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불법비상계엄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내란의 밤에서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 11차 최종 변론까지 84일간 피청구인 윤석열은 법기술자 그 자체였다. 궤변과 변명, 억지, 거짓말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근거도 없이 중국인 해커와 투표지 위조 등 허무맹랑한 부정선거 의혹을 쫙 깔아놓고 야당, 간첩 등을 끌어대 계엄을 정당화했다.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한 시민사회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단체이고, 민노총과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 시위대에도 예외없이 빨간 딱지를 들이댔다. 졸지에 나라는 암약한 간첩들이 날뛰고 있고, 국민들은 종북세력으로 내몰렸다. 누구의 말대로 망상에 사로잡혀'만화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대통령의 인식에 할말을 잃었다.
실패로 끝났지만 생각하면 아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에게 잘잘못을 떠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법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짓밟혔는데도,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그가 한 줌의 권력에 집착해 대놓고, 벌이는 정치적 선동은 대한민국에 수치심을 안겼다. 법적·정치적 책임을 질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시켰다.
그의 선동에 호응하듯 대학가 탄핵 찬성 집회에는 극우 유튜버들이 난입, 폭력과 욕설로 상아탑을 훼손시키고, 따로 떨어져 세를 과시하던 아스팔트 부대 광화문파와 여의도파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주선으로 국회에서 판결을 앞두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향한 협박을 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3·1절 탄핵반대집회에 '헌재재판관 처단'을 위협하는 섬뜩한 옥중 편지를 보내 망언을 쏟아냈다. 내란심판을 받야할 중요혐의종사자가 재판관을 공격하는 도를 넘는 행동에 기가 막힌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나서 두둔하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조기 대선 속셈에 극우단체의 중심 인물인 전광훈·전한길에게 아스팔트 투쟁을 대신해줘 고맙다고 하니 얼척이 없을 뿐이다.
조속한 시일 탄핵 인용만이 답
6시간만에 실패로 끝난 12·3 불법 비상계엄은 소름끼치고 계엄의 밤을 무사히 넘긴 것이 꿈만 같다.
12월3일 밤으로 회로를 돌려본다. 헌재 탄핵 심판과 활동을 종료한 내란국조특별위원회 보고 조사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선포된 지 155분만인 4일 0시1분에 국회에서 무효화됐다. 국회의 발빠른 대응에도 윤 대통령의 공식 계엄 해제 발표 시간은 4일 오전 4시30분이었다. 4시간 30분 사이에는 긴박감들로 채워진다. 이날 4일 오전 1시16분부터 47분까지 국방부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수뇌부가 모였다. 여기에서 윤 대통령은 추가 계엄 의지가 강했고, 주변 군부대에 동원 가능한 병력 파악 등으로 전화통을 붙들고 있었던 상황을 종합해보면 2차계엄도 발생할 수 있었다. 그 시각, 여의도 공원과 서강대교 북단에도 각각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고 새벽 3시 계룡대 육군본부 장성 13명과 영관급 21명 등 34명이 서울로 출동하고 있음도 드러났다. 대령인 전 합참 계엄과장이 별넷 참모총장에 소신있게 계엄 해제를 건의했듯, 일머리있고 용기있는 군인들의 행동에 동력을 잃었다. 묘골이 송연해진다.
특히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이 폭로한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 14명의 체포 명단은 3일 밤 10시20분에서 11시 40분사이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통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달된 대상과 인원이 일치한다. 빼도 박도 못하는 메시지 앞에서 되레 섬망 증상(조지호)이 있고, 공작을 벌이고 있다(홍장원)고 메신저를 공격했다. 어디 손가락으로 진실을 가린다고 가려지는가.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극우세력의 거센 흔들기에 압박을 받고 있다. 12월3일 심야에 경찰과 수방사가 국회를 봉쇄하고 특전사가 국회 유리창을 깨고 난입한 사실은 명백하다. 계엄이 겁주기용이자 계몽령이었다면,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를 난입할 이유도 없었다. 무장군인들의 불법 활극은 전세계인들이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전시·사변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무장한 군인들을 동원한 계엄은 대한민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전세계는 한국에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인텔리젠시 유닛에서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전세계 167개국 중에서 32위로 추락해 '결함이 있는 민주주국가'로 분류됐다. 단순히 4년만에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단계가 하락한 것 말고도 한국이 디스카운트 될 수 밖에 없어 심각성이 있다. 대한민국의 대외 상황이 이럴진대, '계엄 배경을 듣다 보니 계몽이 됐고', '겁만 주려던 것이 계엄 장난이 됐다'는 윤 대통령 변호인들의 유체이탈 발언은 당혹스럽다.
尹, 먼저 헌재 판결 승복 약속부터
헌정 질서를 유린한 심판의 시간이 임박했다. 진실은 궤변과 변명, 거짓말로 오염시킬지라도 그 자체로서 힘이 세다.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계엄군의 국회 난입 영상을 부인해도, 곧바로 다른 증언으로 반박되고 탄핵됐다. 친위 쿠데타를 기도해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트린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조속한 시일내 탄핵이 인용돼 내란으로 후퇴한 민주주의 시계를 제자리에 돌려 놓아야한다. 그래야만 낯익은 풍경과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러니 최후 변론에서 밝힌 개헌론은 민망하고 적반하장이다. 피청구인 윤석열은 헌재 판결에 앞서 승복 약속부터 하길 바란다. 그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행해야할 마지막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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