이었다.
13일 오전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진도항).
참사의 아픔을 상징하는 빨간 등대에는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팽목항 대합실에서 등대까지 걸어가는 길 곳곳에는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과 깃발이 거센 바람에 나부꼈으며, 펜스에 띄엄띄엄 달린 방울의 구슬픈 소리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듯 울려 퍼졌다.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듯 추모리본은 색이 바랬으며 일부는 찢겨 있기도 했다.
노란 리본 추모 조형물 앞에 가지런히 놓인 축구화에서도 참사의 아픔이 전해지는 듯 추모객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객들은 참사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 앞에서 사고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숙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또 추모객들은 참사 1주기에 맞춰 제작된 '세월호 기억의 벽'을 가득 채운 4천656장의 타일을 하나하나 살피며 그날의 아픔을 되새겼으며 '세월호 추모 벤치'에 새겨진 희생자 304명의 이름 앞에서 묵념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등대 앞 펜스에 걸린 리본이 바람에 풀려 떨어지자 재빨리 주워 다시 달아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순천시민 남선옥(61·여)씨는 "남편과 함께 진도까지 온 김에 팽목항을 찾았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다"며 "참사가 되풀이되는 데 책임자 처벌이나 진상규명,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항상 반짝하고 그치고 있다. 처음보다 잊히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팽목기억공간에도 추모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팽목기억관 입구 앞에 거꾸로 뒤집힌 철재 세월호 조형물과 컨테이너 건물 내부 곳곳에 수없이 달린 노란 리본,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 단상에 놓인 과자들이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희생자들의 못다 이룬 삶이 간략하게 쓰인 12권의 '416 단원고 약전'이 비치된 약전 책방에서 선 채로 한동안 책을 읽다가 눈물을 훔치는 추모객도 보였다.
자리를 지키던 유가족들은 먼 길을 찾아온 추모객들에게 "차 한잔 마시고 가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고 권지혜(단원고 2학년 희생자)양의 모친 이정숙(58)씨는 "이곳은 주검으로 수습된 희생자들이 바닷속에서 처음 뭍으로 올라온 상징적인 곳이다"며 "참사는 잊는 순간 반복된다. 작게나마 기억공간을 보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바람을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에서도 추모행렬이 이따금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입구에 설치된 세월호를 본떠 만든 아크릴 조형물 속 미수습자 5명의 사진을 보며 고개 숙여 묵념한 뒤 선체 쪽으로 이동해 먼발치에서 '세월(SEWOL)'이라는 글자만 남기고 녹이 슨 세월호를 바라보며 참사의 아픔을 공감했다.
아들과 함께 전주에서 왔다는 조문경(58·여)씨는 "둘째 아들이 희생된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다. 실물로는 처음 보는 데 이렇게 큰 배가 어떻게 뒤집혔을지 상상도 안 된다"며 "벌써 9주기라니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아 안쓰럽다.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찾아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목포=박만성기자
- [카드뉴스] 세월호 참사 9주기, 오해와 진실 클릭 시 온라인 추모관으로 이동합니다.세월호 참사 9주기 맞아 사건의 핵심과 생존자·희생자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한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세월호 사건이란??세월호 침몰 사건은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된 대형 참사다.사건 이후 상황지난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3년 6개월간 활동을 마쳤음에도 사고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참사 관련 책임자 처벌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또한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가설들이 난무하여 잘못된 이야기들이 퍼지는 상태다. 우리의 현대사이면서 현재 진행 중인 역사이기에 정확한 사실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17일 발족한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첫 공식 사고 조사에 나섰고 무리한 선체 증축, 화물 과적, 조타수의 운전 미숙 등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2015년 11월 대법원은 조타수의 상고심에서 '조타기의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며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생존자·유가족의 실제 요구사항은 무엇인가요?첫째, 특별법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4·16 참사 특별위원회’ 설치하여 진상을 독립적으로 규명할 것 요구둘째, 4·16 참사 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고 충분한 활동기간을 보장 및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자 처벌셋째, 다시는 참사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특별위원회가 재발방지대책을 정부기관에 권고하고, 기관이 이러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세월호 참사 오해와 진실Q. ‘보상’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서두른 것 아닌가요?A. 유가족과 국민이 청원한 특별법안에는 보상/배상과 관련하여 명시된 내용이 없습니다. 최소한의 보/배상 내용은 포함되어야 한다는 법률적 관점에 따른 내용만이 규정되었습니다. 유가족이 보/배상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서두른다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오해입니다. 법률수요자인 피해자 단체와 국민이 중심이 되어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Q. 침몰‘사고’인데 국가가 보상/배상을 해야 하나요?A. 헌법 제34조 제6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므로, 국가가 세월호 희생자 및 그 유가족들의 손해에 대해 배상하고 적절한 지원 정책으로 보상하는 것은 법에 따른 당연한 조치입니다.Q. 피해자 전원 ‘의사자 지정’을 요구한 것이 사실인가요?A.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의사자 지정’ 조항이 포함되자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는 새정치연합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가족들은 보상/배상 문제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초점을 둔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Q. 단원고 피해학생들 ‘대학 특례입학’ 요구 사실인가요?A. 특례입학은 어디에도 없는 낭설입니다. 정치권에서 논의된 것은 ‘정원 외 입학’이며 다른 일반 입시생의 자리를 빼앗는 특례입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국회 본회의에 의결이 안 돼 사실상 폐기된 법안입니다. 유가족들은 ‘대학 특례입학’ 내용을 법안에 넣어줄 것을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문예송기자 rr336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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