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1년에 25조씩, 4년동안 100조를 쓰는 사람은?

@강동준 입력 2026.04.29. 20:11
강동준(전무·마케팅기획국장)

지난 2024년 6월, 유튜브 채널 ‘휴먼스토리’가 ‘1년에 50조, 매일 1천300억씩 쓰는 남자의 하루 일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하루에 1천300억 쓰는 남자라…’ 흥미로운 주제의 주인공은 1천만 시민들의 삶과 일상을 책임진 서울특별시장이었다. 물론 하루 1천300억에는 공무원 인건비 등 고정지출이 포함됐겠지만, 그 나머지 용처도 사뭇 궁금했다. 36분 분량의 영상에는 아침 공관 러닝셔츠 차림에서부터 시정과 관련된 보도내용 스크랩 모니터링, 출근 전 남산공원 산책과 운동, 회의 모습, 현장 점검, 현안 보고, 행사 참석, 대학 강연 등 줄줄이 빠듯했다.

한강 이남 최대규모 법인(?) 설립

“서울시장은 무슨 일을 하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천만 서울 시민이 먹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주말에 가족과 함께 즐기는 것 등 하루 일상 중 서울시가 개입하지 않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후 2년여의 세월이 흘렀고, 최근 광주전남 대통합을 보면서 ‘하루 1천300억 쓰는 남자’가 주마등처럼 떠올라 오버랩됐다. 연간 5조 원의 재정지원에 광주 7조, 전남 13조를 보태니 ‘1년에 25조 원을 쓰는 사람’. 다름아닌 인구 320만 명의 첫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다. 서울특별시장과 마찬가지로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단순 계산으로 5조씩 4년간 지원하니, 임기 4년동안 총 10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쓰는 꼴이다.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행정적 지위와 자율성을 주고, 교부세와 지원금을 신설해 국가재원을 대폭 재분배하고, 차관급 부단체장 4명에 공공기관 이전 우대, 여기에 기업유치 땐 파격 인센티브까지….

코로나19 때 정부의 주민 지원금을 두고 일각에선 25조에 대해 분당신도시(39만 명 계획도시)주민에 아파트 반값 공급 예산, 또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노선 4개를 건설할 수 있는 예산 등 그 규모에 놀랐다. 한해 25조 원의 예산권에 광주광역시의 경우 인사권한을 가진 본청과 사업소 공무원만 2천600명, 여기에 소방본부까지 정원이 4천200여명이다. 전남도의 경우 기구정원만 2천300여명, 소방까지 정원이 6천8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완전히 하나로 통합될 경우 통합특별시장 중심의 인사권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여겨진다. 시쳇말로 한강 이남에 최대규모의 법인(?)이 설립된 셈이다.

현재 광주시 조직은 4실 10국 3본부 75개과 278팀이고, 전남도는 2실 16국 79개과 293개팀이다. 이를 어떻게 합치고 배치할 지, 데이터와 시스템 통합작업은, 업무량이 각기 다른 5천여명의 시·도 공무원들에 대한 이동과 승진을 위한 근평작업은? 6월 3일 당선과 함께 구성될 인수위원회 활동과 조직개편의 향방도 몹시 궁금하다. 여기에 27개 시·군·구와 100여개에 달하는 산하 공공기관까지 관할할 경우 사실상 어마어마한 권력에 가까워진다. 막강한 권한과 권력이 발생할 때 예상되는 혼란과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주청사 문제를 비롯해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간 힘겨루기, 시·군·구냐? 구·시·군이냐? 등 크고작은 갈등과 대립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50년, 100년의 미래를 설계하는 통합시는 미래세대들에게는 지방주도성장 대전환을 통한 확실한 기회가 될 수 있는 반면, 현 세대들에겐 위기처럼 여겨지는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백범 김구 선생은 동지들에게 ‘쟁족운동(爭足運動)’을 주문했다. 백범은 “우두머리 지위가 자기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어제 맹세했던 것도 언제 그랬냐며 분열되는 것을 보았다”며 대가리 싸움보단 행동하는 다리가 되기를 다투자는 것이다. 즉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권모술수를 쓰는 대가리 싸움이 아닌, 높고 쉬운 자리는 서로 사양하며 힘들고 천한 일을 먼저 하려드는 쟁족의 실천운동이다.

건설적 권력의 힘과 임파워먼트

두 사람만 있어도 위계와 권력이 발생하는게 인간의 삶이라고 한다. 부부 사이, 부모 사이, 자식간에, 친구 사이에도 미묘한 위계와 권력이 작동한다. 독일의 SRH 베를린 응용과학대학 경영심리학 셰르물리 교수가 쓴 ‘권력중독’(2026. 미래의 창. 곽지원 옮김) 책에서는 권력은 중독이 강해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못된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지게 되면 못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직과 리더십의 심리메커니즘을 연구해온 그는 권력이 인간의 심리와 신경체계를 바꾸며 그 과정에서 공감은 줄어들고 자기중심성은 강화된다고 보았다. 저자는 사회·경제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인 권력의 힘’이 필요하다며 그 해결책으로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한 부여 또는 권한 이양)를 제시한다. 평화롭고 자발적인 권력 분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더 많은 혼돈과 불행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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