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 같지 않아요. 너무 달라졌어요."
기혼 여성들 사이에서 흔히 오가는 말이다. 결혼 전에는 남편이 그렇게 자상하고 다정다감했는데, 점점 딴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대화는커녕 말 수도 적어지고, 배려하는 법도 없다. 결혼하면 남자들이 변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내 남편은 절대 안 변하리라 확신했는데… 물론 요즘에는 남편들도 이런 상황을 자주 접한다. '잡은 물고기', '어항 속의 물고기'라고 생각해서 그럴까? 아무리 변해도 항상 내 곁에 있을 것 같은 '내 물고기'에게 사랑과 정성을 주지 않으면 더 넓은 강을 꿈꾸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선거 때만 되면 늘 되풀이되는 논쟁이 있다.
'집토끼'가 먼저냐, '산토끼'가 먼저냐. '집토끼'는 어떻게 해도 우호적인 지지 세력을 뜻하고, '산토끼'는 우호적이지 않고 매우 까다롭지만 모시고 와야 하는 귀중한 존재처럼 여겨진다. 정당에서는 확장성이라는 논리로 '산토끼'가 우선된다. 대선 때마다 민주당은 '광주·전남은 민주당의 중심'이라며 몰표를 달라고 가스라이팅을 한다. 지역 공약을 쏟아내지만 정작 이행률은 저조하다.
'집토끼'는 당연히 우리를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일까? 지역민들도 선택지와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민주당을 또 찍는다. '잡아 놓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집토끼'와 '산토끼'의 차별 대우는 계속된다.
우리는 민주당에 경고장을 날렸다. 4·2 담양군수 재보궐선거에서 '잡은 물고기가 아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는 달라질까요? 민주당에게 묻는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경제 쪽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등장한다.
'집토끼'는 광주·전남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지역민 고용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지역기업이다.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미국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지속되는 소비위축으로 지역기업들이 최대 위기에 놓여 있다. 지역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토종기업들도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외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건다. 부지 선정에서 행정 절차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편의를 제공하고 규정이 문제면 규정까지 바꿔 준다. 반면 지역기업들은 잡아놓은 물고기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다. 지역에서 세금을 내고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지만, 조금만 혜택을 주면 지역사회에서 특혜시비가 나온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역기업을 다 잡은 '집토끼'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고향에서 찬밥신세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기업은 냉철하다.
돈이 되고 미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과감한 투자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수백억 원의 손실이 나더라고 발을 뺀다. 요즘과 같이 경기가 안 좋고 향후 전망도 어두울 경우에는 과감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4조 4천억 규모의 민간 투자가 이뤄지는 '광주신세계 확장 및 터미널 복합화'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지역사회의 우려감이 높다. 경제계에서는 '민간투자와 행정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속도감 있는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가 최소한의 특혜 시비에도 휘말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욕먹는 게 두려워 미래 비전을 포기해선 안 된다. 빠른 시일 내에 디테일한 협상을 통해 이견을 조정하고, 필요하다면 지역사회의 공론화 과정도 진행하자.
매듭을 푸는 건 의지의 문제다. 민선 8기 광주시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고, 그렇게 해 왔다. 최근 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라 축소되고 일부는 무산되고 있다. '무소불비 즉무소불과(無所不備 則無所不寡)'라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 '허실' 편에 나온다. '모든 곳을 다 지키려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는 말이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비유는 아니지만 그만큼 모든 것을 다 얻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박석호 취재1본부장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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