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한다(?)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25.02.27. 18:13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암탉이 울어 새벽을 알린다'는 빈계사신(牝鷄司晨)은 빈계지신이라고도 하는데 중국 서경에서 유래했다. 보통은 부인이 남편을 제쳐두고 집안일을 마음대로 처리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인식되어 있다. 유교 사상이 지배했던 시절에 언급됐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과 비교되거나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요즘에는 이런 속담이나 사자성어가 자주 사용되거나 인용되지 않는다. 당시에도 빈계사신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담겨서 사용됐다.

최근 여성 능력이 발현되고 사회 곳곳에서 우먼 파워를 쉽게 볼 수 있는 시대이니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한다'는 말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이를 증명이라고 하듯 관심이 가는 뉴스가 최근 보도됐다. 지난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하버드대학교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가 출생률이 떨어지는 국가의 사람들이 아이를 갖지 않은 이유를 분석해 발표했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는 출생률 저하의 원인을 크게 2가지로 분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이 노동시장에 빠르게 진입한 뒤,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한 남성의 생각이 이 추세를 얼마나 빨리 따라잡았는가에 따라 각국의 출생률이 달라진다는 내용이다. 그는 남성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지역에서는 출생률이 높고, 덜 하는 지역에서는 출생률이 낮았다고 진단한 뒤 콕 집어 우리나라를 예시로 들었다.

1970년대 이후 급격한 현대화와 산업화를 겪은 우리나라는 소득 증가와 함께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성들은 아내가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버리지 않았고 이런 관념의 충돌이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남성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가치와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출산율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딘 교수의 주장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보면 설득력이 더 높아진다.

2023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저출생 추세는 숫자가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는 2015년 43만8천 명에서 2023년 23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8년 만에 출생아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저출생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교육계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의 현황을 보면 저출생의 영향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정부의 교육 보육 통계를 살펴보면 2023년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3만7천396곳으로 2013년 5만2천448곳보다 1만5천53곳이 줄었다.

10년 만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4곳 중 1곳이 사라진 셈이다.

초등학교도 입학생이 줄어 전국에서 184개교가 학생이 없어 올해 입학식을 치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157개의 학교가 입학식을 치르지 못했다.

올해 폐교하는 초중고교도 49곳으로 지난해 33곳보다 크게 늘었다. 49곳의 폐교는 전부 지방에 있고 이 중 10곳은 전남지역에 자리하고 있다.학교급별로 보면 폐교 예정인 49곳 가운데 초등학교가 38곳으로 절대다수였다. 중학교가 8곳, 고등학교는 3곳이다.

문제는 학교 입학생 감소와 폐교가 단순히 학교와 학생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동네 소멸, 지방 소멸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 대응책을 본격 논의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다. 이후 지금까지 저출생 문제는 국가적 과제로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저출생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투입된 예산이 2023년 기준 380조 원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저출생 해결 방안으로 이민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이민청 설립을 제시하며 의욕을 보였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주형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구전략 공동포럼에서 인구 위기 해소책으로 외국인 유입을 고려하자는 주장을 들고나와 관심을 모았다.

그는 외국인 비율이 2024년 기준 26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서면서 다문화 사회 문턱으로 들어섰다고 진단 한 뒤 저출생 고령화 해결 방안으로 이민 정책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만큼 저출생 해결은 모두가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그에 따른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여성이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 형성이 저출생 해결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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