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문화도시 광주, 문화도시 부산

@조덕진 입력 2024.06.12. 18:40


"광주에서는 문화가 슬로건에 사용되는 명사로 머물러 있다면 부산에서는 자갈치시장의 활어처럼 문화가 펄떡펄떡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타인의 시선으로 마주한 잔혹한 현실

"광주가 거대한 관제자본의 유입으로 '시설물 중심의 문화를 추진하면서 광주시민의 삶에 천착한 문화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기존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인 광주비엔날레와의 상생을 이루어내려는 노력마저도 경주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부산은 올해로10회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중심으로 도시의 내재된 자원과 구성원들의 삶을 하나로 묶어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인용문은 19년 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펴낸 '문화정책논총'에 실린 서울의 한 대학교수의 논문이다. 가혹하고, 치명적이다. 20년도 전에 오늘을 적시한 듯하다.

조금 더 들어보자. "이 두 도시가 영화제와 비엔날레 등 유사한 문화프로그램을 서로 배껴가면서 문화를 통해 도시를 재생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데 '그 주체와 과정, 문화에 대한 태도, 도시민의 참여, 기존 도시문화자원의 융합방식이 판이하게 다르'다.

20년 후 광주 안에서 비슷한, 거센 비판이 공론장에서 쏟아졌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지역 정치인들은 주도권 싸움이나 하고, 조성사업은 건축물이나 짓고 있다. 토건식 개발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당초 도시 전체를 문화예술을 매개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자는 원대한 계획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다."

지난달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포럼이 마련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이 쏟아낸 지탄이다.

변명, 장황한 해명은 잠시 멈추자.

굳이 부산영화제를 거론할 것도 없다. 부산 아트페어 '아트부산'을 보자. 43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내용적 실제적으로 앞지른 것이 수년전이다. 판매액은 물론, 세계 굴지의 갤러리들이 키아프가 아닌 아트부산을 찾음으로써 게임은 끝났다. 굳이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출발한 아트광주는 지금 어디에 있나.

광주엔 없고, 부산엔 있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 요인 중 '전문성', 그에 기반한 지속가능성에 주목한다. 천혜의 관광여건이니, '개인'의 열정이나 능력에 의존하던 시대는 갔다는 등의 타령이나 신포도는 그만두자.

아트부산과 부산영화제는 초창기부터 10여년 정도 경쟁력을 구축할 때까지, 전문가가 진두지휘하며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일궜다. 그에 기반한 조직안정성과 전문성 등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두 문화이벤트의 핵심 성공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시 광주, 지금까지는 그렇다 치자. 오는 2028년이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을 지탱하는 핵심 기둥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끝난다. 연장 때부터 이에 대한 대비와 준비가 있어야 했다. 허나 지금까지 정치권도 광주시도 뚜렷한 대비책 하나 없다.

대비책은커녕, 준비도 없는 형국이다. 8명의 광주 22대 국회의원들 중 관련 상임위인 문광위에 관심을 갖는 의원 한명 없다가, 쏟아지는 비판에 뒤늦게 한 명을 배정하는 지경이다.

그나마 조성포럼이 관련심포지엄을 열고 향후 본격적인 논의를 선언한 점이 천만다행인 지경이다. 이 심포지엄에서 전남대 강신겸 교수 지적처럼 '조성사업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조직' 확충과 거버넌스 구축 등 '지역의 주체적인 추진동력'확보가 절실하다. 조성사업을 주도적으로, 중장단기 전략을 추진할 광주시의 컨트롤 타워 말이다.

'문화'를 기반으로한 전면적인 도시정책-'유럽 문화수도'-으로 쇠락해가던 도시를 영국 제 2의 관광도시로 급부상시킨 저 글래스고우의 길을 광주가 가지 못하리란 법은 없잖은가.

짚고 넘어갈 대목도 있다. 특별법 시효에 걸린 위험천만한 사안 중 하나가 문화전당의 기관성격이다. '민영화'논란은 이 기관의 사업성격과 직결된다. 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를 매개로 창제작·유통해 소비를 창출하며. 아시아 문화를 아카이빙하고, 문화ODA를 수행하는 등, 말 그대로 '국가적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특별법과 관계없이 국가 책무는 국가가 이어가야 마땅하다. 규묘도 세계 몇째를 자랑할 뿐더러, 중소 지방도시가 추진할 내용도, 상황도 아니다. 향후 반드시 사회적 논의와 협의가 뒤따라야한다.

특별법 일몰을 준비하면서 조성사업에 대한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대응, 준비가 필요하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나 부산 영화제 모두 '일명' '지역거점문화사업'이다, 광주는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이고, 부산은 말 그대로 지역거점사업으로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광주는 아직도 갈 길을 찾아 해매고 있고, 부산은 세계를 유영하고 있다. 관광 등 엄청난 문화경제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억울함이 없진 않다. 고 노무현대통령의 공약 '문화수도'로 출발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이란 이름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무도한 정권의 책임을규명한들 상흔의 여파는 치명적이다. 설상가상 광주가 저 무도함을 넘어설 주체적 전략이나 의지를 불태우기는 했던가도 싶다.

'유럽 문화수도'의 꿈을 광주가

가혹할 지경의 자기성찰이 요구되는 이유다. 종합적인 장기전략과 비전이 생명인 조성사업을 정치인들이 전시성으로, 자기정치와 자기사람 심기에 매몰돼 망친 건 아닌지도 돌아볼 일이다. 그러다보니 토건식의 하드웨어에 치중하고 이를 구현할, 심장이나 다름없는 장기전략이나 소프트웨어는 불가했다. 전체를 관통하며 밀도 있게 추진하는 전문가 한 명, 전문적 조직이 있을리 만무하다.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의 통렬한 반성과 성찰, 이를 추동할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

4년 후를 비롯해 조성사업의 미래, '슬로건이나 명사, 선전용 치적'이 아닌, 도시를 살아 숨쉬게 할 진정한 문화수도를 지금부터라도 그려가야 한다.

추진 주체, 광주시 책임이 막중하다. 지역 정치인, 지역 문화계 등 전문가 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 한 사람 한사람의 뜨거운 관심과 참견이 절박하다.

조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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