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 출퇴근 시 이용하는 시내버스 말고도 지하철이나 택시도 수시로 이용한다.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난 이유는 딱히 없다. 30년 이상 운전대를 잡는 것에 뉘가 난 것이 이유 중 하나라고 말 할 수 있다.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우선 마음이 편하고 여유롭다. 전방주시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시선을 돌려 풍경을 마음껏 봐도 된다.
운전할 때 보지 못했던 도시 곳곳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며칠 전에도 출근길에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집에서 회사까지 버스로 30분 이상 걸린다. 이날 탔던 시내버스는 전기차로 차체가 낮은 저상버스였다.
다소 한가한 버스 실내 통로를 가로질러 맨 뒤쪽 바로 앞 의자를 차지했다. 저상 버스여서 그런지 의자가 바닥보다 다소 높다고 느껴졌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 서너 정거장을 지났을까 갑자기 버스가 정지하는 바람에 몸이 앞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자리에서 떨어질 뻔했다. 앞 의자 안전 손잡이를 잡고 겨우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다행히 다른 승객들도 앉아 있어 그런지 위험한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앞자리에 부착되어있는 안전 손잡이를 잡고 갔다.
잠깐 동안 소동 뒤 문득 생각난 것은 시내버스 준공영제였다. 난폭 운전근절과 서비스 향상 등을 위해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난폭 운전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광주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광주시가 시내버스노조와 도입에 합의한 뒤 2006년 12월 본격 시행됐다. 준공영제는 공영제와 민영제를 혼합한 형식으로 시내버스의 공공성 확보와 동시에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광주시는 버스 업체 경영 안전화, 운수종사자의 환경 개선, 이용자 편의성 증대 목적으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초기 수백억 원대의 재정지원금이 들어갔으나 2020년 이후 매년 1천억 원 이상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광주 시내버스는 10개 업체 101개 노선에 999대가 운행하고 있고 운수종사자는 2천400명 정도다.
이번 경험이 교통 여건에 따라 어쩌다 발생하는 해프닝이기를 빈다. 대다수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승객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시민의 발' 시내버스 주 이용고객은 학생과 힘없는 서민들이다. 운동 신경이 약해진 어르신들의 탑승도 많다. 더욱 안전 운전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자료를 보면 광주 시내버스 민원은 여전한 것 같다. 최근 3년간 광주시에 접수된 시내버스 불편 민원 신고는 2천917건이나 된다. 연도별로는 2021년 1천57건, 2022년 1천30건, 2023년(9월 기준) 830건이다
민원 유형을 보면 정류장 통과, 승하차 거부, 불친절, 도중하차, 기타(급출발과 급정거 등 안전 운전 의무 위반 및 난폭 운전 등으로 다양하다.
시내버스 난폭 운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 시민 몫이다. 더욱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시내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도로 사정이 울퉁불퉁 좋지 않은 상태에서 난폭 운전까지 더해지며 무더위 속 시민들의 짜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내버스의 난폭 운전이 근절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우선 대형차 운전자의 우쭐대는 허세 심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소형차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서 운전하는 높이의 우월성, 사고 발생 시 대형차가 더 튼튼하고 안전하다는 기저 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다 보니 버스를 비롯한 대형차 운전기사들의 난폭 운전이 사그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안전 운전에 대한 교육 부족이 아닐까 싶다. 광주시는 시내버스 서비스 모니터링단을 구성하고 버스 기사에 대한 보수교육을 통해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교통문화연수원 자료를 보면 2020년 이후 시내버스 운수종사자 의 보수교육 실적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운수종사자 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교육의 효율성이다.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운수종사자들의 운전 의식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 선진 운전 의식이 운수종사자의 몸에 밸 수 있도록 끊임없는 보수교육이 필요하다.
시내버스의 최고의 목표는 안전하고 편안한 승객 수송이다. 택시라면 몰라도 시내버스가 늦게 간다고 항의하는 승객을 본 적이 있는가? 광주 시내버스가 너무 천천히 운행해서 스릴이나 박진감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느림보 운행으로 약속 시간에 늦었다는 민원이 빗발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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