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 9일 오후 1시30분 국회소통관. '반공청년단'이라는 단체가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백골단'이라 칭하며 조직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단체 이름이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에, 현재의 국가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직의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좀비' 백골단이 공적공간으로 진입한, 지상 활보의 서막이다.
그들은 다 계획이 있었다
국회 기자회견장은 현역 의원 등으로 이용이 제한된 공적공간이다. 국민의힘 의원 김민전이 이들에게 자락을 깔아줬다. 국민여론이 거세지자 김민전은 SNS로 '이미 진행한 기자회견'을 철회한다는, 기상천외한 짓을 벌였다. 누가 들으면 주선만 하다, 기자회견 자체를 철회한 줄 알겠다. 이 의원, 교수출신이시다.
2026년 1월15일, 체포 직전 윤석열이 갑자기 국민에서 '민주 청년'-정진석의 말을 빌자면 일상을 염원하며 추위를 누비는 키세스 민주청년인지, 백골단인지 국민께서 아신다-을 '호명'했다. 대통령이라는 자의 소위 담화는 온통 대한민국 법 체계 부정이고, 청년들 소환이 핵심이었다.
이때만 해도 저 호명이 그 소환일 줄 알지 못했다. 아스팔트 부대 대부분이 노년층이고, 김민전이 '철회'할 정도로 국민 지탄이 심각했으므로. 부채질이 더해졌지만, 이날 윤석열 친구라는 변호사 석동현이 "대통령 차량이 나가는 걸 막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다"고 선동을 부추길 때까지도, 망상도 가지가지겠거니 했다.
2025년 1월 19일, 정진석이 마침표를 찍었다. 폭도들이 21세기 민주공화국 한복판에서 헌법기관을 공격하던 시간에,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자가 SNS에 "헌정 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 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고 지원사격을 한 것이다.
'그들이 다 계획이 있었구나' 싶은 결정적 장면들이다. 주연급 조연, 아스팔트 부대 우두머리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은혜를 갈구하는 국민의 힘 윤상현의 '석방 운운', 닥치고 편만 짜는 권성동의 '왜 그랬는지 살펴봐야' 등등을 다 열거할 것까지도 없다.
이런 자들의 권력 유지에 이나라 청년들이 도구로 악용되는 양태에 분노와 참담함이 뒤섞인다. 나라 걱정에, 자발적이라는 청년들이 아프다.
어린아이들까지 권력의 도구로 악용한 20세기 참상을 윤석열이 첨단 AI시대에 재현하고 있다. 히틀러 유겐트, 이탈리아 파시스트 청년단도 있지만, 단연 싱크로율은 그들이 싫어해마지 않는 중국이다. 윤석열 카르텔은 언필칭 '적'의 길을 추종한다.
윤석열의 백골단엔 홍위병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정치투쟁에서 '몰락한' 마오쩌뚱이 권력을 다시 잡기 위해 벌인 문화대혁명의 최선봉에 어린 홍위병들이 섰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의 시대적 사명'을 떠안은, 이 사회·정치 운동의 핵심 세력이었다. 그들은 마오를 '열렬히 지지'하며 부모형제도 버리고 최전선에서 행동대장을 자처했다. 전통문화 유산을 파괴하고, 지식인과 예술인을 극악하게 탄압했다.
이후는 아는데로다. 마오는 권력을 획득했고, 홍위병은 토사구팽됐다. 많은 홍위병들이 하방(下放)되어 농촌으로 보내졌고, 일부는 처벌을 받는 등 철저히 버려졌다.
자발적인, 동원된 폭동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히틀러 나찌 비극 등 인류사의 교훈을 배우고 자란, 이 개화된 세상의 청년들이 왜 과거로 퇴행하는가. 일상을 내던지고 왜 가상의 적에 분노하는가.
정치 사회적 해석을 떠나 한 20대 청년의 자기세대 분석을 공유해본다. '자신들은 청소년 시절까지 제도교육에서 암기 기계로 육성될 뿐, 인간관계나 소통을 배우지 못했다. 학교 밖이라고 소통 공간이 있을 리 만무하고, 인터넷이 가장 만만한 해방구다. 극단의 경쟁과 기회의 원천적 차단-부익부 빈익빈으로 청년 세대들은 이미 사다리가 걷어차여 출구가 없어 절망이 요체다. 소통장의 원천 부재. 닫히고 막힌 불안과 불만을 인터넷상에서 극단적으로 풀어내며 존재감을 확인한다. 서울대 권정민 교수가 자신의 SNS에 토로한 '내 아들을 극우 유튜버에서 구출해 왔다'는 글은 좀 더 이해의 폭을 넓힌다.
이번 2030세대의 법원 폭동에 대해 전남대 철학과 박구용 교수는 '파시즘의 출현'으로 분석하며 우리사회의 경각심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 유튜브에서 "윤석열의 12·3 내란이 검찰독재를 군사독재로 바꿔 영구집권을 획책한 것이라면, 이번 법원 폭동은 언론과 여론 조성을 폭민(폭도화된 대중이란 의 뜻으로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규정한 용어)으로 이루고자 한, 파시즘의 출현"이라고 분석했다.
파시즘은 '적을 적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강자에 편입되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에 약자를 적으로 규정' 하기 때문에 위험하고, 전체주의사회서는 생각이 불가능하고 어느 한편에 서야하기 때문에 테러리즘과 연계되면 폭발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또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수록 '민주주의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돼고, 그렇게 나치가 합법적으로, 민주적으로 등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증오의 밭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그래서 '법치주의에 의해 민주주의가 통제돼야 하고, 법치주의도 민주주의에 의해 통제되는 상호균형과 상호제약적 특성이 현대 입헌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지적이다..
그는 '공통의 지반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라 잃은 설움을 견디고 이겨낸 선배들을 생각하며, 공통의 지반을 만들자. 증오의 밭에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 우정, 신뢰를 쌓아 가야 한다."
박 교수의 우려와 제언은 현 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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