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이다. 역대급 이다. 해도 너무 한다. 22대 총선을 40여일 남겨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진행 과정을 보면서 나오는 말이다. 253명의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어느때 총선이나 '공천학살', '자객공천', '현역물갈이', '밀실공천, '사천' 같은 용어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반발과 후폭풍을 최소화 하면서 당을 추스르고 원팀으로 만들어 승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공천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에 의한 친명들을 위한 이재명식 밀실공천이 진행중 이다.
급기야 공천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공천 관련 최대 뇌관 이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컷오프 됐다.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당 지부도가 공천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문명(문재인-이재명)의원들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의원평가 하위 10%와 20%에 포함된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게속되고 있다. 심리적 분당 상태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7일 민주당 의원총회 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에 우려를 표하며 이 대표의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불공정 공천 논란에 "시스템과 투명한 심사로 좋은 후보들이 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 총선과 관련해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닥치는 총선 결과에 따라서 이 나라를 제도적·시스템적인 측면까지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심판과 총선 승리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야 말로 공천과정 에서 제1야당의 제도적.시스템적인 측면까지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공천농단을 넘어 비선, 사천 논란으로 까지 비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보다 '공천리스크'가 더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법리스크는 개인적인 문제일수 있다. 하지만 공천리스크는 향후 4년 입법부 활동은 물론 대선까지 영향을 미친다. 총선 패배시 민주개혁 세력의 위축이 불가피 하다.
지금까지 진행된 공천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공천의 최대 뇌관 이었던 의정활동 하위 20%에 대한 논란이다. 정량평가 보다는 정성평가가 많이 작용했다는 의혹이다.. 객관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들 에게 만은 각 항목별 점수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정체불명의 후보적합도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당 지도부나 공관위가 아닌 이대표 중심의 밀실.비선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이 커졌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용역을 맡았던 이 업체는 원래 경쟁 입찰때 탈락했다. 다시 하루 만에 친명계인 수석 사무부총장이 개입해 추가 선정됐다고 한다. 결국 이 업체는 여론조사에서 배제됐다. 이 과정에서 정필모 선거관리위원장이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광주.전남지역 공천도 뒷말이 무성하다. 28일 현재 18개 선거구 가운데 4곳의 공천자가 결정됐다. 뚜렷한 원칙과 기준이 없다. 지역에 따라 경선구도와 방식이 다르게 적용된다. 역시 친명인사들에 대한 자상한 배려가 돋보인다. 대표적인 친명 그룹인 동남갑에 정진욱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했고 광산을의 민형배 의원도 단수공천을 받았으나 바판여론 때문에 3자 경선으로 수정됐다. 특히 전략지역인 광주 서을과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광주 광산갑 선거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곳 모두 전직 검사장인 양부남, 박균택 후보가 출전하는 곳이다. 지난 21대총선 까지만 해도 이들은 신인가산점 10%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공관위가 2명의 전직 검사장 에게 20%의 신인가산점을 부여 하기로 했다. 고검장이 정무직이 아닌 특정직이며 법률에 차관급 이라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다. 변명치고 매우 궁색해 보인다. 대표적인 친명인사를 챙기기 위한 고무줄 잣대 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주당 공천의 특징은 '친명본선', '비명경선' 으로 요약된다. 그야말로 이재명 리스크가 현재 진행형 이다.
이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이자 대선후보 지지도 에서도 1위를 달리는 지도자다. 정치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국가의 현재 상황,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지도자의 품격은 곧 국격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말을 자주 바꿨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 이후 하위 10%에 포함된 박용진 후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당 운영을 위해서 우리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그런 당 확실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걸었던 위성정당 금지는 여당 탓으로 돌리면서 번복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마저 손 바닥 뒤집듯 했다.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자 '김은경 혁신위' 1호 안건 이었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두 번째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부결을 읍소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24일간의 단식이 결국 '방탄'을 위한 것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됐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지지율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질수가 없는 선거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현재 상황은 이명박 정권 4년차인 2012년 4월11일 치러진 19대 총선과 닮았다.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반면 제1야당이던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치며 쓴 패배를 맛보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친노가 당권을 장악하며 공천을 전횡 했고 '친노 패권주의'라는 비판이 강했다..
"2012년 19대 총선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서울의 봄이 위태롭다'. '광주의 봄'이 뒤숭숭하다'"는 대표적 비명계 송갑석 의원의 경고가 허투루만 들리지 않는다.
강병운 서울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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