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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탄광에 대한 칼럼(2023.0816)을 2년 전에 썼다. 국내 1호 탄광이던 화순탄광이 118년 만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 추억을 되살리며 쓴 글이다.
필자의 고향은 화순이다. 그래서인지 탄광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고향을 생각하면 영화 속 장면처럼 친구와 석탄에 대한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누구나 그러하듯 어린 시절 들판을 뛰어놀던 장면과 탄광에 대한 기억이 다소 뒤엉켜 있다고 할 수 있다. 석탄 채석장에서 기차역까지 도로만 포장되어있는 아스팔트. 보잘것없는 이양역에 특급 열차인 새마을호의 정차. 모래 먼지 속 시골 버스 등하교 등등 눈을 감으면 시골 풍경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사람들은 화순탄광이라고 하면 주로 동면에 있던 탄광을 기억한다. 동면 말고도 인근 한천면과 이양면에도 소규모이지만 탄광이 있었다.
화순탄광은 1905년 광업권을 등록한 이후 118년간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에너지 산업 구조 개편과 석탄 수요 감소로 조기에 폐광이 결정됐고 2023년 6월 종업식을 끝으로 긴 역사를 마무리했다.
이양 탄광은 소규모여서 그런지 오래전 폐광됐다. 머릿속 남아 있는 기억은 고향에 있던 이양 탄광에 대한 것이다.
사실 탄광촌에서 자랐지만 석탄을 생활 속에서 맞닥뜨린 것은 학창 시절 연탄이었다.
광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자취 생활에 들어갔다. 자취방 난방에 사용하던 연탄을 처음 접하게 됐다. 시멘트 아궁이 속 연탄을 피우는데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번개탄도 알게 됐다. 그렇게 연탄과의 동고동락이 시작됐다. 그 시절 연탄을 갈 때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운과 메스꺼운 느낌의 가스 냄새는 지금도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 있다. 처음 연탄에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번개탄이 한 개면 족하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2개의 번개탄을 잇달아 태우며 연탄불을 지피기도 했다. 연탄불에 냄비 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라면이나 묵은지로 김치찌개를 끓어 먹으며 자취 생활을 버텨냈다. 그렇게 석탄과의 인연은 이어졌다. 나중에 석유 곤로(풍로)를 구입해 방안에서 요리하면서 연탄과의 관계에 다소 거리가 생겼다.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연탄은 70∼80년대 서민 생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연탄의 주원료인 무연탄 생산의 첨병 역할을 했던 화순탄광은 이제 폐광된 상태다.
장기간 침체 상태에 있는 화순탄광에 따사로운 햇볕이 시나브로 스며들고 있다. 폐광지역 개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지구 단위 유산 지정도 추진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3천억 원 규모의 화순 폐광지역 개발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면서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군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폐광지역 개발 사업은 총 3천579억 원을 들여 바이오 식품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화순탄광 일대를 바이오 식품 기반 농공단지와 스마트팜 단지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총사업비 3천579억 원 중 국비 700억 원이 지원된다. 국비 700억 원 지원은 화순군 단일 사업 사상 최대 규모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시골 깡촌을 새로운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 정부 인증을 받은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바이오식품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낙후된 폐광지역에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와 인구 유입 기반이 마련되어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순탄광 부지와 시설에 대한 국가 유산 등재 추진도 눈길을 끈다. 군은 최근 전남도에 화순탄광 근현대 역사 문화 공간에 대한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 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대상 지역은 73필지로 면적은 9만8천136㎡에 이른다. 이곳에는 탄을 캐냈던 생산구역, 적치 구역, 운반시설을 비롯해 석탄을 운반하던 복암선 철길 등이 산재해 있다.
군은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 지정을 통해 인근 부지와 시설에 탄광 컨벤션센터, 광부 학교, 글로벌 소통센터, 탄광문화원을 건립할 예정이다. 화순탄광의 보존과 유산 활용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화순탄광이 근현대 문화유산 지구로 지정되면 석탄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첫 등록 사례가 된다.
국내 제1호 화순탄광은 지금까지 산업 최일선에서 전국 각지에 석탄을 공급해온 근대 산업화의 상징이다. 그만큼 보존해야 할 가치가 의미는 충분하다고 본다.
추억과 낭만, 광부들의 땀과 한이 서린 화순탄광은 기나긴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바이오식품 개발 사업과 유산 지정 신청을 계기로 화순탄광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화순이 광산 도시에서 혁신산업과 관광도시로 재도약하길 기원하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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