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인 모를 어지럼 때문에 오랜 기간 고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전정기능검사와 평형기능검사는 물론 영상의학 검사까지 받아봐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만성어지럼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만성어지럼증은 어떤 질병이며 어떻게 치료하는지 바른김동은신경과 김동은 원장에게 증상과 원인, 진단법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2주 이상 되면 뇌영상 촬영 고려
어지럼증은 흔히 귀의 전정기관에서 소뇌와 연결되는 평형기관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원인 모를 어지럼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뇌영상도 고려해 봐야 한다.
그러나 어지럼증은 이 외에도 매우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귀나 뇌의 기능에 이상이 없이 3개월 이상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들은 때로 경미한 회전감을 포함해 머리가 어지럽거나 아찔하다고 하고, 다소 취한, 분리된, 약간 균형을 잃은 또는 불안정한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다. 또 걷는 도중 한쪽 또는 양쪽으로 선회하는 듯하고, 가구를 만지거나 붙잡으면 보다 안정된 느낌이 들며, 마치 매트리스 또는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병원에서는 대부분 스트레스나 심리적 원인이라 설명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일상생활에 심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 어지럼증의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자세를 유지하는 기전의 기능 변화, 여러 감각계의 정보 처리과정의 변화, 또는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공간지남력을 인식하는 대뇌 기능의 장애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어 구조적이거나 심인성의 문제보다는 만성적인 전정신경계의 기능장애로 설명되고 있는 추세다.
◆현상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
주된 증상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자세불안과 아찔함, 몸의 흔들림과 같은 비회전성 어지럼증으로, 증상은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지속되지만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자세불안은 걷거나 서있을 때 악화되고, 앉아 있으면 조금 완화되며, 누우면 호전된다. 또 몸을 능동적으로 많이 움직이거나 수동적으로 많이 흔들릴 때 심해진다.
즉, 어지럼의 양상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면서 어지럼의 원인이 될 만한 결정적인 신체적 질병이 없는 상태라면 만성 어지럼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심인성 어지럼의 특징과 같이 자세불안, 아찔함, 기립시 흔들리는 느낌 등 비전형적인 양상의 어지럼을 보이며 공황장애처럼 복잡한 환경에 악화되는 영향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안진을 동반한 현훈보다는 자세불안, 몸의 흔들림, 묵직함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게 되며 보행 시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나 실조는 동반되지 않는다.
통상 자신의 움직임이나 주변의 움직임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많은 경우 불안장애가 동반된다. 번잡한 쇼핑몰과 같이 복잡한 시각적 자극이 있거나 정확한 시각적 인지가 필요한 업무(예, 독서나 컴퓨터 작업 등)를 할 때도 증상이 악화된다. 그러나 복시나 진동시는 호소하지 않는다.
과거 전정계 질환의 병력을 갖고 있으나 현재 신체 검진과 병력상으로는 기질적인 신경이학적 기능이상이나 현훈을 유발할 만한 약물 투여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
경한 우울증과 불안, 충동적 인격성향과 같은 정신적 요소는 만성 어지럼의 주 구성요소는 되지 않으나 발생 소인이 되거나 동시에 이환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60%의 환자에서 불안증을 보이며 45%에서 우울증을 동반하게 되나 25%의 환자에서는 이러한 질환이 동반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전정편두통과 자율신경기능 이상 반응도 동반된다. 청각 증상이 없는 재발성 어지럼의 60~80%에서 편두통이 존재한다. 또한 전정편두통 중 30%에서 만성 어지럼증이 공존한다. 그러나 어지럼증과 두통의 일관된 연관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불안장애와 동반된 경우가 높은 빈도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만성 어지럼증과 달리 현훈과 실조가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신경심장성실신 또는 기립못견딤증과 같은 자율신경장애에 의한 지속적인 어지럼증도 유발할 수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미주신경성 실신이며 만성 어지럼증과 유사한 면이 많으나 누웠다가 일어설 때 장시간 서있을 때 과도한 신체활동 시 발생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료해야
불안장애 증상의 경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억제제가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전정재활치료와 인지행동치료의 경우 증세 경감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치료 효과는 60~70% 정도의 환자에서 만성 어지럼, 기능부전, 불안 및 우울증이 절반가량 호전됨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약물 치료 기간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2~3개월 정도 복용 시 임상적으로 뚜렷한 반응을 보였으며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 약물 유지요법이 필요하겠다.
벤조다이아제핀 계열과 다른 전정신경억제 약물의 경우에는 만성 어지럼증의 일차치료에는 유용하지 않으나 불안증이 동반된 경우 초기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성 어지럼증의 경우 종합병원에 어지럼을 주소로 내원하는 환자 중 이석증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원인이며 내과적, 정신적 질환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가 많고, 장시간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데로 귀의 전정기관, 소뇌 기능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어지럼증 전문 클리닉에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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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장기’ 아플 땐 이미 늦는다
조선대학교병원 외과 신민호 교수가 간 이식 로봇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묵묵히 일하는 장기 중 하나다. 해독과 대사, 면역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지만, 이상이 생겨도 쉽게 신호를 보내지 않아 ‘침묵의 장기’로도 불린다. 그만큼 질환이 발견될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특히 간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상위권을 차지하며, 중장년층에서 치명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이에 간암의 주요 위험 요인과 증상, 치료 방법, 예방법 등에 대해 조선대학교병원 외과 신민호 교수에게 자세히 들어본다.◆침묵의 장기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우리 몸의 우측 상복부에 위치한 간은 ‘인체의 화학 공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영양소의 대사와 저장, 해독 작용, 면역 체계 유지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간 내부에는 신경세포가 없어 암이 발생하거나 간이 70% 이상 손상될 때까지도 뚜렷한 통증이나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탓에 환자가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 원인 통계를 살펴보면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중 폐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40대와 50대 남성에게서는 암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간세포암(C22.0)’으로 병원을 찾은 진료 인원은 지난 2014년 5만3천113명에서 2024년 6만7천55명으로 10년 새 26.2% 증가하며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간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발생 위험 인자가 비교적 명확하게 밝혀져 있는 암이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60% 이상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가장 주된 원인이며, 만성적인 음주와 C형 간염이 각각 1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며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성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아주 적게 마시는 경우에도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여 간염을 유발하는 질환이다.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 질환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간암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바이러스성 간염이나 무분별한 음주, 그리고 심한 지방간은 공통적으로 간세포의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이 발생하고 결국 간암으로 진행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따라서 본인이 간염 보균자이거나 평소 음주가 잦은 경우, 혹은 비만이나 당뇨가 있다면 잠재적인 간암 고위험군임을 인지해야 한다.조선대학교병원 외과 신민호 교수가 간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조선대병원 제공◆조용한 증상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앞서 언급했듯 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혹여 증상이 나타난다 해도 피로감과 소화불량, 식욕 부진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들과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병세가 진행돼 눈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우측 갈비뼈 아래의 통증, 복수가 차올라 배가 부어오르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이는 이미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었거나 암이 상당히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간암 대응의 핵심은 ‘증상이 없을 때 발견하는 것’이다.국가암검진 사업에서는 만 40세 이상의 간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6개월마다 간 초음파 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혈액 검사 수치의 변화와 초음파 영상을 주기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조기 발견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조선대학교병원 외과 신민호 교수. 조선대병원 제공◆진행 단계·기능 별 맞춤 치료 필요간암 치료의 핵심은 암의 진행 정도(병기)와 환자의 남은 간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암이 간 내에 국한돼 있고 개수가 적은 초기 단계라면 완치를 목표로 하는 근치적 치료가 우선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암 부위를 수술로 도려내는 ‘간 절제술’이며, 만약 간경변증이 심해 절제가 어렵다면 병든 간을 완전히 제거하고 건강한 간으로 교체하는 ‘간 이식’이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 된다.수술이 부담스러운 고령이거나 암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피부를 통해 바늘 형태의 전극을 삽입한 후 고주파 열을 발생시켜 암세포를 태워 없애는 ‘고주파 열치료술(RFA)’을 시행하기도 한다.반면 암이 여러 개이거나 혈관을 침범해 수술이 어려운 중기 단계에서는 암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고 혈관을 차단하여 암을 괴사시키는 ‘간동맥 화학색전술(TACE)’이 표준 치료로 적용된다. 또 암이 간 밖으로 퍼지거나 혈관 침범이 심한 진행성 단계에서도 최근에는 표적 치료제나 면역 항암제 등 약물 치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간암은 단 한 번의 시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의 긴밀한 상담을 통해 시기별로 최적의 치료법을 적용하며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생활 속 수칙으로 예방 가능해간암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위험 요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B형 간염 항체가 없다면 반드시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하고,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으므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생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만약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라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며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또 과도한 음주는 간세포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므로 절주하거나 금주해야 하며, 비만과 대사 증후군은 지방간을 유발해 간암의 씨앗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체중 유지와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마시는 술, 겪는 스트레스까지 모든 것을 걸러내는 간은 묵묵히 견디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무너진다. 정기적인 검진과 건강한 생활 습관만이 침묵하는 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정리=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도움말=조선대학교병원 외과 신민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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