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예술, 문화, 영화, 언론, 홍보물, 진열장 등을 부패한 세계의 현상들로부터 깨끗하게 하고, 도덕적인 국가 및 문화이념에 봉사하도록 해야한다."
"지상파는 보편재다. 불특정 다수가 보니 국민교육, 정서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 순화된 용어를 진행자가 잡아줘야 한다".(국민의힘 추천 최철호 선거방송심의위원이 방송이 '김건희 특검'이라고 언급한 것을 지적한 발언)
"여사를 안 붙이고 이러면 진행자가 사려 깊게 잡아줘야 되지 않나 싶다"(TV조선 추천 손형기위원)
시공간을 넘어선 데자뷔, 착시
4월 총선을 앞두고 꾸려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여사'를 빠트린 SBS에 '공정성 위반'으로 '행정지도'를 내렸다.
맨 위 지침에 기반해 아래 일들이 진행되는 듯하지만 기실 이 발언은 히틀러가 '나의투쟁'에서 강조한 '나치의 교시'다.
선방위 제재 이후 방송사들은 '김건희 특검법'이라 부르던 것을 '김건희 여사 특검법'으로, 혹여 패널이 '여사'를 빠트리면 '진행자가 사려 깊게 잡아주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블랙 코메디가 따로 없다. 선방위는 출범 석달도 안돼 윤 대통령 부부 비판 등을 문제삼아 징계·경고 '9건'을 내렸다. 역대급이다.
류희림 방송통신위원회회 행보가 현란하다. AI라고 명시한 윤대통령 풍자 영상을 차단하고,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에 과징금 부과를 확정하는 식이다. 반면 류희림 위원장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은 뭉갠다.
정권 초기 고등학생 풍자만화를 문제삼던 가락이 류희림 위원장에 이르러 시체꽃으로 피어나는 양상이다.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고 순치하려던 이들은 예전에도 있었다.
1980년 5월, 군대를 동원해 자국민을 총칼로 학살했던 전두환과 그 후예들은 '국민 불안을 우려'해 언론이 광주를 다루지 못하게 하고, 광주시민을 '폭도'라 부르며 불온시하도록 했다. 언론을 통폐합하고, 순치되지 않는 기자들은 대량 해직시켰다. '보도지침'은 필수다.
당시도 공영방송이던 KBS는 선봉에 서서 9시만 '땡'치면 전두환 각하 치적 나르기에 바빴다. 그 KBS의 환생인가. KBS가 관제, 정권 홍보방송으로 선명성을 굳히는 양상이다. '파우치' 방송, 진행자 선별,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등 기법도 다양하다. 이 대열에 각양각색의 정부기관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는 듯하다. 김채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의 공사를 넘나드는 대통령 내외 심기경호는 가히 범접불가다.
나치의 국민계몽선전국가부 장관 괴벨스의 현란한 다인극을 보는 듯하다.
히틀러와 실행자 괴벨스는 대중 선동에서 문화 예술과 미디어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당시 최고의 대중매체였던 라디오와 영화를 특별히 관리했다. 역설적으로 나치 시대 독일 라디오 보급율은 세계 최고였고, 영화도 엄청나게 발전했다.
괴벨스는 제국, 나치 총통 각하 히틀러의 정신을 독일국민들이 함께 하도록 하는데 진심이었다. 전 독일국민 라디오 보급에 나서 나치 후반 독일국민 70%가 '국민수신기'를 보유했다. 라디오는 '총통각하의 생각을 공유하는 통로'로 '필요한' 소식(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선전물)을 전달했다.
또 레니 리펜슈탈 감독의 히틀러 기록영화 '의지의 승리'와 나치의 올림픽 홍보영화 '올림피아'는 나치 선전영화라는 명백한 오명에도 영화사에서 주요하게 거론될 정도다. 그렇다고 독일인들이 '나치 부역'을 쏙 빼고 그녀를 위대한 천재감독으로, 히틀러의 '몇 가지 잘못'을 빼고 위대한 리더라고 '의지의 승리'를 소환하지는 않는다.
영화'파묘'가 느닷없이 선전영화로 내몰렸다. '파묘'가 개봉 나흘만에 200만을 넘어서며 흥행가도를 이어가자 한 영화감독이 물고 늘어졌다. '건국전쟁'의 감독이 "항일독립? 또다시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건국전쟁'을 덮어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진부한 좌파팔이에 나섰다.
오컬트 영화에 죽자고 달려든 모양새도 그렇지만 '반일주의'를 불온시하는 투는 대략난감이다. 독립투쟁이 '반일'이라는걸 '깜박'했을게다.
'파묘'는 파죽지세다. 개봉 16일 만에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오컬트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 했다. 우디네극동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 등 국제 영화제 초청과 판권 구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 133개국에 판매됐다.
생각, 취향까지 파고드는 자기 검열
요즘 정부의 전방위적인 '법적' 투쟁, 혹은 대응, 혹은 징계에 자꾸 검열을 하게된다.
1920년 나치당(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 NSDAP)의 강령이 서늘하다.
"우리는 우리 민족의 삶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는 예술적, 문화적 경향에 법적투쟁을 할 것을 요구하고, 나아가 이 요구사항에 저촉되는 집회들의 폐쇄를 요구한다."
조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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