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광주·전남 지자체 금고 금리 털어봤더니···

@류성훈 입력 2026.02.11. 18:11

류성훈 편집국장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방정부 이자율을 전격 공개했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금고 이자율을 조사해 공개가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5개월만에 공개됐다. 그동안 감춰져 왔던 전국 지자체 금고 이자율 ‘민낯’이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매번 지방 재정이 부족하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왔지만 그 돈이 효율적으로 관리가 되는지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금고 이자율 공개 결과는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일괄 공개된 전국 243개 지자체 금고 이자율(12개월 이상 정기예금)을 보면 가장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격차가 3%p를 넘는 수준이다. 가장 높은 인천 서구(4.82%)와 가장 낮은 경기 양평(1.78%)의 금리 격차는 3.04%p에 이른다.

지자체 금고 이자수익 ‘천차만별’

“1조원에 1%만 해도 100억”이라는 이 대통령의 말처럼 양 지자체의 재정 규모가 차이를 감수하더라도 같은 금액을 은행에 맡겼을 때 받는 이자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없는 살림’이라는 지방재정이지만 기초지방정부(옛 기초지자체)가 은행에 맡기는 금액은 일반가정과 다른 수백억~수천억, 광역지방정부(옛 광역지자체)는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고 이자 수익도 천차만별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싶다. 더 많은 이자를 받을수록 그만큼 더 가용할 수 있는 재정은 늘어난다.

광주·전남 지방정부의 금고 이자율은 대다수가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지자체 간 금리 차이 또한 뚜렷했다.

광주와 전남은 전국 시도 금고 평균 금리 2.61%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정부 평균 금고 금리 2.53%에 못 미치는 2.40%, 2.29%에 그쳤다. 특히 전남은 2.15%의 경북, 2.26%의 대구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았다.

기초지방정부도 광주 서구(3.35%)와 광산구(2.86%), 동구(2.61%)를 제외한 24곳 모두 평균 이하였다.

전남의 14개 기초지방정부가 2.20%를 기록한데 이어 신안 2.18%, 강진 2.04% 등으로 상당수의 기초지방정부가 2%대 초반에 머물렀다.

일부 지자체는 이번 공개 결과를 두고 예산의 적기 집행을 위해 6개월 이하 단기 예치 비중이 높다며 항변하기도 했지만 일반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 지방정부 간 금고 이자율 격차가 크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 ‘팩트’ 일뿐이다.

복잡한 셈법은 차치하더라도, 국민의 혈세를 맡기는 만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받아야 한다’는 건 자명한 이치다.

개인 재산을 은행을 맡길 때 이자율을 따지지 않고 낮은 이자율을 주는 상품을 가입한다면 뭐라 부르겠는가. 딱 하나다. 그냥 ‘호구’로 통할 것이다. 지금 지자체 금고 이자율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 은행에 ‘호구 잡혔다’고 생각하지,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도권과 지방의 금고 이자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지방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고입찰이 사실상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등 지방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대다수의 지방정부 금고 선정 과정에 ‘지역 내 점포 수’ 등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의 배점이 높아 농어촌지역에 지점이 거의 없는 시중은행들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고 한다.

시중은행 점포가 많이 입점해 있는 ‘수도권’의 경우 ‘금융접근성’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데다가 상대적으로 지방에 비해 재정자립도도 높고 보유자산이 많아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역에선 광주은행과 NH농협은행 외에 타 은행 점포가 사실상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두 은행 외에는 경쟁자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지역 내 점포’ 우대 기준 이제는 바뀌어야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은행 입장에선 굳이 높은 이자를 줄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광주와 전남의 지자체 금고도 광주은행과 NH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특히 전남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는 농협이 1금고를 맡고 있다. NH농협이 지역에서는 대기업이나 다름없다. 점포가 없는 시중은행이 애초부터 끼어들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의 올해 예산이 각각 7조6천823억 원, 12조7천23억 원으로 20조 원에 가깝다. 행정통합으로 하나가 되면 우선 정부가 약속한 5년 20조 원 등 더 많은 예산이 지자체 금고로 들어간다.

대통령의 말처럼 ‘1조 원에 1%면 100억 원’이듯 단순 계산해 봤을 때 20조 원이면 2천억 원, 30조원면 3천억 원이 이자율 1%당 늘어날 수 있다. 입출금이 계속 이뤄지고 회계별 이자율이 다르기에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큰돈이 금고를 맡은 은행에게 맡겨진다는 건 변함이 없다. 이제는 법이 허락하는 테두리 안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개인 자산처럼 보다 높은 이율을 제시하는 은행에 금고를 맡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매번 부족하다는 말만 앞세우기보다 보다 효율적인 재정 관리에 나설 방안을 찾는 것. 그게 바로 지방정부가 앞으로 해나가야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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