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스티브잡스···청년들의 램프 요정 '지니' 꿈꾸다

입력 2022.09.20. 19:19 이삼섭 기자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⑥] 김도현 지니소프트 대표이사
소프트웨어 관심으로 마이스터고 진학해 웹개발 전공
광주 최초 'SW융합 해커톤 대회' 대상 받으며 주목
10만원 쥐고 '어쩌다 창업'…광주 최초 '유니콘' 목표
김도현 지니소프트 대표이사가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게임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지니소프트 제공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⑥] 김도현 지니소프트 대표이사

서른 살의 나이로 유망한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김도현 지니소프트 대표이사의 별칭은 광주의 '스티브 잡스'다. 광주 스타트업계에 혜성 같이 등장해 기대를 한 몸에 받기 때문이다. 광주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 언급될 때마다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그 스스로도 그 기대가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그의 꿈 또한 스티브 잡스처럼 많은 이들의 삶을 이롭게 해주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지니'다. 알라딘에서 나오는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광주 청년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그들이 광주에서 머물 수 있게 하고 싶다. 이제 시작이라고 하는 김 대표의 꿈을 들어봤다.


▲중앙방공통제소에서 유일 지방대

김 대표는 소프트웨어 전공을 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학생 때부터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많았다. 재능이 뛰어나다기보다는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고 한다. 비록 소프트웨어 전공을 한 아버지이지만, 여느 부모처럼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기업 취직하시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는 기어코 마이스터고등학교를 들어갔다. 그 곳에서 웹개발을 전공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광주시 대표로 나가 전국기능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이후 개발자의 길을 본격 걸었다. 고등학교에서 해외 유학을 보내준 덕분에 1년 동안 호주에서 공부하는 기회도 얻었다.

돌아와서도 자연스럽게 전공을 살려 조선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진학했다. 유능한 학생들이 당연하게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과 달리, 그는 대학이나 지역이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실력에 자신 있다면 환경은 만들어가는 거라고 믿었다.

군대도 전공을 살려 중앙방공통제소를 진학했다. 대한민국 공군의 지휘통제를 위한 곳으로 핵심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서울 최상위 명문대, 카이스트와 같은 소위 '엘리트'들이 모인 그 곳에서 그는 유일한 지방대, 광주 출신이었다.


▲지역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대상

창업 이전 그는2018년 '대한민국 SW융합 해커톤 대회'에 출전해 광주 최초로 대상을 받으면서, 학교가 아닌 지역 전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가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에서 그가 보고 자란 영향이 컸다.

"당시 세월호가 터진지 얼마 안됐을 때라 대부분 팀들이 해양안전 관련한 아이템으로만 구성했었어요. 저는 우연히 갔던 장어 양식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승부해 이길 수 있었죠."

그가 방문한 전남의 한 양식장에서 장어를 일일이 손으로 분류하는 것을 봤던 그는 자동분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나갔던 게 대회 당일에 떠오른 것이다. 대회에서 그는 장어 크기를 데이터로 만들어 장어의 평균 크기나 행동 반경을 뽑아, 인공지능을 활용해 손쉽게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당시 수상을 하면서 그는 지역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 기술은 상용화하지는 않았지만, 농업이나 수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또 그가 창업한 후 처음으로 제작했던 홈페이지도 유명한 지역 프랜차이즈 업체인 '상무초밥'이다. 그가 협업한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김 대표는 광주의 많은 기업들이 창업하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도현 대표이사가 동료 직원들과 광주 남구 지니소프트 본사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지니소프트 제공

▲'어쩌다 창업'…하다보니 유망 스타트업 CEO

"새로운 일들을 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는 게 좋았어요. 대기업은 언제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화려한 이력을 가진 김 대표에게 대기업 입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개발자들에게 최고 기업 중 하나인 모 기업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왔다. 하지만 그는 기업을 들어가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당시 광주에서도 '창업붐'이 일던 때였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창업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쩌다 창업'에 가까웠다.

"일감을 받기 위해 사업자 등록이 필요했는데 정작 사업자 등록을 하고 나서 선정에 떨어졌어요. 이미 사업자는 되버렸고, 이왕 등록한 김에 계속 하자고 결정했죠. 수중에 딱 현금 10만원 있었어요. 10만원 가지고 지인 사무실 가서 책상, 노트북 하나 달라하고, 명함 만들어 돌렸죠."

김 대표 예상 외로 광주에는 고객이 많았다. 광주에서 유능한 개발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에서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서울로 갔다가 '돈만 쓰고 제대로 서비스도 받지 못한' 이들이 그의 고객이었다.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다보니 노트북을 새로 사고, 그 다음에 사무실을 구하고, 또 직원을 뽑으면서 점차 사업이 커져갔다.

"8년 동안 힘들 때가 많았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을 하는지. '취업이나 할 걸'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은데 포기 안하고 꾸준하게 해온 게 현재 지니소프트입니다. 광주의 유니콘 기업이 목표고 그 때까지 포기안 할 생각입니다."


▲"광주 청년들 떠나 보내고 싶지 않다"

"서울로 안 가고 싶어하는 친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광주에 취업할 수 있는 기업이 없는 현실이예요. 광주에도 넥슨이나 카카오처럼 스타기업이 있다면 젊은 청년들이 서울이나 다른 지방으로 빠질 이유가 없을 거예요."

특히 IT분야에서는 창업을 위해서든, 취업을 위해서든 인프라가 풍부한 서울이나 판교로 가지만, 그가 그곳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애향심'이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주변에서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위해, 더 나은 기회를 위해 떠난 이들을 수없이 봐왔다.

떠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또 많은 청년들이 기회를 찾아 광주로 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는 지니소프트를 광주의 유니콘 기업으로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유망한 기업이 아니라 IT 분야에서 창업 생태계가 이뤄지고 많은 이들이 광주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기 위해서는 스타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지니소프트는 40여명의 청년들을 고용하고 있다. 광주 청년들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외국에서도 오고 있다. 이 중에서는 창업자였던 이들도 있고, 대학에서 막 졸업한 이들도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고 지니소프트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들이 생기면서 선순환이 구축되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김 대표는 필요하다면 서울에 지사를 낼 수는 있어도 본사를 옮길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광주에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각오다.

"광주유니콘 기업이 되려는 이유도 저희 회사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이 생기면 친구들이 입사를 위해 수준을 올릴 것이고, 교육기관도 수준을 높일 거예요. 그러면 대장 기업을 주변으로 다른 기업이 생기고 하면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산업이 커지는 겁니다."

김도현 지니소프트 대표이사가 지난 19일 광주 남구 본사에서 무등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위치가 아닌 창업가의 마음이 중요

"광주는 창업 불모지가 아니예요. 충분히 뭔가를 이룰 수 있는 환경입니다. 중요한 것은 창업가의 마음이예요. 창업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든 할 거예요. 뭐가 없어서 안된다는 것은 핑계이고 또 불편할 뿐이죠."

그는 분명 창업이나 운영에 있어 사람과 일거리가 몰린 서울이 좋은 환경이지만, 광주 또한 창업하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미 광주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증명한 바 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지역에서 창업을 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창업을 지속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창업 후 7년 동안 지원을 해주지만, 그 이후에는 지원이 끊기면서 그간 기업이 쌓아온 기술이나 노하우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스타기업 탄생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라는 것이다.

또 지역에서 기업과 취업하는 이들의 '미스매칭'도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기업에서는 뽑을 인재가 없다고 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갈 기업이 없다고 한다. 이때문에 기업과 인재 모두 유출될 수밖에 없다.

"광주에 인재들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가고 싶은 회사가 없는 것이나, 반대로 회사에서 인재들이 없다고 하는 것은 슬픈 사실이예요. 교육기관 혹은 사회, 회사, 아니면 요즘 세대일지 모르지만 심각히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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