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졸업생 1명에 대한 단상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24.01.24. 15:48


시골 학교 졸업생이 달랑 1명이다. 한 명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선생님 9명과 학교운영위원장, 학부모가 도서관에 모였다. 총동창회 회장과 사무총장도 졸업식에 참석해 장학금을 전달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 학교는 지난해도 졸업생 1명을 배출했다. 전교생이 9명인 시골 미니학교로 필자의 모교 화순 이양중학교 이야기다.

1971년 12개 학급 674명으로 개교한 화순 이양중학교는 다른 농촌 학교처럼 70∼80년대 인재 육성의 요람으로 자리잡으며 인기를 모았다. 중학교가 없는 이웃한 청풍면을 아우르며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1984년 432명에 달하는 11회 졸업생을 배출하며 정점을 찍었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일자리를 쫓아 도시로 떠나는 청년이 늘어나고 학령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신입생이 없어 폐교를 목전에 둔 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저출생과 지방소멸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어촌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 심한 전남은 저출생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남도가 최근 발표한 출생아 수를 보면 인구절벽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전남도 내 출생아 수는 7천933명이다. 코로나 이전 2019년 1만832명 이후 2020년 9천738명, 2021년 8천430명, 2022년 7천888명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최근 10년 사이 전남 인구는 10만 명이 급감하며 180만 명 선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출생률 추이를 보면 1970년 101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2022년에는 신생아 수가 25만 명 수준으로 떨어져 인구 절벽을 실감하고 있다.

지방은 소멸 위기로 아우성인데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 상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2천601만4천265명으로 2022년 보다 2만4천명이 증가했다.

수도권 제외 나머지 14개 시도 지역 인구는 2천531만1천64명으로 전년보다 14만명이 감소했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 보다 70만 3천201명이 더 많은 것으로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격차다.

저출생 여파는 교육계에도 미치고 있다. 올해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를 보면 20년 전인 2004학년도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65만7천17명이었지만 이후 10년이 지난 2014년도에는 47만8천890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 수가 40만1천752명으로 40만 명 선에 턱걸이했는데 올해 사상 처음으로 40만 명대가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2017년생 출생아 수 자체가 35만7천800명으로 전년보다 4만명 이상 급감했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줄면서 신규 교사 임용 규모도 감소하고 있고 통폐합 학교는 갈수록 늘어나 교육계가 저출생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연말과 새해 벽두부터 저출생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 출산 지원 정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오는 29일부터 시작하는 신생아특례대출이다. 금리 1.6-3.3%로 최장 30년 만기 대출 상품이다. 규모는 27조원 정도다. 대상자는 2년 내 출생(2023년 출생아부터 적용)한 무주택 가구, 1주택자 중 부부 합산 연 소득 1억3천만 원 이하, 순자산 4억6천900만 원 이하로 제한했다. 정부는 1주택자가 인구 감소지역에 추가로 주택을 장만해도 다주택자로 보지 않는 '세컨드 홈'도 발표하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정치권의 저출생 대책도 잇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아빠 유급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육아 휴식 급여 상한을 월 21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억 원을 대출해주고, 2자녀 출산 시 24평 형 주택을, 3자녀 출산 시 33평형을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는 결혼 출산 양육 패지키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실효성 여부와 실천 의지다.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주택가격이 낮은 지방은 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결국 수도권 위주의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내세우고 있는 저출생 대책도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예산 확보 방안이 빠져 있다. 사회 분위기나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 저출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시스템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저출생 대책이 3개월 여 앞둔 총선용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길 기대한다. 유권자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때가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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