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비뚤어진 반려문화, 언제나 사람이 우선이길

@박지경 입력 2024.02.14. 17:48


TV방송을 보다보면 비쩍마른 아프리카 어린이를 대상으로 후원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자주보게 된다. 전쟁이나 기아로 목슴이 경각에 달린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후원을 요청하는 영상이다.

국내 소년소녀 가장이나 조부모 돌봄 가정을 도와 달라는 캠페인도 마찬가지로 방송을 많이 탄다. 이 영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려오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솟아난다.

사실 어린이를 돕는 단체는 주변에 널려 있다. 사랑의열매·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유니세프·월드비전·세이브더칠드런·희망친구기아대책·밀알복지재단·홀트아동복지회·지파운데이션 등 굳이 멀리 알아볼 필요도 없다. 그만큼 주변에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모두 어른들의 잘못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어린이들이다.

평범한 어른의 생활비 일부가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실제로 많은 도움의 손길이 그들에게 향하고 있다. 따뜻한 모습이다.

언제부턴가 이 같은 아름다운 모습과 배치되는 일을 자주 보게됐다. 과도한 팻문화가 그것이다.

팻푸드와 팻병원은 이미 기본이다. 펫 미용샵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개 주인이 이용하는 미용실보다 훨씬 비싸도 성업 중이다.

여기에 펫셔리(펫+럭셔리) 상품이 인기라고 하니 입이 턱 막힌다.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가 팔고 있는 반려견 밥그릇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제품은 당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150여만원에 판매됐다.

에르메스 강아지 목욕통은 무려 200만원이 넘었다. 명품 브랜드들은 수십에서 수백만원하는 반려견 의류와 목줄 등 액세서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내 아이의 것보다 훨씬 비싸 보이는 명품 반려견 유모차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고급 호텔 위주로 펫캉스(펫+호캉스) 상품도 인기란다. 가족과 함께 고급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게 1년에 한두 번이나 될까 하는 처지라서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린다.

반려동물에 대한 과도한 사랑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1월 조부상을 당해 결석한 학생의 출석을 인정하지 않았던 한 대학교수가 정작 본인은 반려견의 임종을 지킨다는 이유로 휴강을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JTBC 사건반장'이란 프로그램에서 전한 소식에 따르면 A학생은 조부상을 당했고, 수강한 과목의 B교수에게 조부상으로 인한 출석 인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그 대학 내규에 따르면 본인과 조부모 및 외조부모 사망 시 2일까지 출석이 인정된다고 명시됐지만, 이는 교수 재량에 달렸고 결국 A씨는 조부의 장례를 지켜보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 참석해야 했다.

문제는 그 이후 일어난 B교수의 '강아지 임종을 지킨다'며 한 휴강 통보였다. 물론 자신의 반려견이 다른 사람의 조부모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반려인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당시 그 상황에 대해 그 대학 학생들은 물론 전 국민이 공분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지인의 반려견 부고장과 함께 날아온 '조의금 전달' 란에 당황했다는 글을 읽었다. 자신의 반려견을 자식처럼 생각한 이들 입장에서야 어색한 일이 아닌지 몰라도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적 청구서'(?)로 생각될 것이 확실하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 장례식 조의금 얼마나 해야 하나요?"라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일부에서는 반려동물 조의금이 문화로 돼가고 있다는 반증이리라. 반려동물이 죽으면 49재·천도재를 지내주기도 하고, 명복을 빌어주는 전용 법당도 있다고 한다. 장례식 비용도 천차만별이어서 서비스에 따라 수백만원은 쉽게 들어간다고 하니 조의금이 대수일까.

그야말로 '개세상'이다.

반면 개만도 못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부지기수다. 하다못해 집에서 아이들로부터 애견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아빠들도 있다고 한다.

조직과 인간관계로부터 빚어지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그 해결책을 인간이 아닌 반려동물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또다른 인간소외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언제나 인류애가 우선시 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박지경 디지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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