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초등생 학부모 10시 출근제'가 화제다.
내년부터 정부 정책에 반영돼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대상 범위도, 기간도 더 확대돼 시행된다. 그동안 광주에선 최대 2개월간 초등생 학부모가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 노동시간을 줄여 자녀 돌봄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육아기 10시 출근제'는 초등생 학부모에서 유아까지 범위를 확대했으며 적용기간도 2달에서 1년으로 늘렸다. 광주시의 돌봄정책 효과를 정부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달라진 육아정책에 고민을 해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돌봄 제도의 확대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의 육아정책이 현실적으로 활용되기 어려운 사회 구조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정책 현실과 한계
일례로 가장 대표적인 육아정책인 육아휴직 제도만 봐도 그렇다. 육아휴직 제도는 1987년 12월14일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2년 뒤인 1987년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하도록 법이 개정됐으며 1995년 남성근로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현재 육아휴직 제도의 근간이 확립됐다.
그러나 3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육아휴직 제도는 정착됐다고 표현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통계청의 2023년 육아휴직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육아휴직 사용률은 32.9%에 그치고 있다. 그래도 전년도인 2022년보다 1.6% p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만 하다.
그렇지만 세부적인 수치를 보면 여전히 육아휴직이 보편화됐다고 보긴 어렵다. 전국적으로 가장 사용률이 높은 지역인 세종 역시 37.0%였으며 광주와 전남은 각각 31.1%, 33.0%에 불과했다. 유일하게 30% 미만인 울산(29.7%)에 비해 높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아야 할 판이다.
육아휴직 제도가 시행된지 40여 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10명 중 3명만 그 권리를 누리고 있을 뿐 다른 7명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다.
물론 직장을 다니지 않거나 다른 사유로 인해 사용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그러한 사유들을 포함하더라도 사용률이 낮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업별 규모로 본 육아휴직자 통계 역시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육아휴직 부모가 모두 기업체 규모 300인 이상인 기업체에 소속된 비중이 압도적이다.
'초등생 학부모 10시 출근제'의 문제 역시 비슷한 한계를 지녔었다는 점이다. 광주시의 지원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이용실적을 살펴보면 첫해 87개 업체 노동자 100명, 2023년 101개 업체 126명, 2024년 174곳 306명 등으로 그리 많지 않다.
제도를 활용한 노동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지만, 극히 일부의 노동자들만 제도를 누렸을 뿐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 더 현실에 가까워 보인다.
이번에 새로 시행될 '육아기 10시 출근제'도 단순히 제도만 만들 것이 아니라 이를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아이를 위한 일이라면 모두가 동등한 혜택을 누려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학부모들에게 남는 것은 자괴감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고 싶은 건 모든 부모가 똑같다.
본인이 다니는 직장 규모에 따라 기존 제도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번 제도 역시 기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직장인 학부모들에게 혜택을 더해주고, 그렇지 못한 학부모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더 키울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도 정착은 정부 역할
일·가정 양립은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일이자 모든 직장인 부모에겐 영원히 풀어야 할 난제나 다름없다. 이재명 정부에서 시행하는 이번 제도가 모든 학부모들에게 환영 받는 획기적인 육아제도가 됐으면 한다. 그러면서 그런 제도를 만들고 시행해 온 광주시도 다시금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일이다.
육아정책은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가 직면한 인구소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낳아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서다.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기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건 그동안의 육아정책이 실패라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정부도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육아정책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
일·가정 양립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가 한 명이라도 더 줄어들 수 있도록 제도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책들을 시행해야 한다. 제도가 없어서 못 쓰는 것이 아닌, 있는 제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모든 걸 책임져준다'는 그런 각오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한 유인책들을 시행해야 한다.
제도가 없어서 못쓰는 것이 아닌, 있는 제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모든 걸 책임져준다'는 그런 각오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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