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혼란 상황에서는 민생을 살피고 어지러운 정치판을 정리하고 제압할 '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제. 이재명 어쩌고저쩌고해도 대안이 없으니, 이왕이믄 힘 실어줘야제."
대통령 탄핵 후 조기대선을 40일 앞둔 더불어민주당 텃밭, 광주·전남 민심은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기류가 확고하다.
그렇다고 꼭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이 전 대표를 적극 지지하지 않음에도 이재명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어 '이재명 대세론'이 굳건해지는 모양새다.
이렇듯 이 전 대표의 독주 체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광주·전남에서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이 상당하다. 특히 2030세대의 '거부감'이 크다.
청년층 정치 냉소 점점 짙어져
광주·전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선뜻 안 보이는 데다 사법리스크로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지지층만을 겨냥한 팬덤 정치를 동력 삼아 '나는 잘했고 반대 세력은 잘못됐다'는 좌우 진영 논리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피로감도 한몫한다. 연금 부담과 정년 연장 논의, 실업률 증가 등도 청년 세대의 정치 불신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광주·전남에서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정치 혐오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러는가 하면 대통령 파면 상태에서 계엄과 탄핵을 정당화하려는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받고 있다.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중심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45년 전 계엄 트라우마를 다시 소환해야 했던 지역 민심은 달리 선택지가 없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광주와 전남은 민주당 텃밭이라 불리는 심장부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그간 민주당에 몰표를 내줬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광주·전남이 잡아놓은 물고기 또는 집토끼로 비유되는 허탈감뿐이다. 민주당에 대한 쏟아낸 애정과 관심을 '상수'로 당연시 여기다 보니, 지역민들의 소외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민주당과 이 전 대표를 향한 텃밭 광주·전남의 기류 변화는 4·2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전 대표까지 지원 유세에 나서고 전국구 스타 정치인들이 대거 담양을 찾아 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으나 여지없이 깨졌다. 민주당은 윤석열 파면 국면 속 치러진 선거에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탈 조짐은 지난해 10월 영광군수 재선거에서도 나타났지만 가까스로 이기면서 겨우 체면치레했다.
일련의 기류는 지금까지 이어온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 구태에 대한 지역민의 심판이자 경고로 풀이된다. 텃밭이라는 미명 아래, 당장의 표만 구걸하고 나서 당선되면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전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정신적·정서적 충격이 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압도하는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기대선 체제에서 이 전 대표가 3년 만에 집권의 문 앞에 성큼 다가선 지금의 상황은 민주당이 잘해서, 이 전 대표가 좋아서만은 아니다는 말이기도 하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사과와 반성은커녕 뻔뻔함과 거짓말로 일관하는 윤 전 대통령이 마치 '이재명 선대위원장' 역할을 하는 영향도 크다.
파면 당해 재판 중인 전직 대통령이 대선판에 끼어들고, 국민의힘은 이를 끌어들이는 개탄스러운 모습도 계속 연출된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은 "다 이기고 돌아왔다"고 정신 승리에 취해 있는 것도 기가 찬다. 그러는 사이, 탄핵당한 정부의 총리까지 대선에 나오려고 찝쩍대고 있다. 오죽하면 '간덕수'라는 말까지 나올까.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일 민주당 영남권 경선에서 이 전 대표가 90.81%로 압도적 1위를 했다. 전날 충청권에서는 88.15%를 득표했다. 누적 89.65%를 기록해 사실상 후보로 확정됐다. '어대명'을 넘어 '구대명(90%대 득표율 이재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21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지지율이 50%를 넘었고, 국민의힘 후보들은 다 합쳐도 40%를 못 넘는다. 이번 대선이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듯하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호남권 경선을 앞두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심장부 호남에서의 투표율과 득표율에 관심이 쏠린다.
지역 살리는 핵심 공약이 열쇠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윤 전 대통령과 막말과 궤변만 늘어놓는 국민의힘 꼬락서니를 봤을 때, 광주·전남도 불법 계엄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묻고 그 내란 잔당 세력들에 대한 죗값을 치르게 하려면 '힘 있는 후보'에 표를 줘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그렇다고 민주당 텃밭 광주·전남에서 '구대명'이 당연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민주당 대선 후보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큰 이 전 대표는 광주·전남이 느끼는 서운함과 우려를 보듬어야 한다. 늘 그래왔던 호남은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건전한 긴장감'을 갖고,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하기에 앞서 광주·전남의 방향과 미래를 여는 의제를 담아서 실속있고 실용적인, 지역에 꼭 필요한 공약을 담아내야 한다.
광주와 전남을 AI와 에너지 분야만큼은 대한민국 대표 도시로 발전시켜 줄 것을 요청한다.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도 절실하다. 소외된 광주·전남의 공약만큼은 그 전의 친숙한, '사이다 맛'의 이재명으로 컴백했으면 한다.
이 전 대표가 핵심 키워드로 내건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 해결)'과 '잘사니즘(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을 바탕으로 어떤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그려졌을 때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정권교체가 되도록 대들보 역할을 하리라 확신한다. 광주·전남은 더 이상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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