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홉 번째 봄'···팽목·목포신항 추모행렬 줄이어

입력 2023.04.13. 13:20 박승환 기자
팽목항·목포신항 참사 상흔 여전
9주기 앞두고 곳곳 추모행렬 눈길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를 찾은 추모객들이 노란 추모 깃발을 바라보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벌써 9년이 흘렀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 가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가 다가오면서 그날의 참사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찾는 추모행렬이 줄을 이었다.

13일 오전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진도항).

참사의 아픔을 상징하는 빨간 등대에는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팽목항 대합실에서 등대까지 걸어가는 길 곳곳에는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과 깃발이 거센 바람에 나부꼈으며, 펜스에 띄엄띄엄 달린 방울의 구슬픈 소리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듯 울려 퍼졌다.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듯 추모리본은 색이 바랬으며 일부는 찢겨 있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를 찾은 추모객들이 노란 리본을 바라보고 있다. 임정옥기자

노란 리본 추모 조형물 앞에 가지런히 놓인 축구화에서도 참사의 아픔이 전해지는 듯 추모객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객들은 참사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 앞에서 사고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숙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또 추모객들은 참사 1주기에 맞춰 제작된 '세월호 기억의 벽'을 가득 채운 4천656장의 타일을 하나하나 살피며 그날의 아픔을 되새겼으며 '세월호 추모 벤치'에 새겨진 희생자 304명의 이름 앞에서 묵념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등대 앞 펜스에 걸린 리본이 바람에 풀려 떨어지자 재빨리 주워 다시 달아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순천시민 남선옥(61·여)씨는 "남편과 함께 진도까지 온 김에 팽목항을 찾았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다"며 "참사가 되풀이되는 데 책임자 처벌이나 진상규명,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항상 반짝하고 그치고 있다. 처음보다 잊히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팽목기억공간에도 추모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팽목기억관 입구 앞에 거꾸로 뒤집힌 철재 세월호 조형물과 컨테이너 건물 내부 곳곳에 수없이 달린 노란 리본,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 단상에 놓인 과자들이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희생자들의 못다 이룬 삶이 간략하게 쓰인 12권의 '416 단원고 약전'이 비치된 약전 책방에서 선 채로 한동안 책을 읽다가 눈물을 훔치는 추모객도 보였다.

지난 12일 오전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진도항).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자리를 지키던 유가족들은 먼 길을 찾아온 추모객들에게 "차 한잔 마시고 가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고 권지혜(단원고 2학년 희생자)양의 모친 이정숙(58)씨는 "이곳은 주검으로 수습된 희생자들이 바닷속에서 처음 뭍으로 올라온 상징적인 곳이다"며 "참사는 잊는 순간 반복된다. 작게나마 기억공간을 보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바람을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에서도 추모행렬이 이따금 이어졌다.

지난 12일 오후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거치된 선체를 보러 온 추모객들의 모습.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추모객들은 입구에 설치된 세월호를 본떠 만든 아크릴 조형물 속 미수습자 5명의 사진을 보며 고개 숙여 묵념한 뒤 선체 쪽으로 이동해 먼발치에서 '세월(SEWOL)'이라는 글자만 남기고 녹이 슨 세월호를 바라보며 참사의 아픔을 공감했다.

아들과 함께 전주에서 왔다는 조문경(58·여)씨는 "둘째 아들이 희생된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다. 실물로는 처음 보는 데 이렇게 큰 배가 어떻게 뒤집혔을지 상상도 안 된다"며 "벌써 9주기라니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아 안쓰럽다.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찾아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목포=박만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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