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겨울의 끝자락에 베트남 호찌민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준비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었고 오랜만의 해외출장이라 설렐 법도 하건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항공편은 인천공항에서 오전 6시 출발이었다. 광주에서 인천까지 고속버스로 달려도 5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전날 오후 늦게 공항 근처로 가 10만원짜리 비즈니스호텔에서 하룻밤 묵은 뒤 다음날 일찍 공항으로 이동했다.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께, 또 다시 버스를 타고 광주에 오니 오후 2시가 훌쩍 넘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한 과정까지 여행 일정에 포함하면 2박3일이 아닌 3박4일이 된 셈이다.
무안 두고 8시간 걸려 인천으로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낭비다. 비단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수십, 수만명의 지역민이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 낭비하는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무시 못 할 수준일 것이다.
올여름 휴가도 베트남 다낭으로 가기로 했다. 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한다. 그나마 출발이 오후 8시라 안도감마저 든다.
여행 하루 전, 멀쩡한 집 놔두고 공항 근처에서 하룻밤을 안 보내도 되고 심야 시간에 수시간을 달려 도착한 인천공항행 버스에서 내려 부스스한 몰골로 지루한 탑승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고 떡진머리에 진이 빠진 상태로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돼 왠지 시간과 돈을 번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5시간가량의 비행을 위해 반나절 이상을 인천공항 가는 길에 쏟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 여행을 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이용해 본 시·도민이라면 공항 가는 여정이 멀고도 험난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공항가는데에만 최소 7~8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1시간 거리의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하면 편하게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 이용객이 줄면서 무안국제공항의 운항 편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작 '우리동네' 국제공항에는 국내 국제공항 중 손꼽힐 정도로 비행 노선이 없어 지역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한다니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안국제공항 이용객은 2007년 11월 개항 이후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335만여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광주공항 국내선 이용객이 2천631만명에 달하는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거의 8배 많은 이용객이 국내선을 찾았다. 무안국제공항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지경이다.
아무리 코로나 여파가 컸다지만 무안국제공항이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국내선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김해국제공항이나 청주국제공항 등 다른 지역의 국제공항도 이용객 80% 이상이 국내선을 이용했다.
이런 연유에서 국제선 이용객만으로 근근이 버텨온 무안국제공항으로서는 국내선 기능 연계가 공항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일 수밖에 없다.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출발한 무안국제공항은 '광주공항은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 추진한다'는 계획이 정부의 공항개발종합계획에 줄곧 포함됐지만, 여태껏 실행되지 못했다.
전직 광주시장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바꾸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공항은 1시간 거리에서 두 개로 갈라져 운영되고 있다. 전남 역시 민간공항은 받기를 원하면서도 군 공항 이전에 대해선 '통 큰 보따리'를 제시하기만을 기다리면서 합의가 성사되지 못하고 스텝이 꼬여갔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 새만금공항·부산 가덕도 신공항·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개항을 서두르고 있는 등 '반쪽짜리' 무안국제공항 주변 여건까지 최악에 이르렀다.
이러다가는 무안국제공항 폐쇄까지 고민해야 하는지 위기감이 감돈다. 무안국제공항 경유 호남고속철도 2단계 준공, 미주·유럽 취항 가능한 활주로 연장, 정기노선 지원, 무비자 입국제 시행 등 전남도의 노력이 물거품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안군 객관적 여론 형성 나서라
따라서 광주시와 전남도는 거시적 관점과 상생 발전이라는 대의적 판단을 갖고 민선 8기 내에 광주공항 국내선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무안군은 무조건적인 군공항 이전 반대에만 행정력을 모으고 있어 논란이다. 전남, 특히 서남권 지역 경제는 물론 관광·기업 투자·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무안국제공항의 활성화를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데도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오로지 군 공항 반대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군 공항이 기피시설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군 공항을 받으라고 강요할 수 없고, 군민 동의 없이는 절대 이전될 수도 없다.
군민들의 수용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도 무안군은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중립적으로 제공하기는커녕 반대 의견을 내는 단체에만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니 지역민들의 답답함은 이루말 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무안군은 옳고 그름, 팩트와 허위, 지역발전, 대의명분 그리고 국토 방위 등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무안군수는 만남을 거부만 할 것이 아니라 조속히 전남지사, 광주시장, 정부 관계자 등과 접촉해 군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전투기 소음문제와 피해 대책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제대로 알려 객관적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 책임과 책무가 있다.
군 공항 이전 주체인 국방부도 미온적·관망적인 태도를 버리고 국가 주도사업인 만큼 이전 대상지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노력하고, 수용 지역에 최대한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류성훈 취재2본부·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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