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0조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삼성의 초격차 전략
“광주니까 그 말씀 한번 드리고 싶어요…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우리가 가진 자원과 기회를 한쪽에 몰아 가지고 올인했죠. 수도권 영남에 올인했습니다. 그 결과 수도권 집중이 발생했고 지방 소외가 발생했고 지방 소외 중에서도 영남과 호남을 차별하면서…. 어쨌든 그 결과로 동서간에 엄청난 차별이 발생했죠. 격차가 발생했습니다. 얼마나 서럽고 외롭고 슬펐겠습니까?….”
손익의 문제에서 생존의 문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에서 진행한 ‘국민보고회’에서 한 즉석연설 한 대목이다. 어쩌면 저렇게 호남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 헤아릴 수 있을까?
최근 몇달 사이에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일들이 지역에서 연이어 일어나 흥분과 기대가 교차되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에 따른 특별시의 출범이 그것이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의 광주군공항 일대 반도체 투자가 그것이다.
천년 전라도 땅에 대기업의 투자도 생소한 일이지만, 800조 투자라니….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1년 예산이 합쳐 20조원이니, 800조면 40년을 넉넉히 쓰고 남을 돈이다. 지난 수십년 세월동안 호남지역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대중 정권시절에는 지방자치와 분권의 큰 획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호남 역차별 이야기가 나왔고, 균형발전을 핵심국정과제로 택한 노무현 정부도 공공기관 이전과 수도권 분산정책에 공력을 쏟았지만 반발 또한 만만찮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수도권 3기 신도시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로 오히려 균형발전이 역행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러니 이재명 대통령의 호남에 대한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어떤 대통령보다도 길이길이 회자되고도 남을만하다. 청와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회장과 손을 맞잡고 진행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 지방주도 성장의 국토 대전환을 통한 균형발전 구상의 이 보고회 부제는 ‘회복을 넘어 대도약으로, 초격차 대한민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란 슬로건 아래 국정목표중 첫째로 ‘초격차 산업강국’을 꼽았다. 여기서 ‘초격차’(Super Gap)는 삼성전자가 일찍이 도입한 용어로, 다른 누군가와 비교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기술, 조직, 시스템, 공정, 인재배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을 높이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 낸 일등공신이자 삼성전자 회장까지 오른 신화적 인물인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쓴 책 ‘초격차’(쌤앤파커스.2021년 193쇄 발행). 책에서 저자는 “모든 문제는 손익의 문제에서 생존의 문제로 바꾸어야 한다. 생존을 원한다면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선은 부서별로 순차적으로 부분적으로 진행하지만, 혁신은 모든 부문이 동시에 진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지난 83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을 때 비관적 보고서가 줄을 이었다. 개발 연구인력도 없고, 생산 경험도 없고,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에서 첨단기술의 도전은 무모하다는 것이다. 당시 80년부터 2000년까지 20여개 회사가 무한경쟁을 벌였고,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면서 공급과잉으로 1년 사이 가격이 70∼80%까지 급락했다. 불황과 호황이 4년 주기로 반복됐다. 당시 반도체 사업을 빗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天水畓)농사와 같다고 표현했다.
생산라인 한 과정이 잘못되거나 한 사람의 작은 실수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져 반도체 제조는 그야말로 ‘초정밀, 완벽의 극치’로 여겨진다. 그런 상황 속에서 삼성은 92년 64Mb DRA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17년 반도체 시장 진입 34년만에 인텔을 제치고 세계반도체 업체 1위로 올라선다. “‘세계 1위를 하고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까?’…변신을 멈추는 순간 모든 부서와 기업은 망한다.”
권 회장은 책에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었던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기업가 정신이 현재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만들었다”며 “끝없는 위기 속에서 비교불가 절대적 기술, 끊임없는 혁신, 구성원들의 주도하는 자세가 ‘격’(格, level)을 높였다”고 했다.
가슴 뭉클한 천년 전라도 반도체 서사
대통령이 말한 대한민국 경쟁력을 이끈 민주주의 DNA, 그중에서 호남의 노력이 크다고 했다. 민주와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특별시에 삼성의 경영 원칙과 전략·전술을 배우는 ‘삼성관’을 국립거점 전남대에 지어 후학을 양성하면 어떨까? 이제 호남이 대한민국 미래를 대비해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4차산업 아이콘처럼 혁신 패키지와 평면에서 입체로 차세대 나노구조 등 초격차 반도체 기술력을 전시해 새로운 그 이야기를 써내려가면 좋겠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때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삼성SDI가 공동으로 참여한 삼성관이 5면 입체영상과 시공초월 판타지 퍼포먼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듯이 전남대 삼성관이 지역민들의, 아니 전국 청년들의 특별한 교육 전시관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그 가슴 뭉클한 천년 전라도 반도체 서사(敍事)를 이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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