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복호도 14년만에 저수율 20% 붕괴
아직 용수 공급 차질 없지만 절수운동 동참 절실

"댐에 이렇게까지 물이 없는 건 난생처음 봅니다. 물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네요."
남부지방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며 광주 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과 동복호가 말라가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순천시 송광면 봉산리 곡천교. 이곳 다리 밑에서 바라본 주암댐 상류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물이 온데간데없다.
그나마 가늘게 흐르는 물줄기 주변으로 풀이 자라고 있을 뿐 대부분의 바닥이 딱딱하게 굳어지다 못해 갈라졌다.
물기 하나 없이 바짝 마른 땅은 성인 손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갈라졌으며 밟아도 발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물기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비슷한 시간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주암댐지사가 관리하는 주암댐 전망대에서 바라본 본댐 취수탑에서도 극심한 가뭄 상황을 두 눈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가뭄으로 물이 마르면서 댐 가장자리 흙비탈과 돌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모래와 자갈도 훤히 보였으며, 취수탑에 남은 물때 자국은 수위가 얼마나 낮아졌는지 체감케 했다. 가뭄 이전에는 물에 잠겨있던 땅이 지금은 훤히 드러나 있을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이 주암댐지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곳 본댐에서는 광주와 목포·나주·화순·함평·영광 전남 서부권 등 6곳으로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한다.
주암댐 본댐의 저수율은 전날 기준 17.8%(저수량 8천120만t)로 평년 대비 43.6% 줄어든 상태다. 이는 댐이 준공된 지난 1991년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다. 수위도 88.9m로 평년 대비 8.9m 낮아진 상황이다.
시민 백용환(71)씨는 "뉴스에서 물이 하도 없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 얼마나 없는지 보려고 전망대를 찾았다"며 "직접 주암댐이 말라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물을 아껴써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지금도 물 절약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지만 생활에서 물을 아낄 방법을 더 생각해서 실천해야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오후 광주 시민의 최대 식수원인 화순군 이서면 동복호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복호 상류 제2취수탑에도 물때 자국이 선명했으며, 가장자리의 모래로 된 땅은 푸석푸석하게 말라 있었다.
동복호와 인접한 관광명소 물염적벽에서도 극심한 가뭄을 느낄 수 있었다. 풍성하게 가득 차 있던 물은 모습을 감췄으며, 물줄기는 실개천 수준으로 얇게 흐르고 있었다.
애초 이곳은 물에 비치는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주 찾았으나 지금은 '물이 사라진 것을 구경하러 왔다'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주민 최창일(64)씨는 "어릴 때 자주 찾았을 때만 해도 물이 이렇게까지 없진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본다"며 "뱃놀이 구경도 했었는데 지금은 뛰어놀아도 충분할 만큼 물이 없다. 아직 물이 잘 나오고 있어 재난문자가 와도 심각한지 몰랐다"고 말했다.
동복호의 저수율은 2009년 4월20일 이후 14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졌다. 전날 기준 동복호의 저수율은 18.9%(저수량 1천737만t)로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며, 수위도 151.7m로 지난해 대비 5.5m 낮아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아직은 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장마 전까지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절수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제한급수에 돌입하는 저수율 10%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월2일부터 매일 3만t씩 영산강 물도 끌어오고 있다"면서 "물 절약을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절수운동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관계자도 "용수감량을 통해 배출량을 최대한 줄였고 장흥댐에서 목포로 일부 대체공급하는 방안과 보성댐애서 필요한 만큼만 쓰고 주암댐으로 넘겨주는 연계 운영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6월 말까지 저수위인 85m까지 도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절수 캠페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도 일상생활에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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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선고 기다리다 늦은 인사...광주경찰 '어수선' 광주경찰청 상반기 정기 인사발령이 탄핵 정국으로 인해 예년보다 늦게 이뤄지면서 조직 내부가 어수선한 분위기다.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상황에 대비해야 하다 보니 늦춰진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간 쌓인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1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청은 이날 오후 경감 이하 상반기 인사발령 시행안을 발표했다.박성주 광주청장이 내부망 소통메시지를 통해 경감 이하 인사발령을 탄핵 선고 이후로 잠정 연기한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이다.광주청에서 경감 이하 계급은 전체의 97%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들은 대부분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파출소, 기동대 등에서 근무한다.통상 상반기 인사발령은 1~2월 설 명절을 기점으로 이뤄져 왔지만, 올해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늦게 진행됐다.이처럼 인사발령이 늦어진 이유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며 서울 광화문광장과 헌법재판소 등에서 연일 열리는 탄핵 찬반 집회에 전국 시·도경찰청 기동대가 동원됐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청 기동대도 2개 중대가 지난 17일부터 서울에서 연합 숙영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인사발령이 늦어지다 보니 조직 내부는 지친 분위기가 역력하다.올해 경감으로 승진한 일선서 소속 50대 A경감은 "이제라도 인사발령이 이뤄져서 다행이다. 승진자라 다른 경찰서로 이동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준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했지만 인사발령이 계속 밀리니까 마음이 붕 떠 있는 상태였다"며 "어디로 갈 지 예상만 하고 있다 보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언제 하겠다는 이야기도 없이 소문만 무성하니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지구대에서 근무하는 40대 B 경위도 "기동대의 경우 손 발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보니 인사발령을 늦춘 이유가 이해는 되지만 차라리 일찍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완벽하진 않더라도 근무하면서도 호흡을 맞추면 되는 일이지 않느냐"고 말했다.수사부서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늦은 인사발령이 곤란하다고 토로했다.고소·고발·진정 등 수사 민원이 매일같이 쏟아지는데, 인사발령 시기에는 이도저도 못한다는 것이다.실제 지난 2023년에는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수사했던 경찰들이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를 놓쳐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 처분된 바 있다. 당시 이 교육감의 사건을 담당한 수사부서 담당자들 모두 상반기 인사발령때 다른 경찰서로 이동했다.일선서 수사부서 30대 C 경사는 "사건처리를 빨리 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치지만 인사발령 시기에는 다른 경찰서로 이동해야 해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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