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보다 주력산업 침체된 전남경제 어려워
트럼프 2기 정책 등 수출여건 개선 쉽지 않아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과 정책지원 뒤따라야
내수활성화 위한 다각적 소비 진작 대책 필요
청년일자리 모두 함께 고민하고 대응책 마련

"올해도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수출여건 개선이 쉽지 않은데다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될 경우 내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박완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은 2025년 을사년(乙巳年)광주·전남 지역 경제에 대해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가 맞물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광주보다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의 수출이 감소하고 건설경기가 부진한 전남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등 지역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밝혔다.
박완근 본부장은 트럼프 2기 통상정책으로 수출여건이 개선되기 쉽지 않은데다 소비부진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 폐업도 급증하고 있다며 수출시장 다변화,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재정 조기 집행과 함께 소비진작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본부장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며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은 어느 한 기관의 대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지자체와 유관기관들이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차근차근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 일문일답.

-경기침체 장기화로 지역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경기침체라고까지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광주·전남지역 경제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가 맞물려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지역은 2022~24년에 시작된 주택 건설과 도시기반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여가·문화 서비스나 부동산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도 늘어나면서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전남지역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석유화학·정제, 철강 등 전남지역 주력산업이 해외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면서 수출이 감소하고 건설경기도 부진해서다. 특히 석유화학·정제 산업이 밀집한 여수 지역은 전남도에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요구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알고 있다. 안타깝지만 올해 전망도 밝지는 않다.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통상정책 등을 볼 때 수출여건이 개선되기 쉽지 않은 데다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내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어서다.
-소비부진으로 인한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극한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는데 대책이 있다면.
▲소비는 부동산 서비스나 여가·문화 서비스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소매나 음식·숙박 서비스 관련 소비가 부진하다 보니 이쪽 업종에 있는 분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큰 것 같다. 실제로 지난해 1~3분기 중 광주와 전남지역의 소매판매액 지수를 보면 전년의 같은 기간보다 각각 4.3%, 5.0%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경기지수(BSI)도 전년보다 4.3~8.9p 낮아졌다. 이렇게 소비가 부진한 것은 경제성장 둔화와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으로 지난 2~3년 간 실질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을 감내하느라 소비 여력이 줄어든 데도 원인이 있다. 구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지역 내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한 것도 소비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소비 부진의 결과, 자영업 하는 분들이 적자 누적으로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2023년에 폐업한 사업자 수는 광주가 2만 6천여명, 전남이 3만 천여명으로 광주는 2018년 이후, 전남은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신규 창업자 수는 2021년 이후 광주와 전남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이 지역의 소비는 물가상승률 둔화 및 임금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개선, 그리고 금리 하락에 따른 금융부담 완화로 점차 회복되겠으나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경영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올해는 연초부터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조기 집행과 함께 소비 진작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광주시나 전남도에서 상생카드 발행규모 확대 및 할인율 인상, 공공배달앱 할인쿠폰 발행, 소비촉진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본다.
- 건설경기 역시 최근 몇 년째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올해 전망은.
▲건설경기는 지역에 따라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투자 규모를 보면 광주는 아파트 건축과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중심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전남은 부진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광주의 경우에도 지역 건설업체들의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다. 수도권 소재 대형 건설사들의 지역 건설시장 진출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면서 일감이 줄어든 데다 건축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도 상승해서다. 하지만 주택매매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미분양 아파트 수도 늘어나는 등 주택구매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높아진 원가를 아파트 분양가에 전가시키기도 힘들다. 이에 수익성이 악화된 지역 건설사들은 외부 차입을 통해 근근이 버티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건설사들의 수익성 지표를 보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21년의 7.5%, 2022년의 5.3%에서 2023년 3.7%로 낮아졌으며, 부채비율은 2021년 72.1%에서 2023년 88.9%로 높아졌다. 폐업한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건설업체 수는 지난해 1~11월 중에만 광주에서 74개, 전남에서 129개 줄었다. 주택가격 부분은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데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서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렇기에 주택가격은 논외로 하고 건설투자와 건설사들의 업황에 관해 얘기하면, 올해 광주지역 건설투자는 기존에 착공된 아파트들의 시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복합쇼핑몰 착공, 지하철 2호선 공사 등도 예정돼 있어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전남지역은 건축착공·허가면적이 감소하고 SOC 예산도 줄어들면서 부진한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2기 출범으로 수출 어려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대처 방안은.
▲지난해 광주·전남지역의 수출은 조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24년 1~11월 중 광주의 수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2.5% 줄어들었으며 전남의 수출도 0.5% 감소하였다. 특히 광주의 반도체 수출은 전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26.4%나 감소했다. 인공지능에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 칩(HBM)이 아닌,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서다. 전남은 선박 수출이 LNG 운반선 수주 증가, 선가 상승 등에 힘입어 43.4%나 증가하였으나 석유 및 화학제품 수출은 2023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철강 수출도 지난해에 감소했다. 석유화학·정제, 철강 등 전남의 주력산업이 해외시장에서 중국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지역의 수출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이 광주·전남지역 수출에 미칠 영향은 대미 수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 외에 대중국 또는 동남아 수출 등에 대한 간접적인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선박, 내연기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부정적일 것으로 본다. 특히 석유화학·철강 등의 산업은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에 따라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감소할 수 있는 데다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제3국 수출을 늘림으로써 이들 시장에서 경합도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러한 교역환경 변화에 대응해 지역에서는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려는 노력과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중국 제품의 공급 과잉에 따른 산업피해 방지를 위한 보호대책, 교역조건 개선을 위한 협상, 기업 애로사항 해결 등에서 꼼꼼한 대응도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고기술·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조금 전에 말한 것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 차원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노력들이 요구되는 사항일 뿐이다. 지난해 말 정부, 그리고 전남도에서 각기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는 사업 재편, 산업 인프라 확충, R&D 및 세제 지원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다.
-지역의 고질적 문제인 청년 일자리 부족에 대한 대안이 있다면.
▲광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남지역은 2023년부터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으나 고용률은 다른 지역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15~39세의 청년층의 고용 상황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다른 광역시, 그리고 도와 비교할 때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고 고용률도 2023년 이후 소폭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국 평균을 상당히 밑돌고 있다.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광주에서는 연간 5천명 정도의 청년이, 전남에서는 8천여 명의 청년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수도권 등 여타 지역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서다. 실제로 광주·전남지역에서 제공되는 일자리는 전국 평균에 비해 급여 수준은 낮고 비정규직 비중은 높은 편이다. 특히 대학 졸업자를 기준으로 할 때 이들이 선호하는 전문직, 관리직, 사무직 등의 일자리는 졸업자 수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역의 청년고용 부진 문제를 해소하려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미래자동차, 인공지능, 신재생 에너지 등 신성장산업 투자가 계속 되어야 하고 연관산업에서의 기업 유치 노력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기업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지역인재 양성도 중요하고 도시기반시설 투자 등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이 서로 맞물려 있다 보니 어느 한 기관에서 한 가지 대책을 갖고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단기간에 상황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지자체와 유관기관들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차근차근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 같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는 다른 공공기관들과 함께 대학생 대상 취업 멘토링을 해옴으로써 이들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내게는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해야겠다. 어느 지역이나 어려운 여건에서도 희망을 끌어안은 채 묵묵히 일하는 분들이 있다. 최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에서 발표한 소비자, 그리고 기업 심리지수를 보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가라앉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분들이 있어서 그래도 이 지역의 경제가 활력을 잃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아무쪼록 올 한해 건강 잘 유지하기를 바란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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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폭탄 임박에도···GGM노조파업 우려 '확산'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GGM지회가 차체공장 휴게실 외벽에 부착한 플래카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따른 내란 혐의 등 정치 현안을 빗대고 있다. GGM 제공트럼프발(發) 관세폭탄이 예고되면서 지역주력산업인 자동차 수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글로벌모터스(이하 GGM)노조가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의 중재에도 파업에 나서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일고 있다.올해 본격적인 수출길에 오르는 전기차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해 추가고용 등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노조 측의 파업으로 생산물량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추가 고용까지 연기되는 등 광주형일자리로 탄생한 GGM이 지역열망을 져버려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18일 GGM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GGM지회(GGM 노조) 등에 따르면 GGM은 올해 국내 판매 호조와 해외 수출 물량 증가에 따라 지난해보다 7.2%(3천800대) 늘어난 5만6천8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특히 지난해와 달리 전기차가 4만7천700대(84.0%)로 대폭 증가하고 수출도 4만2천900대(75.5%)로 크게 늘어났다.이에 따라 GGM은 올해부터 주야간 2교대 가동을 검토했으나 노조의 파업에 따라 주간 1교대만 운영하고 있다.국내외 주문 물량이 쇄도하면서 현재 정상 근무 외에 화·목요일 각 2시간 잔업과 토요일 8시간 특별근무 등을 통해 생산 목표량을 맞추고 있다.이런 상황에서노조가 이날 낮 12시20분부터 4차 부분파업에 나섰다.노조측은 사측이 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며 전체 조합원 228명이 4시간 부분 파업과 함께 2시간의 잔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다만 사측은 이번 노조 파업 규모는 148명으로 보고 있다.노조 측은 '사측이파업 참여율이 높은 부서의 조합원에 대해 강제 전환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노조탄압과 조합원 차별이 계속 이뤄진다면 파업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탄압이 아니다. 지난달 14일 노조의 선전전 당시 소음 측정에 나선 팀장이 노조원과 몸싸움 도중 다쳐 고소가 진행된 것"이라며 "노조의 합법적인 선전전을 보장하다 다친 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타부서 강제 전환은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현재 노조 파업때마다 사측 일반직 직원을 투입하고 있는 GGM은 생산물량 증가에 28명 추가 모집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노조 파업에 고용 일정까지 잠정 중단한 상태다.이처럼 GGM파업 장기화 양상을 보이자 지역사회에서도 노조 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김성규 광주시민회 대표는 "GGM은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의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기반으로 어렵게 출범한 회사이기 때문에 파업 사태는 단순히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니다"며 "중재조정 기간에 노조가 파업을 하고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여망을 무시하는 매우 잘못된 행동으로 수출차 생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조정중재안이 나오면 이를 적극 수용하고 따르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한편 광주시는 지난달 GGM노사갈등 해소를 위한 광주 노사민정 조정·중재특별위원회를 구성, 노사상발전협정서를 준수하고 현행 노동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중재안을 마련하고 있다.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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