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직후 발표된 삼성과 SK의 800조원 반도체 투자는 단순한 지역투자가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다시 쓰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수도권 1극에 대응하는 지방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졌다. 외형적 위상 변화는 시작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국무회의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적 위상은 정책 추진에 있어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효과에 기대감을 갖는다.
삼성과 SK가 발표한 투자는 올해 정부 예산 (728조원)을 넘는 규모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의 축이 이동한다는 사실이다. 수도권과 충청권에 머물렀던 국내반도체 산업의 남방한계선이 처음으로 호남까지 내려오게 됐다.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해온 지역들의 반발이 거세다.이들 지역에서 내세우는 반대론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오는데 엄청난 사회적 갈등비용을 유발하면서 누리던 파이가 줄어듦에 대한 반발 심리이다. 정확히는 호남반도체 기반이 될 요소에 대한 사실 관계보다 기존산업 집적효과가 흔들리는데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수도권에 인구와 자본, 산업이 집중되고 비수도권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현실을 외면한 채 기존의 지역 집중화 효과만을 강조한 나머지 국가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간과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삼성과 SK 초대형 투자 발표는 기업의 철저한 사업성 판단에 따른 결과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업의 팔비틀기 주장은 투자 규모와 기업의 의사 결정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같은 논란은 국가전략산업의 분산 이슈에 대한 기업의 심도있는 결정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아니다. 영산강 수계와 주암댐을 기반으로한 충분한 산업용수, RE100 기반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전력, 공항 접근성, 이미 조성된 부지, AI산업기반과 전문인력 등은 기업이 선택한 핵심 경쟁력이었다.
최태원 SK그룹회장은 지난 15일 제주도 대한상의포럼에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고 호남은 물, 땅, 전력 공급이 충분한 곳”이라고 일각의 관치개입을 일축했다. 이러한 반도체산업의 필수 기반은 그동안 인공지능 국가시범도시로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 현안으로 부상한 RE100 대응 차원에서 광주의 경쟁력을 확실히 뒷받침해준다. 삼성과 SK는 전략산업의 공급망 분산과 에너지 여건, 국가 균형발전을 최우선 고려한 측면에서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역사업이 아니라 국가전략사업임이 분명하다.
800조 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광주군공항 250만평 부지가 AI혁명의 산업대전환 전진기지가 되는 데, 앞선 국외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미국 애리조나는 TSMC사가 2020년 애리조나 북부에 120억 달러 규모 공장 건설을 발표한 이후 기업과 함께 기반시설을 구축, 세계적 반도체 클로스터(1천650억달러)로 성장했다.
반면 독일 마그데부르크는 행정절차 지연과 반도체 경기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인텔사의 투자가 좌초됐다. 투자는 발표보다 실행이 더 어렵다는 대표 사례다. 두 예시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기업보다 행정이 투자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전남광주특별시에 나올 문제는 예상가능하다. 반도체 공장은 도로, 철도, 항만, 주택, 학교, 병원, 산단, 송전망, 용수, 시설 등 모든 것이 함께 움직이는 종합프로젝트다. 결국 기업이 아니라 행정의 경쟁이다.
정부와 전남광주특별시는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 국가산업단지 조기 지정, 전력망 적기구축, 용수공급시설, 원스톱 인허가와 특별법 제정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에도 용수 재활용 계획을 세우게 하고, 특별시는 협력업체 유치안을 비롯한 동복댐 증고 사업, 전력망 확충 추진시 주민수용성 방안 등을 꼼꼼히 수립해 갈등을 줄여야한다.
수도권 일각에서는 투자의 효율성과 산업집적 효과를 이유로 끊임없이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번 기업들의 결정은 지역안배 보다 기업의 사업성과 국가공급망 안정이라는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첨단산업을 한 지역에만 집중하지 않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은 애리조나, 텍사스, 오하이오 ,뉴욕으로 분산했다. 일본도 구마모토, 홋가이도, 규슈 등으로 확대중이다. 중국도 베이징, 상하이, 선전, 우한, 청두 등 여러 권역에 산업벨트를 구축했다.
반도체 공장은 콘트리트 보다 행정위에 먼저 세워진다.
전남광주특별시가 증명해야할 것은 기업의 투자를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정적으로 현실로 만드는 행정의 역량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용수 등 장애물을 먼저 제거하고, 기업에는 향후 투자 일정과 계획을 당당하게 요구해야한다. 행정이 시간을 지체하는 순간 반도체 프로젝트는 숫자에 그친다.
결국 평가받을 대상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와 특별시의 실행력이다. 800조는 발표로 끝날수도 있고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도있다. 그 갈림길은 기업이 아니라 행정이 결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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