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일마다 병원을 다녀온다. 광주전남 거점병원이자 상급 의료기관인 전남대병원을 찾는다. 아버지 정기 검진과 처방전을 받기 위해서다. 아버지는 17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다행히 증상이 가벼워서 며칠 만에 퇴원했다. 이후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관련 약을 처방받아오고 있다.
병원을 오가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 있다. 병원 관계자의 무미건조한 대화 형태다. 감정이입 없이 똑같은 톤에 비슷한 억양으로 이야기하며 일을 한다. 그런 스타일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더욱 시비를 걸려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에게 부대끼며 보내는 이에게 따뜻한 말투나 정감이 오가는 대화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다. 더욱 매일 수천 명의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는 병원 직원의 친절함을 기대하기는 언감생심이다.
스트레스라는 것이 사람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때 더욱 그렇다. 스트레스 만땅인 사람에게 미소를 기대하기는 난망하다. 요즘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고 좋아졌다. 밝은 표정으로 응대하는 모습은 병원을 찾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차분함을 준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 병원의 긍정적 변화는 근무 환경 및 시설 개선과 더불어 나아지려 애쓰는 병원 관계자들의 노력이 병행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최근 눈길을 끄는 병원 기사가 보였다. 지역 환자들의 수도권 원정 진료로 인해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환자들의 서울행 진료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주장이나 언론 보도는 많았지만 사회적 비용을 구체적으로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비용과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민인식' 보고서를 내놨다.
서울대를 제외하고 전국에 16개 지역 국립대병원이 있는데 광주전남은 전남대학교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 빛고을전남대병원이 이번 연구에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에 가서 진료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순 비용은 교통 숙박비만을 기준으로 할 때 4천121억 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서울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국립대학병원 간 진료비 차이를 반영하면 순 비용은 1조7천537억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업무 복귀 등 환자와 가족의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4조 6천270억 원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순 비용은 '유출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발생할 총비용에서 환자의 거주지역에서 진료를 받을 때 발생할 총비용을 차감한 값이다.
이번 연구 조사가 관심을 끄는 다른 이유는 지역민의 국립대학병원 인식도 조사다.
연구진이 비수도권 거주 19∼69세 1천50명을 대상으로 국립대병원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중증 질환일 때 지역 국립대병원 이용을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43.5%로, 경증 질환일 때 보다 10.6% 포인트 낮았다.
응급 의료 상황에는 69.4%가 지역 국립대병원 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질병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엔 이용 의사가 45.1%에 그쳤다.
중증 질환이거나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수도권 진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민의 수도권 진료 집중 현상을 타개할 방안 마련은 쉽지 않다. 서울지역 병원의 좋은 시설과 더 많은 처방 정보, 치료 사례를 따라갈 수는 없다. 지역민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지역 의료 인재 육성도 중요하다. 전남 공공의대 설립의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전남 공공의대 설립은 30년 묵은 숙원 사업이다. 최근 지역 언론이 실시한 광주전남 현안 사업 여론조사를 보면 전남 공공의대 설립(33%)이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전남도민들은 '전남 공공의대 설립'을 광주 군·민간 공항 이전 및 서남권 관문 공항 육성보다 먼저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 전남, 전북, 인천 공공의대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해 지역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목포대와 순천대 통합 의대 설립 방안도 좋은 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역 의료 인재 육성과 공공의대 설립에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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