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화랑의 역할은 역량 있는 미술작가를 발굴하고 컬렉터와 이어주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상업화랑의 시작은 1970년 서울 관훈동에 자리 잡은 현대화랑이다. 광주의 첫 상업화랑 이름 역시 현대화랑이었다. 1977년 예술의거리 원불교 맞은 편에 터를 잡고 30대 후반의 젊은 작가 황영성, 강연균, 최쌍중 등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1970년대 이후 잇따라 문을 연 상업화랑들은 미술시장과 작가 발굴, 전시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미술시장이 국제화되고 잠재적 수요자가 급증하면서 상업화랑의 성격과 역할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새로운 시각문화를 앞장서 선보이는 역할도 맡고 있다. 가장 커다란 변화는 '문화소통의 창'이다. '벽에 걸린 그림'이라는 틀을 벗어나 일상생활을 함께 호흡하는 매개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젊은 층 증가로 미술시장 활기 기대
아트페어는 미술가와 관객이 직접 만나는 '페스티벌'이다. 단순한 작품 감상에 그치지 않고 갤러리와 마켓, 컬렉션, 투자까지 연결되는 예술과 상업의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주요 아트페어로 서울 키아프와 프리즈를 비롯한 화랑미술제와 아트부산, 대구아트페어 등이 꼽힌다.
주요 도시들이 앞다퉈 아트페어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현대미술의 경향과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뿐 아니라 경제·관광·브랜딩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전시의 창작성이나 실험성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관객과 구매자에게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보장되는 노출의 기회이자 신진들에게 시장 진입의 통로가 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서울'과 '프리즈(FRIEZE) 서울'은 국내 최고의 미술장터라는 명성을 실감케 했다. 두 아트페어는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서울이 '아시아 미술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 최정상 갤러리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즐기며 '눈 호강'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을 끌었다. 8만원이라는 입장료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은 그 자체가 색다른 볼거리였다.
행사장은 젊은 층이 주류를 이뤄 더욱 활기가 느껴졌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미술 인구의 저변 확대는 당장 작품 구매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향후 언제든지 미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갤러리 관계자들은 고무된 분위기였다. 특히 올해 아트페어를 계기로 미술시장이 활기를 띨 조짐을 보였다는 점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작품 판매는 물론 주요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관계자와 바이어들의 문의도 지난 행사와 비교해 늘었다고 한다. 일부 유명 작품과 유망한 작품들은 내로라하는 국내외 '큰손'들이 일찌감치 모두 선점했다는 뒷이야기까지 들렸다.
문화 잠재력 바탕 건강한 생태계를
광주는 비엔날레 역사가 30년을 넘어섰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크고 작은 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갖지 못한 유·무형의 역사와 정신적 자산도 적지 않은 곳이다. 일 년 내 각종 단체전과 개인전, 해외 전시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다양한 작품세계를 접할 기회도 많다. 외형적인 모습만 보면 광주 미술은 다른 도시 못지않게 활기를 띠는 듯 하지만 내적으로는 적지 않은 과제도 안고 있다.
광주가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치러온 광주국제아트페어(아트:광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15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받아 든 성적표는 실망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광주는 주관 기관의 잦은 변경, 예산 축소 등을 거치면서 일관된 행사를 치르지 못했다. 참가 화랑 중 일부가 고가의 작품을 판매한 것을 제외하고는 소품 판매가 중심이 되거나 겨우 부스비를 건지는 수준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부스비의 적설성 여부, 지역 화랑에 대한 지원에 대한 하소연도 잇따르면서 행사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마저 적지 않았다.
아트 광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메이저 화랑이 참여해 주목도 높은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구매자들을 유인하고 판매와 직결하는 것이 필수다. 평범한 해법이지만 부단히 노하우를 쌓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난 행사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참가자 의견을 반영한 개선점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명확한 목표 설정과 체계적인 계획, 꼼꼼한 준비, 효과적인 홍보 등은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풍부한 문화적 잠재력을 바탕으로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양성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서울의 아트페어에서 한 구매자가 마음에 든 작품을 본 후 어느 지역 작가냐고 물었다가 '광주'라는 답변을 듣고는 발길을 돌렸다는 이야기는 지역 작가에 대한 컬렉터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지역의 한 작가는 서울의 한 갤러리 관장과 만났을 때 "왜 아트페어에서 광주 작가를 외면하느냐"고 물었더니 "황금성(경제 가치)이 부족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아트페어가 화랑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상업화랑이 늘고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지역 미술계와의 밀착력은 물론 작가들의 참여기회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긍정론도 있다. 아트광주가 숱한 우여곡절 속에서도 15년 동안 꿋꿋이 명맥을 이어온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어제의 안주'보다 '내일의 성장'에 대한 소망이 담겨있다.
'아트 광주'(23~26일 김대중컨벤션센터)가 16번째 문을 연다. 우려 반, 기대 반. 올해는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