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전남 타운홀미팅은 역대 대통령들의 초도순시 문법과는 달랐다. 조기대선을 치른 지 한달도 안돼 지역난제를 들고 나와 꼬인 실타래를 푸는 첫 공론장으로서 진일보한 면을 보여줬다. 대선 기간 광주 군공항이전 해결을 약속한 이재명대통령은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무안군수 등 관계 지자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 군공항 이전을 국가 주도로 추진할 것을 천명, 지역민들의 답답한 마음이 뚫리는 통쾌, 상쾌함을 선물했다.
그렇다면 타운홀 미팅 1달후 광주군공항 이전 후속 상황은 어떤가?일단은 속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간절했는데, 시도의 움직임은 느슨하다. 거기에 무안군수는 대통령실에 군공항 이전 후보지 공모를 건의했다. 김산 군수의 이러한 태도가 지극히 정치적 행위로 읽혀지기도 하나, 대통령이 국가 주도의 6자 TF구성을 지시했는데 이를 부정하는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대략 난감하다.
시도단체장들에게 불편했던 광주·전남 타운홀 미팅은 시·도 불신의 현주소를 노출했다. 1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내미는 광주시장의 약속어음에 기부대양여방식에서 혹시 부도수표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만 보여준 도지사나 무안군수, 광주시장 등 모두 지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도와줄게 뭐죠"라는 이대통령의 질문에 의중을 꿰뚫지 못한 채 산업단지 제안이 대통령 귀에 박힐리는 없었을 것이다. 서로 자기 입장만 강변하다 경쟁력을 들이대는 대통령의 기습적 반문은 '산단=비효율'의 도식으로, 스텝을 꼬이게 했다. 텔레비전으로 타운홀 미팅을 지켜보던 지역민으로선 무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군공항 이전 의제는 광주·전남시도지사들이 피하고 싶은 사안이었다. 두더지처럼 군공항 이슈가 고개를 들면 다른 뉴스로 덮어버리는 수완으로 논의의 싹을 잘라 버렸다. 자신의 재임 기간에 표떨어질 머리 무거운 이슈를 취급하고 싶지 않은 속내였다.
행정통합으로 군공항 이전의 실타래를 풀어볼려고 했어도 지역정치권의 외면에 유아무야되는 경우도 있었다. 손바닥도 서로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군공항이전과 행정통합은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군공항 이전 이슈가 광주·전남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구경북이 통합신공항으로 해법을 도출한 선례가 있어, 18년 동안 한발짝도 떼지 못하는 광주·전남의 현실은 답답하다. 갈등만 외부에 노출되고 청년인구의 유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은 초라하다. 그 사이 전라북도는 노골적인 탈호남으로 전북자치도로 간판을 바꿨고, 충남·대전은 충남·대전행정통합안에 최종 서명을 하고 입법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국회 입법 과정에 지역사회 진통도 있겠지만 올해 하반기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도권 낙수효과를 톡톡히 누려 광주·전남보다 형편이 더 나은 충청권이어서 더욱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볼 수밖에 없다. 한뿌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서로의 높은 산성만을 쌓아가는 광주·전남은 외딴섬으로 고립되지나 않을까 우려감이 크다. 정치적 계산기만 두드리는 광주·전남정치권의 행태에 얼마나 더 낙후되고 추락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옮겨간 지 올해로 20년이다. 그간 광주·전남의 현주소는 인구 감소에서 그대로 투영된다. 순망치한이다. 20년 전 140만명이었던 광주인구는 올해 140만명이 붕괴되고, 198만명이었던 전남인구는 180만명이 무너진지 오래다. 갈수록 늙어가고 활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없다보니 광주·전남 청년들이 매년 5천명에서 1만명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광주·전남단체장들은 자신들의 성과 자랑에 침이 마르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소멸위기를 걱정해야 할 판인데, 어리둥절하다. 지역민들은 단체장들이 지역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서 좌절감이 크다. 18년 동안 군공항 문제에서 보여준 것처럼, '지역민 뜻'을 방패 삼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 강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광주군공항 부지는 국가안보시설로 인근 주민들은 희생을 감수했다. 이전할 부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가 주도로 군공항 이전을 해결하겠다고 했으니, 통 큰 결단을 해줬으면 한다. 현재 기부대양여방식에서 일정 부분은 무상양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상무대 이전과 함께 광주시민에 대한 보상 차원에 상무신도심개발지구내 10만평을 시민공원으로 무상 양여한 사례도 있다. 지금까지 국가 안보 시설이 입주해 소음과 지역(도시)개발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곳에 AI융복합 국가산단을 조성해 전국의 젊은이들이 모여들게 하는 것이다. 국가의 무상양여 지원은 이전 사업비를 낮춰서 이전 사업의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이 부지는 영산강과 황룡강이 만나는 합수지점으로 수려한 경관과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광주전남이 서남해안 시대를 열어가는 통합과 성장의 상징 공간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전할 무안지역에는 K-방산의 하나인 MRO(항공정비보수) 클러스터를 조성,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비전인 5극 3특은 초광역권역으로 연대해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이러한 큰 그림에서 광주·전남의 따로 행보는 서로 도태의 길로 나아감이 명약관화다. 그렇기에 광주군공항 이전은 광주·전남이 하나 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 지형에 있어 지배 구조인(우위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광주·전남 군공항 이전과 시도행정통합을 담아내는 의지를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
이용규 신문디자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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