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버티는 지역기업들 "IMF때보다 힘들다"

입력 2023.12.25. 15:51 한경국 기자
올 한해 돌아보는 광주경제
②고금리에 허덕이는 기업들
무송지오씨·위니아그룹 등
지역 앵커기업들 줄줄이 위기
올해만 88개 기업 파산 '역대급'
업체 절반 이상 "작년보다 악화"
시위하는 위니아 채권단 모습. 무등일보DB

올 한해 돌아보는 광주경제 ②고금리에 허덕이는 기업들

올해는 광주전남지역 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 여파를 여실히 체감했던 한 해였다.

소비심리 위축과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에 자본 유동성이 메마르면서 중소기업을 비롯한 지역 경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한 것이다.

자동차업계를 제외한 상당수 지역 주력 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고, 가전업계의 경우 매출도 흔들렸다. 위기를 감지한 일부 종사자나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비상체계에 들어가기도 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한 기업도 있었다.

광케이블 전문업체 무송지오씨가 지난 4월 법정 관리에 들어갔고, 지역을 대표하는 가전업체 위니아전자,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대유플러스, 위니아 등이 줄줄이 회생절차를 밟았다.

국내외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금융시장 불안정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무송지오씨는 경영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투자유치에 힘쓰고 있다. 제 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본사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현지 법인을 비상경영체계로 전환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 중이다.

임금체불 금액이 700억여원, 협력업체 피해액이 800억원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대유위니아그룹은 자구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다. 위니아 등 주요 계열사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 회생절차 인가에 앞서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월 재무구조 개선 지원을 위해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35억원 규모 사재 출연을 단행했다. 지난달에는 경기 포천에 있는 36홀 골프장 몽베르CC를 3천억원에 동화그룹에 넘겼고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업체 대유에이피의 경영권을 DH글로벌에 매각했다. 또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 전문 제조기업인 대유이피의 경우 광주 소재의 자동차 부품사 무등기업과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의 위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광주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건수는 총 88건이다.

1월 4건, 2월 6건, 3월 4건, 4월 4건, 5월 4건, 6월 5건, 7월 10건, 8월 23건, 9월 7건, 10월 7건, 11월 14건 등 월평균 8개 기업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통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014년 22건, 2015년 16건, 2016년 11건, 2017년 15건, 2018년 30건, 2019년 19건, 2020년 37건, 2021년 29건, 2022건 32건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에서 7차례 동결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기업들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광주상공회의소가 광주·전남 기업 152개사를 대상으로 경영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1.3%)이 지난해보다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전년도와 비슷하다'는 27.6%였고, '전년도보다 개선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21.1%정도에 불과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내년도 걱정이다.

올해 대비 내년 경영 전망에 대해서는 응답 업체의 44.7%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올해보다 악화될 것(32.2%)', '올해보다 호전될 것(23.0%)' 순으로 응답했다.

지역 경제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오랜 기간 버티기를 하면서 체력이 고갈됐다. 그나마 한국은 기준금리가 미국보다는 낮은수준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며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경제 위기 속에서 지역 기업들 사이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보다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의 대책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5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