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브랜드는 그 도시에 대한 인상이다. 매력적인 첫 인상은 다시 찾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 낸다. 브랜드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관광 목적지 선택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여행·관광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관광은 브랜드 전략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차별화된 자신들 만의 매력을 마케팅하는데 있어 대전제와 디테일이 중요한 이유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사진 한 컷과 영상은 이제 '디폴트(default·기본설정 또는 초깃값)다. 이미지가 도시를 규정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스페인)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로 인식된다. 도시를 떠올리는 순간, 그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연상되는 건 자연스럽다. 월드컵 축구하면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가 자꾸 맴도는 식이다. 2014년 경쾌한 삼바 리듬과 함께 등장한 거대 예수상의 강한 여운은 아직도 쉬이 잊히지 않는다.
스마트폰, '디지털 노마드' 촉발
역사 발전은 테크놀로지에 기반한다. 몽골 기병의 '등자'에 비견되는 스마트폰이 그 주인공이다. 등자는 말 안장 좌우 옆구리 쪽으로 늘어뜨린 둥근 고리 모양의 마구다. 말 등에 올라타기 편하라고 고안된 일종의 받침대로, 전투 혁명을 일으켰다. 기병의 발을 고정하고 하체를 말에 밀착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활·창 등 무기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등자를 통해 급상승한 전투력은 몽골의 세계 최대 제국 건설의 토대가 됐다.
21세기 가장 혁신적 발명품인 스마트폰은 디지털 노마드 시대를 촉발했다. 현대인의 필수템인 스마트폰은 '무찍(무엇이든 찍는다)'을 가능하게 했다. 이들이 몰리는 곳은 어디든 핫 플레이스가 됐다. 프랑스 사회학자·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가 규정한 "가상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고 압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거장인 그는 이미지를 통해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민의 시작. 도시브랜드 측면에서 스포츠관광에 관심을 갖게 된 건 8년 전 쯤이었다. 2017년 7월, 부다페스트(헝가리)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계기가 됐다. 다뉴브 강가에서 열린 개막식은 상징적이었다. 개막 공연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으면서다. 공연장은 도시로 확장했다. 과거 프레임에서의 주연과 조연은 자리를 바꿨다.
새로운 물결은 이렇게 새 시대를 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집중 조명을 받았다. 강물을 끌어올려 만든 미디어아트 '워터 스크린'과 무대 공연장 등은 미장센에 불과했다. 부다 왕궁·어부의 요새·세체니 다리 등 관광명소는 '도화지(미디어 파사드)'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소셜미디어(SNS)에선 반응이 폭발했다. 실시간 소통에 능한 디지털 노마드들에 의해서다.
부다페스트는 다 계획이 있었다. 뉴미디어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면서다. 도시 홍보. 파리·로마·비엔나 등 세계적 관광도시로 올라설 모멘텀이 필요했다. 수영대회 개최에 나선 이유다. '전 세계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지' 촘촘하게 고민했다. 노림수는 통했다. 수영대회 직후인 2018년 한 해만 2천800만여 명의 관광객이 부다페스트를 찾았다. 매년 440만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도시 브랜드 가치는 상승했다.
장소 마케팅의 극대화도 경험했다. 지난해 7월, 올림픽의 도시 파리가 대표적이다. 부다페스트·프라하와 함께 야경이 아름다운 3대 도시다. 개막식 무대가 마련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처럼 에펠탑의 뷰티샷이 가능한 곳이다. 노트르담 대성당·루브르 박물관·오르세 미술관·콩코르드 광장 등 관광명소는 수 억 명 시청자에게 실시간 노출되는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에서 일명 '떡상'했다. 미디어 파사드의 발광체이자 무대의 일부가 됐던 에펠탑은 랜드마크로서 전 세계인에 각인됐다.
광주는 인기 관광지가 아니다. 관광객을 끌어들일 매력적 요소가 많지 않아서다. 전략적 접근이 중요한 이유다. 광주는 거리로 기억되는 도시다.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 금남로는 1980년 역사의 현장이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아픔이 배어 있는 곳이다. 옛 전남도청이 있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전일빌딩 245, 민주화운동기록관 앞 길까지 금남로 1가는 80년 5월 '그날'로 데려간다. 이 518m 구간에 광주의 과거·현재, 미래의 시·공간이 공존한다.
금남로는 세계 속 광주로의 도약을 꿈꾼다. 국제적 관심을 끄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재난이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 체험하면서 교훈을 얻는 여행) 현장으로 부각되면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무대. ACC 앞 상무관은 추모공간이다. 5·18 당시 임시로 시신을 모셨던 장소다. 소설은 그 곳에서 일하다 숨진 소년이 주인공이다.
우연찮게 금남로 찾았다 "무슨 일?"
도시 마케팅의 성패는 디테일에 있다. 금남로가 세계인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5·18 광장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 결승전 이야기다. 광주 만의 장소성과 차별화된 스토리·메시지는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세계양궁대회는 민주·인권·평화 도시, 광주의 도시 브랜드를 강화할 거란 전망이 많았다. 전야제 등을 통해 도심으로의 확장을 모색한 배경이다.
문제는 개최도시에 대한 홍보였다. 9월 초, 국제대회가 임박했지만 개최 일정·장소 등을 아는 이들이 드물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신문사도 마찬가지.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보니 콘텐츠 기획과 신문 제작에도 애를 먹었다. 주변엔 대회 개최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있다. 우연찮게 금남로를 찾았다 선수들 활 쏘는 모습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나중에 알았다'는 식이다. 위의 도시들과 달리 광주가, 금남로가, 양궁대회가 소셜미디어 상에서 조용했던 이유다.
광주는 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월드컵과 하계 U-대회, 수영대회 성공 신화를 이룬 곳이다. 양궁대회는 이들의 레거시(유산)다. 관광은 전라도 말로 '게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관광을 외치고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제자리인 지역이 많다. 왜 그럴까. 마케팅만 있고 브랜드가 없어서다. 단기적인 마케팅 성과도 중요하지만 관광브랜드는 더 중요하다." 관광 전문가인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의 지적이다. 공자도 일갈했다. '근자열 원자래(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야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 가까운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 게 관광과 일맥상통하는 정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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