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어린왕자와 별을 세는 정치인들

@이용규 입력 2026.03.04. 18:07
이용규 신문디자인국장

 여론조사의 홍수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지지율, 후보선호도, 정당 호감도 수치가 큼지막한 글씨로 쏟아진다. 광주전남통합으로 판이 커진 지방선거가 90여일 남은 상황에서 숫자는 선거판의 온도를 가늠하는 가장 쉬운 정치언어이다.

입지자와 지지자들은 숫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입지자들이 전가의 보도로 내세운 숫자 앞에서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가 떠올랐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든 존재가 자신에게 복종한다고 믿는 왕, 박수받기만을 원하는 허영꾼, 수억개의 별을 셈하며 그것이 자기것이라고 우기는 사업가이다. 이들을 요약하면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싶어하고, 남들이 자신을 떠받들길 원하고, 자신이 지금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이유조차 모르고, 무조건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심 많은 사람이다. 지방선거 풍경도 이와 유사하다.

5일 공직사퇴 시한으로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면면이 드러난다. 이들이 가세하면 앞으로 숫자를 올리기 위한 각축전은 더 치열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치 타임라인으로 두달안에는 후보공천이 완료된다. 정치 지형상 민주당 우세인 광주전남의 경우 예선이 본선이다. 이러니 경선의 주인공이 되고자 막판까지 죽을힘으로 뛸 것임은 분명하다. 입지자들에게는 권리당원이 확실한 뒷배이다. 당원주권주의를 천명한 민주당 지도부는 게임의룰을 확정치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 통과시킨 당원 1인1표제는 상수로서, 경선판의 중요 요소이다.

어쨌든 정당 공천 경선 취지는 밀실공천을 배제하고 당원과 시민참여를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권리당원 투표, 시민배심원제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현실에서 경선은 제도 설계만으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누가 더 많이 동원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대표성이 왜곡되고 정책 경쟁이 실종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한다. 일단 표심 왜곡의 전조들이 드러난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의 경우 민주당 당원 가입이 30만명이 넘게 밀물처럼 넘쳤다. 좋게 말하면 선거 입지자들이 적극적으로 당원 배가에 나선 결과고, 비판적으로 보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속셈이 깔린 것이다. 내놓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용가리 통뼈라고 팔짱을 끼고 있을 일도 못 된다.

지역 토호나 선거꾼으로 대표되는 브로커들의 은밀하고도 비정상적인 유혹과 거래도 계속된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이들의 공생 관계는 여론조사에서도 5분대기조처럼 준비된 대응을 한다. 조직을 최대한 동원해 여론조사를 끌어올리고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올리는 식이다.

과연 그 결과치가 민심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숫자가 민주주의 중요한 도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인정사정없는 수적 경쟁에서 편법과 왜곡, 비정상적 타협에 노출돼 불신이 클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는 이러한 정치 지형에서 선출된 광주전남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보여준 자질은 일당지배 폐해의 반작용을 반증한다. 지역민을 위한 일꾼이라고는 하나, 실상은 지역의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지 않은가. 이들에게는 독선과 오만, 탐심만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철저하게 가려진 그림자 실세들이 노골적으로 ‘영감님’, ‘어른’, ‘1번 뜻’이라며 공사에 인사에 심지어 행정기관 소모품 납품까지 공적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원격조종하는 전횡을 일삼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떳떳하다고 손사래를 쳐도 현재도 일부 지방자치단체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상은 천연덕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숫자, 소유, 계산에만 집착하는 입지자들은 오로지 이미지 연출과 구호만 넘쳐난다. 정작 깊이 있게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비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가 과연 민심의 거울인지 아니면 정치적 도구 인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일뿐 투표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후보의 정책 자질 지역비전이 판단돼야 한다. 오로지 정책 수행 능력 등 실력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숫자로 동원된 지지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30년 지방자치에서 터득한 학습의 진리이다.

이번 6월3일 지방선거는 40년 만에 통합을 이룬 전남광주특별시가 소외의땅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심장으로 대전환을 앞둔 중요한 주권자의 시간이다.

서울특별시에 버금갈 지위를 얻게 된 광주전남으로서는 명실상부한 이름에 걸맞은 실속을 갖느냐를 가늠하는 시기이다. 그렇기에 재결합된 320만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리더를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춰 광주전남에서 뽑을 리더의 덕목은 만들어진 이미지로 얼마나 많은 표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지역을 이해하고 책임질 준비가 돼 있는가에 있다.

이 점에서 어린왕자가 지구에서 만난 여우에게 한 말을 여전히 유효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숫자와 구호가 난무하는 선거판에서 어린왕자의 시선으로 다시 질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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